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에너지 전환 대책 없이 차량·인프라에만 혈세
“결과에 눈멀어 본질 놓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정부가 '미래자동차 국가비전'을 선포하며 대규모 투자와 규제 완화를 예고한 가운데 핵심 분야인 친환경차부문 청사진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차량 보급과 충전 인프라 확보 등 계획은 세밀하게 설정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 전환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배출가스를 줄이고 보다 깨끗한 대기를 조성하자는 게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의 본질이지만 점유율 등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는 데만 집착해 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 "전기차·수소차 시대 핵심은 전기 확보"

현대모비스와 얀덱스가 공동개발한 자율주행 쏘나타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미래차 산업 신속전환을 위한 3대 전략’을 발표하고 그 첫 번째 내용으로 ‘친환경차 기술력과 국내보급 가속화’를 꼽았다. 올 2030년 신차 시장 내 친환경차 비중을 33%까지 끌어올리고, 글로벌 시장 내 점유율도 10%를 기록하겠다는 게 골자다. 선봉에 서는 차종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다. 적극적인 행동으로 우리나라의 미래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에너지 전환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친환경차 시장 확대를 위해 △차종·성능 향상 △충전 인프라 확보 △수요창출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수립했다. 하지만 이들 친환경차가 사용하게 될 수소·전기를 어떻게 보급할지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휘발유·디젤차가 내뿜는 배출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타이어 마모에 따른 미세먼지 등은 비슷한 수준으로 나온다. 그간 업계에서는 이들이 동력으로 사용하는 수소나 전기를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전기차·수소전기차를 진정한 친환경차로 분류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력 생산의 95% 이상을 화력·원자력 발전소에 의존하고 있다. 지리적 특성상 태양열, 지열, 풍력, 조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만들 수 있는 전기 양이 제한적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긴 호흡을 가지고 탈(脫)원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 "현 상태론 화력 발전소 늘리는 수밖에 없어"

에너지 전환 대책 없이 전기차 보급만 무작정 늘릴 경우 화력 발전소가 지금보다 훨씬 많이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화력발전소는 미세먼지 발생의 최대 원인이자 대기 환경에 유해한 물질이 가장 많이 뿜어져 나오는 곳이다. 일각에서는 수소전기차의 동력원 역시 물을 전기분해하는 등 완전히 친환경적으로 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를 늘리겠다면서 거기에 사용될 전기를 어떻게 만들지 생각하지 않고 있는 셈"이라며 "친환경차를 몇 대 늘리고 보조금을 어떻게 책정할지 등을 상당히 자세하게 설명했지만, 정작 우리가 왜 친환경차를 확대해야 하는지 근본 원인을 잊고 있는 듯하다"고 일침했다.

학계 한 전문가는 "친환경차 인프라 확장과 보조금 지급을 통해 국민 혈세를 천문학적으로 쓰겠다고 하면서 동력원인 전기를 친환경적으로 만들 고민을 어떻게 하지 않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미래차 전략이라는 전체적인 내용도 상당히 결과 중심적인데,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데 집착해 본질을 잊은 듯하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앞서 ‘3020 정책’을 발표했던 만큼 에너지 정책 관련 고민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3020 정책에는 올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생산 비중을 20%까지 향상시킨다는 계획이 담겼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미래차 전략에서 에너지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에너지 전환 대책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정부는 전날 발표한 ‘미래차 3대 전략’을 통해 △친환경차 기술력과 국내보급 가속화를 통한 세계시장 적극 공략 △2027년 완전자율주행 기술 세계 최초 상용화 △60조 원 규모 민간투자를 기반으로 개방형 미래차 생태계로 전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차 서비스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자율주행 서비스를 확산하고 2025년까지 ‘플라잉카’를 실용화 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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