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기후변화, 석유산업 최대 위협"...수요 파괴시키는 리스크로 거론

전기차 확대도 소비 감소요인

OPEC 4위 산유국 쿠웨이트는 환경문제로 목표치 낮춰 주목

非OPEC 석유공급량도 늘어 OPEC 회원국 균형위해 감산 불가피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중장기적 글로벌 석유수요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 기조를 이어가는데다 비(非)OPEC 산유국을 중심으로 석유 공급량이 증가하고 있는 점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석유수요가 과거 예측됐던 수준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원유 수요에 부담이다.

7일 오일프라이스닷컴, 로이터통신 등의 외신에 따르면 OPEC은 최근 ‘세계 석유 전망(WOO)’ 보고서를 통해 2023년까지 석유 소비량이 일평균 1억 39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예측한 1억450만 배럴보다 하향된 수준이다.

모하메드 바킨도 OPEC 사무총장은 "최근 들어 세계 경제와 글로벌 성장률에 대한 스트레스 신호가 불거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글로벌 석유 수요를 하향 조정했다"며 "이에 따라 2040년까지 원유 수요를 1억 1060만 배럴로 낮췄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장기적으로 인도 등의 신흥국들이 석유 수요를 꾸준히 견인하는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수요는 2020년에 피크를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OPEC은 글로벌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회원국이 앞으로 생산하는 석유량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OPEC은 "2024년까지 OPEC이 생산하는 석유와 기타 석유제품의 규모가 일평균 3280만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올해 예측됐던 3500만 배럴에서 줄어든 수치다.


◇ OPEC 석유수요 둔화 이유에 ‘기후변화’ 주목


특히 OPEC이 ‘기후변화’를 석유수요 둔화의 이유 중 하나로 꼽은 점이 눈길을 끈다. 그간 OPEC 회원국들은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석유를 수출하면서 먹고 사는 만큼 기후변화와 원유 시장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OPEC은 이같은 예상을 뒤집고 앞으로 기후변화가 석유 산업에 큰 위협 요인이 될 거라고 인정했다.

앞서 바킨도 사무총장은 올해 7월에도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환경운동가들이 앞으로 석유산업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석유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커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스웨덴 출신 ‘환경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고맙다, 우리에 대한 최고의 칭찬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의 닉 커닝험 연구원은 "OPEC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수요를 파괴시키는 리스크로 거론됐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며 "이번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라는 단어가 50회 가량 언급됐고 전기차가 세계적으로 탄력을 받고 있는 추세인 점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2040년까지 세계에서 운행되는 차량 중 거의 절반이 전기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는 석유를 대체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앞서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전기차가 2040년에 일평균 64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대체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연비 개선 등까지 고려하면 최고 750만 배럴이 감축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업계의 움직임과 이를 촉구하는 환경단체들로 인해 석유 수요와 공급이 결국 영향을 받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블룸버그에 따르면 OPEC 회원국인 쿠웨이트는 기후변화가 석유에 대한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석유 생산능력의 하향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웨이트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OPEC 내 4위 산유국이다.

블룸버그는 관계자를 인용해 "국영기업 쿠웨이트 석유공사(KPC)는 2020년까지 석유 생산능력을 일평균 400만 배럴에서 312만 5000배럴로 감축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론 2040년까지 석유 생산능력을 475만 배럴에서 400만 배럴로 낮출 수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KPC의 석유 생산능력은 300만 배럴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쿠웨이트 정부는 당초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석유생산량을 늘릴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바킷 알 라시디 KPC 최고경영자(CEO)는 2017년 7월 2040년까지 쿠웨이트 석유 생산능력을 일평균 475만 배럴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최소 2030년부터는 일평균 400만 배럴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PC는 지난해 워유 생산량을 늘리기 2040년까지 약 5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쿠웨이트 국영통신 KUNA는 지난 4월 "정부의 2040년 목표 일환으로 쿠웨이트는 중질 원유 생산량을 현재 일평균 6만 배럴에서 내년 1월까지 43만 배럴로 늘릴 계획이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포티오스 카소울라스 애널리스트는 "OPEC 회원국에서 기후·환경 문제로 생산목표치를 낮추는 경우는 쿠웨이트가 처음이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도 "이러한 변화는 기후 관련 이슈들이 산유국의 석유생산 전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OPEC 회원국이 인정하는건데, 이는 정말 흔하지 않다"며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세계 국가들이 향후 몇 십 년 동안 석유를 계속 소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OPEC은 석유 수요 위축 여부가 언제가 될지를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OPEC은 기후변화가 석유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란 전망에 완전히 굴복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바킨도 사무총장은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의 친환경 수단이 크게 성장하는 와중에도 석유와 가스는 2040년 글로벌 에너지 수요의 50% 이상을 충족할 가능성이 크다"며 "석유 수요에 대한 증가 폭이 과거보다 다소 둔화된 건 맞지만, 5년 간격으로 봤을 때 석유 수요는 결국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이런 수요 증가를 충족하기 위해 204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석유 산업에 10조 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며 "OPEC 회원국들은 석유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필요한 투자를 적극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OPEC은 석유 산업이 기후 변화 해결책의 한 부분이 될 필요가 있다면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 ‘풍부한 석유공급량’, 수요 떨어트리는 또다른 요인

석유 공급 측면에서는 비OPEC 산유국들이 이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부터 시작된 ‘셰일 붐’에 힘입은 미국의 경우 산유량이 현재 일평균 1200만 배럴에서 2024년 1690만 배럴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OPEC은 2029년께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일평균 1740만 배럴로 피크를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OPEC 산유국들은 글로벌 시장의 균형을 맞추고 국제유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석유공급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OPEC은 러시아 등과 같은 산유국들과 함께 OPEC+를 결성하면서 2020년까지 감산을 약속하는 정책을 따르고 있다. OPEC+ 산유국들은 다음달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추가 감산까지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이 현재 OPEC 회원국인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경제제재까지 가한 점을 고려하면 OPEC의 석유공급량은 단기간 증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바킨도 총장은 "현재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은 기대치를 뛰어넘는 수준이다"며 "이에 미국의 산유량 전망을 대폭 상향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 이외에도 캐나다, 브라질, 노르웨이, 카자흐스탄, 가이아나 등의 기타 비OPEC 국가들의 생산량 역시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바킨도 총장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국 승자는 OPEC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미국에서 셰일가스의 성장은 둔화되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 전례 없는 성장으로 인해 현재 미국은 역풍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비OPEC 산유국들의 석유공급량은 2026년에 일평균 7260만 배럴을 찍되, 2040년에는 6640만 배럴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바킨도 총장은 "길게 보면, 결국 OPEC이 글로벌 석유수요의 대부분을 충족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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