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로 발행합니다" 은행들, '목적 채권' 발행 자금확보 러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0.17 16:52

BIS비율, 친환경 투자, 예대율 확대 등 다양한 채권 발행 속도

▲IBK기업은행, 우리금융지주, 신한은행.(사진=각사)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글로벌채권, 신종자본증권, 그린본드. 은행 등 금융사들이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대응과 자본확충, 친환경 사업 투자 등을 목적으로 다양한 채권을 줄줄이 발행하고 있다. 

특히 예수금 확보가 중요한 내년 신(新)예대율 적용에 대비해 올해 처음 발행한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에도 불이 붙는 모습이다. 여기다 발행금리가 낮아지는 추세와 맞물려 은행들이 채권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이날 총 6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채권을 발행했다.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금 확보를 위해 발행했다는 게 기업은행 측 설명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 만기가 돌아오는 것도 있는 데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 내년 만기 채권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채권을 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점은 올해 발행한 국내기관 달러 공모 중 최저금리로 발행했다는 점이다. 채권은 만기 3년의 변동금리 채권과 만기 5년의 고정금리 채권 두 종류로 발행됐는데, 변동금리 채권은 3개월 리보(Libor)금리에 0.45%포인트 스프레드를 더한 금리를, 고정금리 채권은 미국채금리에 0.6%포인트 스프레드를 더한 2.171%를 금리를 적용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시장은 미국발 이슈, 브렉시트 등으로 하루하루 변동성이 커 채권을 발행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다"면서도 "미중 무역분쟁 일부해소, 브렉시트 합의 가능성 확대 등 시장상황이 우호적으로 바뀐 시점을 잘 포착했고, 국제기구나 중앙은행, 초우량국가기관(SSA)의 참여를 이끌어 최저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청약규모는 발행금액의 7배 수준인 40억 달러에 달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지주사로 전환한 후 자본확충을 위해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을 잇따라 발행하고 있다. 지난 9월에도 후순위채 4000억원을, 이달에는 신종자본증권 5000억원을 각각 발행했다. 지난달 발행한 후순위채 발행금리는 만기 8년물은 2.13%, 만기 10년물은 2.20%으로 2013년 12월 바젤3 적용 후 국내 금융지주사 발행 조건부자본증권 중 최저 수준이다. 이달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발행금리는 3.32%으로 지난 7월 발행한 5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금리(3.49%)보다 0.17%포인트 금리를 더 낮췄다. 

우리금융이 적극적으로 채권을 발행하고 있는 이유는 지주사 전환으로 떨어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은 BIS비율 산정 때 자본으로 잡힌다. 우리금융 1분기말 총자본비율은 11.10%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0.5%를 겨우 넘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금융 BIS비율은 지난달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0.18%포인트, 이달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0.23%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은 이달 예대율 확보를 위한 원화 커버드본드(2000억원)와 친환경 사업 투자를 위한 그린본드(5억 유로)를 잇따라 발행했다. 먼저, 원화 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대출 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며,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 자금으로 활용된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신예대율 규제에 따라 은행들이 예대율 확보를 위해 올해부터 발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지난 5월 5000억원 규모로 가장 먼저 발행했으며, SC제일은행이 6월 5000억원 규모를 연이어 발행했다. 신한은행의 이번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은 국내은행 중 세번째다. 발행금리는 5년물 기준 국민은행의 1.90%, SC제일은행의 1.66%보다 낮은 1.45%다. 

신한은행이 그린본드를 발행한 것은 2018년 원화 그린본드 발행에 이어 두번째다. 그린본드와 소셜본드가 포함된 지속가능(ESG)채권을 포함하면 세번째 ESG채권 발행이다. 그린본드는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된다. 금융사의 지속가능경영이 부각되며 은행 등 금융사들이 ESG채권과 그린본드 발행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이번에 유로화 채권 발행에 성공하며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G3 통화(달러·유로화·엔화)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밖에 NH농협은행은 한화케미칼이 홍콩에서 발행하는 미국 5000만 달러 변동금리부사채(FRN)에 원리금 상환을 지급보증하며 FRN 발행을 성공시켰다. 농협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금조달의 효과는 없지만, NH농협지주 최초 홍콩 FRN 발행인 데다 NH투자증권과의 시너지를 냈다는 점에 이번 FRN 발행 의의를 뒀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발행되는 채권 금리를 보면 대부분 스프레드가 1%포인트 내외로 움직이고 있다"며 "과거보다 낮은 수준이며 점차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시장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채권 발행에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지만 금융사별로 시기를 잘 포착해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며 "신용기관, 발행 규모 등에 따라 금리가 떨어지는 만큼 이를 잘 고려해 경쟁력을 갖춘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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