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D-365] 민주 워런 당선시 "美 에너지산업 지각변동"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1.05 07:51

"임기 첫날 원유 신규시추 권한 부여 중단 등 행정명령 서명"

프래킹 비중 줄이고 배출가스 없는 발전원 100% 대체 계획

프래킹 금지법 시행시 연방정부 소유 석유업체들 타격

전문가들 "국제유가 천연가스 가격 상승시 美경제에도 악영향"

재생에너지 분야는 호재 작용…10년간 1조달러 투자키로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당선될 경우 미국의 에너지 산업이 거대한 지각변동을 맞이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워런 의원은 올해 9월 자신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청정에너지 계획의 일환으로 임기 첫날, 공공 및 연방정부 소유 부지에 원유 신규시추 권한 부여를 중단하고, 수압파쇄법(프래킹)을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워런 의원은 프래킹을 금지시키는 대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발전원의 비중을 100%로 늘릴 계획이다.

프래킹은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는 물, 화학제품, 모래 등을 혼합한 물질을 고압으로 분사해 바위를 파쇄하고, 여기에서 석유와 가스를 분리해 내는 공법을 의미한다. 프래킹은 미국의 셰일 붐을 일으키는 데 일조하는 동시에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6년부터 본격적인 ‘셰일 붐’으로 에너지 패권 장악에 나서기 시작했다. 미국은 지난해 초 사우디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를 빼앗았고 내년부터는 에너지 수출이 수입을 앞지르는 ‘에너지 순수출국’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아가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이라는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셰일 붐에 따른 일자리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미국석유협회(American Petroleum Institute)에 따르면 현재 1000만명 이상의 근로자가 석유·가스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확장하는 미국의 셰일 산업이 자국의 이익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워런 의원이 공약으로 내세우는 ‘프래킹 금지법’은 미국의 에너지 패권은 물론 미국의 석유산업에 이어 경제까지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프래킹 금지법이 의회를 통과해 실제 발효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이러한 움직임 자체가 미국의 석유산업을 위축시켜 석유 생산량이 결국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대부분의 셰일오일 생산지는 개인·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다. 이에 프래킹 금지법이 발효되면 연방정부 소유 영토에 활동하는 석유 업체들이 가장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워런 의원의 공약은 현재 미국 에너지 업계가 운영하고 있는 방향과 정반대"라며 "업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큰 변화들이 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라피단 에너지그룹의 밥 맥날리 사장은 "이는 미국의 석유 및 가스 붐을 증발시킬 것"이라며 "석유와 가스 산업에 분명한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실제 워런 의원이 프래킹을 금지하겠다는 내용을 지난 9월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이후, 데본, 콘초, 옥시덴털석유, 체서피크 에너지 등 미국 석유회사의 주가는 6% 이상 하락했다.

이렇듯 ‘프래킹 금지법’으로 인해 미국 내 셰일 오일·가스 생산량이 줄어들면 천영가스와 국제유가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스턴에 본사를 둔 에너지 투자은행 튜더 피커링 홀트(Tudor Pickering Holt and Co.)에 따르면 만약 프래킹 금지법이 시행될 경우 석유와 천연가스의 가격은 각각 배럴당 150달러, MMBtu당 1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달 1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천연가스 가격은 각각 배럴당 56.2 달러, 2.79 달러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투자회사 번스타인(Bernstein)의 밥 브라켓 애널리스트는 투자노트를 통해 "미국의 모든 지역에서 프래킹을 금지하겠다는 법안은 국제유가와 미국 천연가스의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금융회사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의 윌리암 페더스톤은 "해당 법안이 발효되면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가 침체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가격이 상승하면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만약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올랐다고 가정할 경우, 석유에 대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현재 200억 달러(약 23조 2120억원)에서 2000억 달러(약 232조 1200억원)까지 뛸 수 있다"며 "이는 달러를 약화시키면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약 3000억 달러(약 348조1500억원) 가량의 추가지출까지 일어나 미국 경제는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산관리업체 레퀴지트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브린 터킹턴도 "석유생산은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부분이며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의 경우 과거 셰일 붐으로 인해 휘발유 가격이 저렴해지고 인플레이션율도 진정되고 중동지역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게 됐다"며 "프래킹 금지법이 시행되면 이러한 장점들이 모두 사라져 결국 침체기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튜더 피커링 홀트의 애널리스트는 "미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발전부문에서도 주거·산업 등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에서의 프래킹 금지법은 미국 경제를 희생시키면서 외국 석유생산업체들에게는 오히려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거대 석유기업 엑슨모빌의 닐 한센 부사장은 "프래킹을 금지하거나 미국의 석유 공급량을 위축시킨다 해도 석유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줄어들지 않는다"며 "미국의 공급감소분은 결국 다른 국가의 업체들이 메우겠지만, 국제유가는 크게 뛸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자세한 내용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영향력을 자세하게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그러나 퍼미안 분지 등과 같이 셰일 오일 생산지에 대한 개발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엑슨모빌은 뉴멕시코, 알래스카, 델라웨어, 멕시코 만 등 연방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반면 워런 의원은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량을 위축시키는 대신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100%까지 채우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워런 의원의 공식 선거매체인 ‘팀 워런’(Teamwarren)에 따르면 워런 의원은 2028년까지 새로 건설되는 모든 상업용·주거용 건물의 탄소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고, 2030년까지 승용차, 트럭과 버스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낮추고 2035년까지 발전부문에서 100% 재생에너지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2030년까지는 100% 탄소중립국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CNBC는 "워런 정권이 새로 출범할 경우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상당한 호재가 따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를 100%로 충당하기 위해선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의 총 발전량은 40만1363 기가와트시(GWh)로 집계됐다. 이 중 수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은 5만 5229 GWh로 약 14%를 차지했다. 원자력 발전까지 포함될 경우 발전량은 12만 7140 GWh(약 32%)까지 커진다. 석탄, 천연가스, 석유 등의 화석연료가 나머지 68%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상당한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워런 의원은 "향후 10년 동안 1조 달러(약 1159조원)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며 "이 비용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부유한 개인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하했던 세금을 다시 인상하면서 충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를 현행 최고 35%에서 21%로 낮추고, 개인소득세도 최고 39.6%에서 37%로 낮추는 내용의 감세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내용을 담긴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혁안은 지난 2017년 12월 미 의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의 또다른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프래킹 금지법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美 민주당, 대선 1년 앞두고 치열한 후보경쟁




한편,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주자들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공화당은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후보 확정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고 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모두 26명의 주자가 출사표를 던졌다가 9명이 중도에 하차했지만 아직도 17명이나 되는 주자들이 남아 있다.

3일(현지시간) 공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 여전히 수위를 달리고 있지만 최근 들어 워런 의원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바이든과 워런이 앞서고 샌더스가 뒤쫓는 ‘2강 1중’ 구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즉 바이든 대세론이 약화하면서 바이던과 워런이 수위를 다투는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가 지난달 27~30일 실시한 공동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이 민주당 지지층과 민주당 성향 무당층에서 9월 초 조사 때와 같은 27%로 선두를 달렸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4%포인트 오른 21%,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19%를 기록했다. 폭스뉴스가 지난달 27~30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바이든 31%, 워런 21%, 샌더스 19% 순이었다. 피터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7%로 4위에 올랐다. 또 월스트리트저널과 NBC의 지난달 27~30일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27%, 워런 23%, 샌더스 19% 순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 경선은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100일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매우 경쟁적이고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워런과 샌더스가 바이든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은 워런과의 오차범위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내년 7월 13일부터 16일까지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후보자를 확정한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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