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조여오는 '겨울철 초미세먼지'...亞 국가들, 대책마련 분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0.21 14:48

韓, 서울 등 예비저감조치 첫 시행
中, 28개 도시 가스·전기난방 대체
태국, 전기차 세금감면·공기정화탑
베트남, 세계 1위 오염국...대책無
印, 노후 경유차 운행 금지 등 도입

▲수도권 전역에 고농도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를 시행된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물청소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사진=연합)


미세먼지가 극심해지는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대기오염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아시아 국가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겨울이 다가올 때마다 한국 등의 아시아 국가들은 ‘최악’ 수준의 미세먼지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통상 겨울철로 접어드는 11월부터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져 3월에 정점을 찍고 5∼6월부터 수그러든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세먼지 ‘나쁨’은 10월 중순부터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역시 중국발 미세먼지가 서해를 통해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환경부 소속 수도권대기환경청,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는 지난 21일 오전 6시부터 서울·인천·경기도 전역에서 ‘예비저감조치’를 처음으로 시행했다. 예비저감조치가 시행되면서 3개 광역 시·도의 행정·공공기관 차량에 대해 차량 2부제가 실시됐다. 

예비저감조치는 비상저감조치 시행 가능성이 높을 경우 그 하루 전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하는 선제 미세먼지 감축 조치다. 22일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수도권과 충남이 ‘나쁨’으로 예보된 상태다.

작년 같은 경우 10월 중순부터 중국발 미세먼지가 국내로 유입되고 대기정체가 더해지자 비상저감조치가 일찍 발령된 바 있다. 이외에도 환경부는 겨울철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전국 17개 광역시도, 한국환경공단과 함께 다음달 15일까지 자동차 배출가스 특별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15일 초미세먼지(PM-2.5)를 대상으로 ‘미세먼지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을 지난 15일 제정한 바 있다.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발생하면 환경부 장관은 농도 수준과 고농도 지속 일수를 고려해 4단계 위기경보를 시·도별로 발령한다. 앞으로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발생하면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의 위기경보가 내려지고, 단계별 대응에 들어가게 된다.

이외에도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 반기문)는 지난달 30일 ‘제 1차 국민 정책제안’을 발표했다. 12월부터 3월을 ‘고농도 미세먼지 계절’로 지정하는 계절관리제를 실시하고 석탄발전소 최대 14기, 봄엔 최대 27기를 가동 중단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 노후 경유차 100만대 이상의 운행을 제한하는 동시차량 2부제를 시행하고, 나머지 석탄발전소는 이 기간에 출력을 80%로 제한하자는 안도 담겼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를 통해 미세먼지 배출량이 전년 동기대비 20% 이상(약 2만 3000톤)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관계 법령을 개정해 11월부터 대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 '6년째' 대기오염과 전쟁 중인 중국


6년째 스모그와의 전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은 스모그가 심해지는 겨울 난방철을 앞두고 수도권인 징진지(베이징과 톈진, 허베이성)와 그 주변 지역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를 4%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베이징, 톈진과 주변의 다른 26개 도시를 포함한 북부 28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다.

도시별 오염물질 감축 목표는 지난해의 성과에 따라 차이가 있다. 지난해 목표를 달성한 베이징은 PM -2.5 농도의 감축을 요구받지 않았고 톈진도 감축 목표가 1%로 낮다. 반면 허난성의 안양은 초미세먼지를 6.5%나 줄여야 한다. 허베이성의 한단과 싱타이, 허난성 정저우, 산둥성 허저 등 또한 6% 감축을 요구받았다.

생태환경부는 몇 년간 중국의 대기 질이 지속해서 개선됐지만, 성과가 아직 견고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징진지와 주변 지역은 겨울철 대기환경 상황이 여전히 심각해 PM -2.5 농도가 다른 계절의 2배 정도이며 중오염 일수는 한해 전체의 90% 이상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 겨울 징진지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6.5% 상승했고 중오염 일수는 36.8% 늘어났다.

생태환경부가 발표한 대기오염 관리 방안은 또한 산업과 에너지, 수송 등의 분야별 세부 요구사항을 담았다. 이는 징진이와 주변 지역에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고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 밀집되어 있는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 구조 면에서 허베이성은 철강 1천400만t, 코크스 300만t, 시멘트 100만t, 평판유리 660만t의 생산능력을 줄이도록 했다.

생태환경부는 또 28개 도시에서 525만가구가 10월 말이 다가오기 전에 석탄 난방을 가스나 전기로 바꾼다고 밝혔다. 그러나 난방을 우선 보장한다는 전제 하에 과거와 같이 무리하게 석탄 난방 퇴출을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대책안에서는 대규모 생산 중단 등의 엄격한 조치도 빠졌다. 로이터통신은 28개 도시의 PM -2.5 농도 4% 감축 목표가 지난달 업계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초안의 5.5%보다 낮아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침체기조가 지속되자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공기 질 대책에 대한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무역분쟁의 여파로 중국의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진 가운데 중국의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6.0% 증가하는 등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 태국, 친환경차 세금 혜택…'공기정화탑'도 설치


