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3대 지수 사상 최고치...올해 수익률 20% 넘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1.05 15:29

▲(사진=AP/연합)



미국 뉴욕증시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고 있음에도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강세를 보이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증시는 올해 들어 무려 20% 급등하는 등 전 세계 주요국 증시를 압도하고 있다.

4일(미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14.75포인트(0.42%) 상승한 27,462.11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1.36포인트(0.37%) 오른 3,078.2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46.80포인트(0.56%) 상승한 8,433.20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종목별로는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언더아머 주가가 18% 이상 폭락했다.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했지만 올해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한 데다 회계 문제와 관련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힌 점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업종별로는 에너지가 3.1%가량 상승했고 산업주도 약 1.2% 오르며 장을 이끌었다. 경기 방어주인 유틸리티는 약 1.3% 내렸다.

다우지수는 지난 7월 중순 이후 약 4개월 만에 종가 및 장중 가격 모두에서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S&P 500 지수와 나스닥도 지난주에 전고점을 돌파한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S&P 500 지수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22.79% 급등했는데, 이는 지난 2013년 이후로 6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종목별로는 애플의 주가가 연초 대비 63.06% 상승하며 수익성이 가장 좋은 종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 기간 인텔, JP모건체이스,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는 각각 22.37%, 29.72%, 36.20% 올랐다. 5대 IT기술주인 ‘팡(FAANG)’에서도 애플의 상승세가 돋보인다. 연초 대비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주가가 각각 43.51%, 17.25%, 25.20%, 22.28% 상승했는데 애플의 수익률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주가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신의 돈을 잘 써라"고 말했다. 1시간 뒤 추가 트윗에서도 "증시가 역대 최고치"라며 "가짜뉴스들이 말하고 싶은 것들은 모두 탄핵 거짓말"이라고 덧붙였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성장둔화와 미·중 무역갈등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소비와 고용시장의 훈풍 속에 미국의 탄탄한 내수 경기가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경기침체 안 온다"…미중 무역협상도 호재


실제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3분기 성장률과 10월 고용 등 핵심 경제 지표들이 모두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주가 상승에 일조했다. 지난 10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취업자수는 전월 대비 12만 8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 예상치(7만 5000명)를 상회했다. 이는 전월의 18만명보다 크게 줄어들었고 올해 5월(6만2000명 증가) 이후 가장 낮은 증가 폭이지만 제너럴모터스(GM) 파업 등의 이슈를 고려하면 양호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6주간 이어진 자동차회사 GM의 파업과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낮아진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을 감안하면 미국의 10월 고용지표는 견고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미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미국의 실업률은 3.5%로, 지난 50년을 놓고 보면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반면 경제지표는 다소 부진했다. 지난 9월 미국의 공장재 수주 실적이 전월보다 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 예상치(0.5%)를 하회했다. 그러나 이는 장세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이러한 고용 호조 등에 힘입어 경기침체가 단기간 내에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형성됐고, 이것이 결국 주요 지수 반등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3분기 실적도 우려보다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 팩트셋에 따르면 현재 S&P 500 지수 포함기업 중 약 350개가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들 중 75%가량이 예상보다 우수한 순익을 달성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점도 주가를 끌어 올렸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주말 인터뷰에서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 정부 판매 허가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 몇십 곳을 수출 거래 제한 기업명단에 올렸다. 미국은 이후 기업들로부터 화웨이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허가 요청을 받아 이를 심사해 왔다.

로스 장관은 또 ‘1단계 무역협정’이 이달 체결될 수 있다면서, 양국 정상회담이 아이오와나 알래스카, 하와이 또는 중국의 어느 지역 등 여러 군데 중 한 곳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앞서 아이오와를 비롯해 미국 내 어디서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오와주는 미국 내에서 최대의 대두, 옥수수, 돼지 생산 지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협상 상황에 대해 "진전이 있다"며 "먼저, 나는 합의를 원한다. 내 말은, 내게는 회담 장소는 꽤 쉬울 것이라는 의미"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두 정상의 만남 시기와 장소에 대한 질문에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방식으로 계속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말 올해 들어 세 번째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저금리 유지 기조를 확인한 점도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근원 물가 상승률이 목표인 2%를 달성할 때까지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현 금리 수준에 만족한다면서, 경제가 예상대로 성장할 경우 당분간 금리를 추가로 내릴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경기 침체가 당분간 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JP모건의 미슬라브 마테즈카 글로벌 및 유럽 주식 전략 대표는 "역사적으로 경기 침체는 실업률이 바닥을 치고 1년 정도 후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면서 "다시 말하면 미국 경제가 지속적인 둔화라고 보기 위해서는 실업률이 상당 기간 상승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양호한 상황. 향후 경기침체가 오기 전에 증시가 최고치를 계속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노스웨스턴 뮤추얼 자산운용의 브렌트 슈트 수석전략가는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영입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며 "경기순환적 관점에서 볼 때 당장은 침체가 올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만약 정책적 실수나 판단 착오가 나온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경제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믿음이 뉴욕증시를 최고치로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S&P 500 지수가 올 들어 20% 이상 급등했을 때 같은 기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일본 니케이 225 지수는 각각 19.31%, 14.17% 올랐다. 한국 코스피 상승률은 4.47%에 불과했다.

또한 글로벌 벤치마크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미국 지수도 이달 초까지 약 23%의 급등했다. 이는 유럽 지수(15%), 중국 지수(10%), 신흥시장 지수(9%)를 큰 폭으로 압도하는 수치다. 미국 시장을 제외한 MSCI 지수(AC World ex USA)는 같은 기간 13%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WSJ은 글로벌 증시의 흐름이 동조화하기보다는 각국의 경제 상황에 맞춰 다변화하는 가운데 미국 시장에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미국 증시의 가격 부담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도 ‘가격 프리미엄’을 부담하면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WSJ은 "미·중 무역갈등이 해소된다면 유럽과 아시아의 수출주도 국가들에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실제로는 미국 시장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 일각선 "증시·채권 수익률, 향후 10년간 부진할 것"


이렇듯 미국 뉴욕증시가 치솟고 있는 상황임에도 앞으로 10년 간 증시와 채권이 모두 부진한 수익률을 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60%의 증시와 40%의 채권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투자 포트폴리오의 향후 10년간 수익률이 4.1%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의 앤드루 쉬츠 전략가는 "밸류에이션은 향후 5~10년간 투자자들의 투자 경험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면서 "현재 밸류에이션은 앞으로 투자자들이 투자를 예측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많아질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중앙은행의 완화 정책 등으로 인해 그동안 경제 확장이 이어졌다"며 "이는 미 증시가 역사상 두 번째로 긴 강세를 나타내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뉴욕증시는 지난 10년 동안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작년 말에 주가가 폭락하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상승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채권 시장 역시 지난 2010년 역시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장기 국채를 추종하는 아이쉐어즈 20+ 국채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들어 14% 올랐다.

이렇듯 미 증시가 역사상 두 번째로 긴 강세를 나타내면서 ‘오를 만큼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쉬츠는 "현재 밸류에이션이 최고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것은 향후 탄탄한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쉬츠는 이어 금융 위기 이후 세계 중앙은행들이 부양책을 펼친 것 등이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 10년간 16.9에서 19.6으로 16% 올랐다.

아울러 그는 "향후 10년간 더 긍정적인 전망을 가진 투자처는 영국 증시와 신흥 시장 채권을 꼽을 수 있다"며 "현재 영국 증시는 세계 증시 대비 낮은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고 신흥국 채권의 경우 비슷한 변동성을 가진 비슷한 자산과 비슷한 장기적 수익률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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