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성의 눈] 애꿎은 노후경유차 때리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1.06 13:25

에너지환경부 전지성 기자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 가서 눈 흘긴다" 엉뚱한 데 가서 화풀이를 한다는 의미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정부는 최근 미세먼지 대책을 또 내놨다. 이번 대책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계절 관리제다.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에 해당하는 12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노후차의 운행을 상시로 제한한다. 계절 관리제는 지난 9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이끄는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제안한 내용이다. 정부가 이를 수용해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계절 관리제가 시행되면 우선 수도권을 대상으로 일정 계도기간을 거쳐 노후 경유차 등 배출가스 5등급 차 223만대 운행이 상시로 제한된다. 생계형 차량, 저공해 조치 완료 차량 등을 뺀 114만대가 대상이다. 2019년 6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는 2344만4165대다. 즉 단속 대상은 전체 차량의 4% 정도다.

서울시는 "도심 교통정체와 미세먼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며 도심지인 ‘녹색교통지역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을 강력히 실시하고 있다. 저공해 사업 추경예산 확보 및 저공해 조치 지원대상 확대 등 5등급 차량의 저공해 조치 실적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며 안내문 우편발송, 언론매체 홍보 및 대중교통 외부 광고 등 운행제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무언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차량 운전자들은 ‘지금은 자동차가 안 다녀서 하늘이 맑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무엇보다 전체 4%에 불과한 차량 때문에 미세먼지가 심해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가 어렵다. 몇 년 전 ‘고등어를 구울 때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는 발표 만큼이나 황당하다.

생계형 차량은 단속대상에서 제외라는 것도 기준이 모호하다. 가구나 식품 등 물건을 나르는 차만이 생계형이란 말인가? 출퇴근은 생계가 아닌가? 조기폐차 지원금도 마찬가지다. 최대 165만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신규 경유차 재구매를 억제하기 위해 경유차 취득세·보유세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노후경유차 소유주들이 새로 친환경차를 구매하려면 중고라고 해도 최소 1000만원 이상은 지출해야 할 것이다. 본질적인 원인규명은 여전히 모호한 상황에서 애꿎은 노후경유차가 정책적인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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