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석 달째' 국산화 착착…"대기업이 끌며 반전 마련"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0.14 16:10

▲SK하이닉스 연구원들이 반도체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난 가운데 국내 관련 대기업이 핵심 규제 3대 품목 국산화에 적극 나서면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됐던 불화수소는 국산화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일본에 지나치게 의존적이었던 이들 소재의 변화에 일대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 韓 대기업, 핵심 품목 국산화 성과

14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가 국내 디스플레이·패널 공장에서 사용하는 불화수소를 100% 국산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라인에서 식각·세정 공정에 사용되던 일본산 액체 불화수소(불산액)를 모두 국산 제품으로 대체한 것이다. 지난달 초 국산 불화수소를 처음 생산라인에 투입한 이후 한 달여 만이다.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최근 국산 불화수소 테스트를 완료했으며, 재고가 소진되는 동시에 생산라인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디스플레이 업계가 최악의 상황에서 일단 벗어난 가운데 반도체 업계도 일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 적용되는 불화수소는 여전히 일본 업체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우회 수입과 국산화 등이 빠르게 추진되면서 대체재를 일부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초고도 공정에 필요한 고순도 불화수소는 일본 업체의 해외 공장을 통한 우회 수입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민감도가 떨어지는 반도체 일부 공정에 솔브레인 등 국내 업체가 만든 불화수소를 대체 투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극자외선(EUV)용 포토 레지스트(PR)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대체 수입처를 확보해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는 등 국내 소재 생산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솔브레인은 충남 공주에 제2공장을 증설하고, SKC가 플루오린폴리이미드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의 경우 반도체 세정제로 쓰이는 불화수소 생산공장을 내달 준공하고 이르면 연말 시제품 시험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 본격 양산을 실시할 예정이다.

◇ 불확실성 여전…"위기를 기회로"

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일본은 지난 7월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핵심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와 포토 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우리나라에 수출할 경우 ‘포괄 허가’ 대신 ‘개별 허가’를 받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이후 일본은 모두 7건의 개별 수출허가만 내준 상태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포토 레지스트와 불화수소(기체)는 3건씩 허가했고,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제조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1건만 허가했다. 반도체용 액체 불화수소에 대해서는 수출 허가를 아직 내주지 않고 있다.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통해 심리적 압박감을 주는 품목을 아주 잘 골랐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국내 수요-공급 기업 간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했던 문제들이 현재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단기간에 독보적인 기술 우위를 가져갈 수는 없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다양한 전략 소재 가운데 우리가 어느 것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서 열린 ‘소재·부품·장비 분야 글로벌 경쟁력 강화 토론회’에서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앞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일본의 경제 침략에 대응하는 우리의 ‘되받아치기’ 공격은 우리 산업 구조의 체질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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