예년에 비해 이른 대기오염이 발생하면서 시민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태국도 장기적인 대책 마련에 시동을 걸고 있다. 태국의 경우 지난달 말 이후로 방콕과 인근 지역 공기 질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인체에 극히 해로운 초미세먼지 농도도 급상승했다. 차들이 내뿜는 매연에다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분진이 주원인으로 거론됐지만 예년과 비교해 내린 비의 양까지 적어 대기오염이 더 악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콘깬주의 경우, 이달 초 초미세먼지 수치가 한때 10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태국 정부는 초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보다 많은 친환경 차량이 운행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계획이다. 삭사얌 칫촙 교통부장관은 초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전기차(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등의 친환경 차량을 대상으로 세금과 등록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이달 초 현지언론을 통해 설명했다. 또한 삭사얌 장관은 배기가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차량에 대해서는 세금과 등록비를 올리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부는 또 단기 대책으로 오염관리국(PCD)과 협력해 방콕 및 주변의 15개 주(州)에서 초미세먼지가 안전 기준치를 넘어서는 지역을 중심으로 버스와 대형트럭을 대상으로 배기가스 배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산업부 산업국은 공장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공군의 드론(무인비행기)에 초미세먼지 탐지기를 설치해 대기오염을 신속하게 파악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태국 수도 방콕의 시내 중심가에 공기정화탑이 등장했다. 방콕시측과 까셋삿 대학이 협력해 만든 공기정화탑은 높이 약 4m에 폭이 1.5m가량이며 무게는 200㎏ 정도다. 시에 따르면 이 공기정화탑은 1천㎡ 면적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방콕시는 공기정화탑을 시험 가동해 본 뒤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될 경우, 방콕 시내 전역에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 초미세먼지 심각한 베트남...세계 1위 기록했음에도 대안 없어

▲베트남 하노이 미세먼지(사진=연합)


베트남은 이달 초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대기오염 지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분석 데이터 업체 ‘에어비주얼’(AirVisual)에 따르면 지난 1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대기오염지수(US AQI)가 최대 317까지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 570만대가 넘는 내연기관 오토바이가 다니는 하노이는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은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US AQI는 ‘좋음’(0∼50), ‘보통’(51∼100), ‘민감한 사람한테 건강에 해로움’(101∼150), ‘건강에 해로움’(151∼200), ‘매우 건강에 해로움’(201∼300), ‘위험’(301∼500) 등 6단계로 나뉜다. 하노이의 초미세먼지(PM 2.5) 수치는 258.6㎍/㎥까지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도시 전체가 뿌연 스모그로 뒤덮이기도 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 또는 등교하는 주민 대다수는 마스크를 착용했고 호흡기 환자도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비주얼은 90개 주요 도시의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오존 등 6개 대기오염물질을 기준으로 산출한 대기오염지수 순위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당초 US AQI 지수가 높은 도시는 하노이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173으로 2위를 기록했고, 쿠웨이트 쿠웨이트시티(162)와 중국 충칭(161)이 뒤를 이었다. 인천은 13위, 서울은 16위, 부산은 35위를 각각 기록했다.

이렇듯 초미세먼지 수준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당국에 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환경 당국은 계절적인 요인 외에 뚜렷한 원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하노이와 호찌민시가 대기 오염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지속 가능하며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이달 3일 언급했다. 푹 총리는 도심 지역에 있는 공장을 외곽으로 이전하거나 개인 소유 차량 수를 제한하고 또 노후 차량 및 오토바이들을 점검해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연자원환경부 래 꽁 타인 차관은 두 도시에 더 많은 대기관측소를 설치, 시민들에게 적시에 대기오염 상황을 경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수준에 이르렀다.


◇ 대기오염 개선됐다는 인도, 혹평 잇따라


▲스모그가 가득한 인도 뉴델리의 모습(사진=연합)


한편, 세계 최악의 공기 오염으로 악명 높은 인도 수도 뉴델리의 총리는 "대기오염이 크게 개선됐다"가 자화자찬해 비난을 받았다.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 주 총리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 계정과 주요 일간지 광고 등을 통해 뉴델리의 대기오염 수준이 25%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델리는 대기오염이 줄어드는 유일한 도시"라고 강조하면서 겨울을 앞두고 추수 농작물 쓰레기 연소에서 비롯되는 스모그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케지리왈 총리는 공기 질 개선의 근거 통계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인도 네티즌들은 크게 불만을 드러냈다. 뉴델리의 대기오염은 여전히 최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뿐더러 그나마 일부 개선된 것에 대해서도 뉴델리시가 기여한 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공기 질이 개선된 것도 뉴델리 외각에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시내 관통 차량이 줄었다는 주장이다.

뉴델리의 대기질은 해마다 10월 들어 나빠지기 시작한다. 뉴델리 인근 여러 주(州)에서 농부들이 추수가 끝난 후 논밭을 마구 태우는 바람에 엄청난 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0월 하순, 11월 초순께 디왈리 축제까지 시작되면서 이를 전후로 곳곳에서 터진 폭죽으로 대기오염은 최악 상황으로 접어든다.

여기에 낡은 경유차가 뿜어내는 매연, 도심 빈민이 난방과 취사를 위해 타이어 등 각종 폐자재를 태운 연기, 건설공사 먼지·공장 매연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뉴델리시는 10년 넘은 경유차 운행 금지, 디왈리 시즌 건설공사·발전소 가동 일시 중단, 교차로에 대형 공기청정기 설치, 시내버스에 공기 정화 필터 부착 등의 방안을 도입했지만, 눈에 띄는 개선 효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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