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브렉시트 3개월 탄력적 연기 결정...英 '조기총선'이 변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0.29 14:07

▲브렉시트 (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이달 31일에 예정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가 또다시 미뤄지면서 보리스 존슨 총리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조기총선’이 브렉시트의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영국 하원의 저지로 인해 브렉시트가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존슨 총리가 ‘의회 해산’을 의미하는 조기 총선을 ‘비장의 카드’로 꺼낸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어 브렉시트를 둘러싼 향후 전망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 EU, 브렉시트 시한 내년 1월 말까지 ‘탄력적’ 연장

28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회원국은 다가온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시한을 내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EU 27개 회원국이 영국의 브렉시트 ‘탄력적 연기’(flextension) 요청을 수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탄력적 연기’는 EU와 영국이 최근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안을 영국 의회가 비준할 경우 약속된 시한보다 먼저 탈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앞서 존슨 총리는 EU와의 새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하원 승인투표(meaningful vote)가 좌절되자 ‘벤 액트’에 따라 브렉시트를 내년 1월 31일까지 연기하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이달 19일 EU에 발송했다. 더 이상 브렉시트를 연기할 수 없다는 게 존슨 총리의 주장이었지만 법률 미준수 가능성으로 인해 마지못해 서한을 EU측에 보내게 된 것이다.

이번 결정은 EU 27개 회원국 대사들이 이날 오전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그동안 단기 연기를 주장했던 프랑스 정부가 3개월 연기에 동의하면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었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이날 EU 27개국 대사 회동 후 "짧고 효율적이고 건설적인 만남"이었다면서 "결정이 내려져 기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AFP통신은 "이번 브렉시트 연기안은 영국 의회가 내년 이전에 브렉시트 합의안을 비준할 경우 영국이 11월 30일 혹은 12월 31일에도 떠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영국 의회가 비준할 경우 탈퇴 가능일이 12월 1일이나 내년 1월 1일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오는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는 내년 1월 31일까지 다시 연장됐으며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도 당분간 피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결정은 문서를 통해 공식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와 관련된 별도의 EU 정상회의는 개최되지 않을 전망이다. 영국 정부 측의 동의를 거친 후 24시간 이내 EU 회원국의 추가적인 이의 제기가 없으면 발효된다. 로이터통신은 한 EU 관리를 인용해 이번 결정은 29일 정도 공식 채택될 것으로 보이지만 관련 절차는 30일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또한 EU 집행위원 후보를 지명해야 하며, 브렉시트 합의안 재협상은 없다는 데 동의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오후 투스크 상임의장에게 이같은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공식 수락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존슨 총리는 서한에서 "정부 의지에 반하는 유럽연합(탈퇴)법으로 인해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공식 확정하는 것 외에는 나에게 재량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하지 않는 EU 회원국 지위 연장은 우리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존슨 총리는 이어 내년 1월 31일 이후로 추가 브렉시트 연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EU 회원국이 명확히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이로써 브렉시트는 지난 2016년 6월 국민투표 이후 이번까지 지금까지 세 번 연기된 상황이다. 앞서 EU와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가 체결한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하원 승인 투표에서 3차례나 부결되면서 당초 지난 3월 29일로 예정됐던 브렉시트는 4월 12일에 이어 이달 31일로 이미 두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에 영국 정부는 북아일랜드에 ‘두 개의 관세체계’를 동시에 적용하는 것을 골자를 하는 새로운 합의안에 대해 EU와 타결했으나 영국 하원은 합의안 승인투표를 앞두고 보수당 출신 무소속 의원인 올리버 레트윈 경의 수정안에 대해 먼저 표결을 실시했다.

‘레트윈 수정안’은 브렉시트 관련 이행법률이 최종적으로 의회를 통과할 때까지 존슨 총리의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을 보류하는 내용이며 해당 수정안은 범 야권의 지지 속에 찬성 322표, 반대 306표로 16표차 가결됐다. 이에 존슨 총리는 예정됐던 승인투표를 취소하면서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편지를 EU에 보낸 것이다.


◇ 존슨 총리의 ‘비장의 카드’ 조기 총선, 세 번째 부결

▲보리스 존슨 총리(사진=AP/연합)


이렇듯 브렉시트에 대한 시한이 연장되면서 영국 내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존슨 총리가 추진하는 조기 총선이 브렉시트의 최대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교착 상태 타개를 위해 "EU가 브렉시트를 내년 1월 31일까지 석 달 연기하는 데 합의할 경우 12월 12일 총선을 실시하기 위한 동의안을 상정하겠다"고 밝히는 등 조기 총선을 촉구하고 있다. ‘의회 해산’을 의미하는 총선을 통해 보수당 단독으로 과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 하원 내 아군이 늘어나 자신의 합의안을 수월하게 통과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하원의 벽에 또다시 가로막히게 됐다.

영국 하원은 28일(현지시간) ‘고정임기 의회법’(Fix ed-term Parliaments Act 2011)을 토대로 존슨 총리가 상정한 조기 총선 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했는데 표결 결과 찬성이 299표, 반대가 70표로 동의안 통과에 필요한 전체 의석의 3분의 2 찬성을 얻지 못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이 이번 표결에 기권한 데 따른 것이다. 고정임기의회법에 따르면 조기 총선이 열리기 위해서는 하원 전체 의석(650석)의 3분의 2 이상, 즉 434명의 의원이 존슨 총리가 내놓은 조기 총선 동의안에 찬성해야 한다. 앞서 존슨 총리는 지난달에도 두 차례 조기 총선 동의안을 내놨지만 하원에서 잇따라 부결됐다. 이날까지 세 차례 조기 총선 동의안에서 존슨 총리가 얻은 찬성표는 298표와 293표, 299표로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슨 총리는 조기 총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그는 표결 직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12월 12일 총선을 개최한다’는 내용의 ‘단축 법안’(short bill)을 29일 다시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존슨은 의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더 이상 나라를 인질로 잡고 있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고정임기의회법에 따른 조기 총선 동의안과 달리 ‘단축 법안’은 다른 하원 과반 지지를 얻으면 통과하게 된다.

존슨 총리의 조기 총선 재추진은 제2, 제3 야당인 스코틀랜드민주당(SNP)과 자유민주당의 입장 변화에 따른 것이다. 전날 조 스위슨 자유민주당 대표는 정부가 주장해온 12월 12일이 아닌 12월 9일 총선을 개최하면 이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스위슨 대표는 브렉시트가 1월 31일까지 연기되고, 존슨 총리가 이를 준수하면서 총선 이전까지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추진을 보류한다면 12월 9일 조기 총선 개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오는 29일 의회 토론을 거쳐 30일 총선 실시에 관한 ‘한 줄짜리 법안’(one-line bill)을 통과시킨 뒤 ‘여왕재가’까지 거치면 이번 주에 의회를 해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에서 총선이 열리기 위해서는 평일 기준으로 총선일로부터 25일 이전에 의회가 해산해야 하는 만큼 역산하면 12월 9일 총선 개최가 가능하다.

SNP 역시 자유민주당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12일 총선을 실시하면 방학이 시작된 대학생 등 젊은층의 투표 참여율이 저조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9일을 총선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는 SNP, 자유민주당의 요구와 달리 9일이 아닌 12일 총선 개최 입장을 고수하기로 한 만큼 과연 SNP와 자유민주당이 이에 찬성표를 던지느냐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존슨 총리가 내놓은 ‘단축 법안’을 자세히 살펴본 뒤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코빈 대표는 그러나 노동당이 총선 개최에 찬성하기 위해서는 존슨 총리가 ‘노 딜’ 브렉시트를 배제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나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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