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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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DLF) 사태 관련 펀드판매 규모는 8800억원 정도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고용보험기금 600억원 투자를 감안한 금액으로 현재 시점에서 5000억원 내외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6000억원 이상은 만기가 아직 도래되지 않은 상태지만 만기 시점에서는 아마도 8800억원 가운에 6500억원에서 7000억원 내외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는 7000억원대 피해를 일으킨 금융사태인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문제가 본격화 된 2개월 만에 중간검사결과 발표를 했다. 발표내용은 손실현황, 가입자 현황, 상품설계, 판매현황과 서류상 보니 불완전판매가 20%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판매시의 불법행위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데다 두 달이 넘은 오늘까지 서류상 불완전판매가 20% 정도라니, 이번 사태의 본질에 대해 금감원이 회피하려 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이번 중간검사결과를 보면, 다분히 10월 국정감사를 의식한 발표로 밖에 볼 수 없다. 국감에서의 책임추궁의 예봉을 피하면서 지금 검사를 진행중이라는 면피용 준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관심대상이 되고 있는 은행의 잘못된 판매실태의 하나인 사기적 판매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전혀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은행의 잘못된 행태가 심각하면 심각할수록 당국 책임도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해 소극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은행들은 ‘손실은 나지 않는다’, ‘안정적 투자 성향을 갖고 계신 고객을 대상으로 연락드린 것’이라며 고객을 유인했다. 안전지향이고 규모가 1억원이 안되는 50대 주부에게 청약저축도 해약하게 해서 가입시킨다든지, 일시적으로 예치한 전세보증금을 90% 날리게 한 경우도 있었다. 정기예금을 예치하러 간 사람을 공격투자형으로 둔갑시켜 가입시키거나, DLF 등 위험한 금융상품의 거래 경험이 없는 75세 노인을 3년간 거래 경험이 있고,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로 작성하는 사례 등 사기적 영업행태는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번 사태를 피해자 입장에서 볼 때, 많은 부분에서 사기적 판매행태가 있었다. 상품 면에서 보면, 공모펀드를 사모펀드로 쪼개 팔면서 당국 규제를 피했고, 1개월에서 6개월로 기간도 쪼개기 했다. 가입 자격이 되는 투자자격 점수 81점을 맞추기 위해 허위기재를 하거나, 공격투자경험이 있고, 금융지식이 높다며 3개월인 투자가능기간을 3년으로 조작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불법행위도 밝혀지고 있다.
이번 DLF 사태 책임은 사기와 같은 불법 판매를 한 은행도 문제지만, 금융당국인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에 더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이 사모펀드를 악용해 판매하고 분할하는 것을 방치, 방임해 사기판매까지 가능케 해줬을 뿐만 아니라, 사기행위에 대해서도 감시, 감독, 모니터링을 하지 않아 이 지경의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문제가 된 DLF, DLS와 같은 파생금융상품은 초고위험한 금융상품으로 공격형 투자자만 가입할 수 있다. 공격형 투자자라는 것은 자신의 전 자산을 주식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자산 소유자를 말한다. 이번 피해자들 중 이런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다. 이자로 4%를 받고 100% 손실을 보는 일종의 돈따먹기 금융상품을, 은행거래자가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가입했을까? 현재 피해자의 80%가 50대 이상이고, 대부분이 여성, 즉 주부들이다. 이분들이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성도 모르는 판에 독일국채금리 변동성이 돈을 걸겠느냐는 것을 판단해 보면 문제의 본질은 명확하다고 본다. 그런데 왜 은행과 금융당국은 책임을 회피만 하려는지 이해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