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하원,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보류…EU는 연기요청 "검토중"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0.21 11:55

투스크, 각국 정상들과 논의 시작, 연기요청 승인 전망 우세
존슨 총리, EU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표결 재추진 소식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를 두고 영국과 EU 양측이 합의점에 도달했지만, 브렉시트가 이행될 가능성은 또 다시 불투명해졌다. 영국 하원이 관련 이행법률이 제정될 때까지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을 보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과거 테리사 메이 전 영국총리가 지난해 11월 EU와 합의를 이뤘음에도 하원 승인투표에서 부결의 쓴 맛을 봤던 것처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영국 하원의 벽에 가로막힌 셈이다.

이에 따라 존슨 총리는 EU에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EU와 27개 회원국은 브렉시트 시한 연장 요청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상황이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를 연기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편지로 통해 거듭 강조했다. 

앞서 EU 정상들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정상회의에서 북아일랜드에 ‘두 개의 관세체계’를 동시에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브렉시트 합의안 초안을 승인했으며, EU 기구에 이번 합의가 오는 11월 1일부터 발효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EU 정상들은 이날 EU는 "미래에 영국과 가능한 한 가까운 협력관계"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존슨 총리에게 남은 과제는 지난 19일(현지시간)에 예정된 영국 의회의 승인 절차였다. 그러나 영국 하원은 이날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meaningful vote)를 앞두고 보수당 출신 무소속 의원인 올리버 레트윈 경의 수정안에 대해 먼저 표결을 실시했다.

이른바 ‘레트윈 수정안’은 이행법률이 최종적으로 의회를 통과할 때까지 존슨 총리의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을 보류하는 내용이며 해당 수정안은 범 야권의 지지 속에 찬성 322표, 반대 306표로 16표차 가결됐다. 이는 의도하지 않은 ‘노 딜’(no deal) 브렉시트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존슨 총리는 예정됐던 승인투표를 취소했다.

당초 이날 예정됐던 승인투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가결됐더라도 이후 이행법률 제정 등의 절차를 완료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합의안을 지지했던 일부 의원들이 마음을 바꿔 이행법률에 반대표를 던지거나, 상원에서 합의안이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브렉시트 예정일인 31일까지 관련 절차를 마치지 못하면 하원의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에도 불구하고 의도하지 않은 ‘노 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레트윈 수정안’은 이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이라는 설명이다. 레트윈 경은 자신이 영국과 EU 간 합의안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존슨 총리가 합의안에 대한 지지를 얻더라도 법률상 브렉시트 시한인 31일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수정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수정안 통과 후 레트윈 경은 향후 승인투표에서는 자신이 브렉시트 합의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 英 브렉시트 연기 요청에 논의 들어간 EU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AP/연합)


이렇듯 레트윈 수정안이 가결되면서 존슨 총리는 지난달 제정된 EU탈퇴법(벤 액트)에 따라 EU에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게 됐다. EU탈퇴법은 19일까지 정부가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이나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의회 승인을 얻지 못하면 존슨 총리가 EU에 브렉시트를 2020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도록 규정한다. 

이와 관련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브렉시트 시한 연장 요청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상황이다. 2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EU 관리들은 브렉시트 시한 연장 요청에 대해 아직 답변하지 않은 채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 27개 회원국의 EU 주재 대사와 고위 관리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동해 브렉시트와 관련한 후속 조치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이날 회동에서는 영국의 브렉시트 시한 연장 요청에 대해 EU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하지는 않았다. 대신 EU와 영국이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안의 유럽의회 비준을 위한 절차를 공식 개시했다. 영국 하원이 합의안 승인 결정을 보류하기는 했지만 거부한 것이 아닌 만큼 일단 기존 계획대로 비준을 위한 EU 내부 절차를 따르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이날 회동 뒤 취재진에게 EU의 합의안 비준을 위한 후속 조치를 시작하기 위한 회의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EU 정상들이 브렉시트 연기를 승인할지에 대해서는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며칠간 논의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브렉시트 시한을 연장하려면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 정상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한다. 그동안 브렉시트 시한 장기 연장에 반대해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측은 이번에도 브렉시트 추가 연기는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EU가 결국 브렉시트 시한 연장을 승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AP는 혼란스러운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 연기를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로이터도 EU 27개 회원국이 영국의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거부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현지 매체에 "존슨 총리가 초당적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면 질서있는 해법은 아직 가능하다"면서 "만약 몇주간의 연장이 필요하다면, 나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에서는 소식통을 인용해 EU가 브렉시트를 석 달 연기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의회에서 합의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11월, 12월 또는 내년 1월 등 각 달의 1일 또는 15일을 브렉시트 시한으로 정한다는 내용이다.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제2 국민투표나 또 다른 변수가 생기게 되면 2020년 6월까지 브렉시트 이행을 늦추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존슨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오후 다시 의회 표결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영국 내각 장관들은 존슨 총리가 레트윈 수정안이 통과되면서 원하지 않게 브렉시트 연기 요청 서한을 EU에 보내는 상황을 겪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또한 표결 재추진과 함께 영국 정부가 10월 31일 시한에 맞춰 브렉시트가 시행될 수 있도록 상·하원에서 신속처리 안건으로 브렉시트 이행에 필요한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 딜’ 브렉시트 준비를 총괄하는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도 EU가 브렉시트 연장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재투표와 이행절차법 신속 처리 등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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