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위기의 문화 콘텐츠 산업, 돌파구 찾아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0.22 10:14

전경우 미래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


21세기의 비틀즈라고 불리는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활약이 눈부시다. 비틀즈가 전성기 시절에도 이루지 못했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한 방탄소년단의 성취가 어디까지 이를 것인지 모두가 궁금해 하고 있다. 유엔에서 연설을 하는 등 세계의 눈과 귀가 방탄소년단에 쏠리고 방탄소년단의 춤과 노래를 따라하며 꿈을 키우는 아이들이 지구 곳곳에 존재한다. 방탄소년단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팬들을 사로잡고 있는 글로벌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방탄소년단이 창출하고 있는 경제적 효과 역시 대단하다. 올 상반기 미국과 브라질, 유럽 등지에서 공연을 펼친 방탄소년단은 티켓값으로만 789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000억원 가까이 벌어들였다. 부산에서 열린 글로벌 팬미팅과 콘서트에는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대만에서는 에어부산을 이용해 부산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일주일 사이에 50%나 증가하였다. 덕분에 공연장 인근의 호텔은 모두 동이 났고 관광과 음식업 매출도 깜짝 상승하였다.

방탄소년단의 활약에 힘입어 여행과 서비스 산업, 화장품과 의류 등 소비재 산업이 덩달아 성장하게 되고 이로 인해 1조4000억원 이상의 부가 가치가 창출될 것이라고 현대경제원은 전망하였다. 사회관계망(SNS)과 유튜브 등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방송과 통신 기술이 급속도로 향상되면서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한국의 팝과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 산업이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 콘텐츠 산업의 발달은 화장품 등 소비재 산업과 관광 등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게 되고 이를 통해 국가 경제 발전과 국가의 브랜드 가치 상승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 7월 발표한 ‘한류 문화콘텐츠 수출의 경제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지식정보, 방송, 광고 등 콘텐츠 산업 매출은 116조3000억원으로 그 전해의 110조 5000억원에 비해 5.2% 증가하였다. 최근 5년간 연평균 5.2%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2018년 한국의 문화 콘텐츠 수출액은 75억 달러, 우리 돈으로 8조9000억원에 이르러 한 해 전보다 8.8%나 늘어났다. 문화 콘텐츠 수출액은 2014년 이후 최근 5 년간 연평균 9.2% 성장하였다.

또한 문화 콘텐츠 수출액이 한국의 수출 주력 상품인 가전 수출액을 처음으로 추월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콘텐츠 수출로 인한 생산 유발 효과도 2018년에만 40조원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중 문화 콘텐츠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2%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18년 13대 수출 주력 품목 중 가전 수출액(72억2000만 달러)을 추월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 문화 콘텐츠 산업이 TV, 냉장고 등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했던 수출 효자 품목을 제치고 새로운 우리 경제의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2011년~2016년 우리나라 한류 문화 콘텐츠 수출액과 화장품을 비롯한 식품, 의류 등 소비재 수출액을 조사해 보았더니, 한류 문화 콘텐츠 수출이 100달러가 되면 그로 인한 소비재 수출액은 250달러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문화 콘텐츠 산업의 성장으로 인해 제2, 제3의 부가 가치들이 줄줄이 엮여 창출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한류 문화 콘텐츠 산업이 무너지면 화장품 등 소비재 산업과 관광 등 서비스 산업까지 덩달아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미디어, 문화 콘텐츠 산업은 사실 엄청난 위기를 맞고 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해외 거대 자본을 앞세운 미디어 기업들의 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고 국내 미디어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이들 해외 기업에 잠식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 미디어 산업은 각종 규제와 낡은 사고방식 등으로 인해 해외 거대 미디어 기업에 맞서 싸울 준비가 돼 있지 않다. 해외 기업과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도록 덩치를 키우고 양질의 콘텐츠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국내 미디어 콘텐츠 산업도 약화되고 이에 따른 소비재 산업과 서비스 산업의 쇠퇴가 불가피하다. 문화 콘텐츠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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