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엔진의 변신은 '무죄'...에픽게임즈, 언리얼 업고 '질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1.11 10:48

▲에픽게임즈 지스타 2019 부스 조감도(사진제공=에픽게임즈코리아)


세계적인 게임개발사이자 게임엔진 개발기업인 미국의 에픽게임즈가 게임엔진을 앞세워 주요 산업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에픽게임즈가 보유한 게임엔진의 디자인 기술이 영화, 방송, 건축과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각광을 받으면서 에픽게임즈에 대한 기대감 역시 전 산업군에 걸쳐 높아지는 분위기다.


◇ '래미안' 아파트부터 '뽀로로'까지…비게임 분야로 '영토확장'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축과 자동차, 영화, 방송 등 일반 산업군을 중심으로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게임엔진 '언리얼 엔진' 기술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에픽게임즈 코리아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신세계 센텀시티 몰을 설계한 '해안건축'은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을 도입했고, 아파트 건축 시각화 토털 솔루션 기업인 ‘레이존’은 삼성물산의 '래미안' 아파트 건축 및 대전 유성복합터미널 '빅 도어' 건축을 위한 시각화 작업에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다.


언리얼 엔진에 관심을 두는 곳은 건축 분야 뿐이 아니다. 국내 방송사들 역시 눈길을 돌렸다. 지난 4월 KBS가 제작해 방영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시민의 탄생' 제작에는 언리얼 엔진이 활용됐고, MBC 드라마 '아이템', '군주-가면의 주인',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과 예능 프로그램 '두니아-처음만난 세계', 다큐멘터리 '미래인간 AI', '10년 후의 세계' 제작에도 언리얼 엔진을 활용됐다.

영화 '신과 함께'로 유명한 '덱스터 스튜디오'도 에픽게임즈의 고객사다. 영화 '명량', '해운대' 등에서 뛰어난 VFX 기술을 선보인 '모팩 스튜디오'도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다.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뽀롱뽀롱 뽀로로'의 제작사 '오콘(OCON)'도 자회사 'The2H'와 함께 영화와 게임을 접목한 고품질의 몰입형 시네마 체험 및 시뮬레이터 등의 콘텐츠 제작에 언리얼 엔진을 활용하고 있다.


◇ 게임 개발 목적으로 만들었던 '게임엔진'…글로벌 전 산업군 '관심'↑

▲엔지니어링 및 설계 기업인 HKS는 언리얼엔진을 활용한 텍사스레인저스의 새로운 보금자리 ‘글로브 라이프 필드’ 건설을 진행 중이다. 이 경기장은 투명한 패널의 접이식 지붕이 있고 약 4만 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구장이다. 오프라인으로 시각화 작업을 하기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언리얼 엔진을 활용하면 손쉽게 리얼타임 프레젠테이션이 가능하다. (사진제공=에픽게임즈코리아/HKS의 랜더링 영상 캡처)


'게임 엔진'은 디지털 상에서 그래픽을 구현하는 데 쓰이는 소프트웨어다. 앞서 에픽게임즈는 자사의 게임 개발을 목적으로 ‘언리얼 엔진’을 개발했고 이후 수많은 개발사들이 이를 활용해 수많은 게임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비게임 분야에서도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다. 가령 아파트 조감도 CG(컴퓨터 그래픽)를 리얼타임으로 둘러보거나 영화 속 가상 CG캐릭터도 현장에서 바로 모니터링해보는 식이다. 아직 양산되지 않은 자동차나 피규어 제품도 언리얼 엔진을 통해 설계한다.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엄청난 이익을 안겨준다.

언리얼 엔진을 찾는 수요는 비단 한국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세계적인 건축회사 HOK와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Zaha Hadid Architects, ZHA)는 꽤 오래 전부터 건축 설계에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HOK는 서울 마곡에 LG사이언스 파크를,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는 서울 동대문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회사로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유명하다.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혹성탈출’ 등에는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프리비즈’기법이 적용됐고,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도 제작 과정에 언리얼 엔진 기반의 VR 버추얼 프로덕션 기법을 활용했다. 또한 ‘웰컴 투 마웬’ 등의 영화도 퍼포먼스 캡처 등 언리얼 엔진 기반의 버추얼 프로덕션을 통해 제작됐다.

방송 분야에서는 미국의 더 웨더채널(The Weather Channel), 폭스스포츠(Fox Sports) 등에서 언리얼 엔진 기반의 솔루션인 ‘제로덴서티(ZeroDensity)’와 ‘픽스토프(Pixotope)’를 활용해 다양한 리얼타임 혼합 현실(MR) 방송을 선보이고 있다. 이 외에도, NBC 유니버설 드림웍스의 어린이 TV 애니메이션 ‘자파리’도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제작됐다.

미국 고용시장 분석 기업인 ‘버닝글래스 테크놀로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언리얼 엔진’은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 등과 함께 리얼타임 3D 그래픽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수요가 높은 기술 중 하나로 꼽혔다. 이 기술을 보유한 사람은 3D 그래픽 분야 중에서도 가장 높은 연봉 프리미엄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언리얼 엔진과 관련된 일자리는 향후 10년간 122%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 박성철 에픽게임즈코리아 지사장 "한국은 전략시장…함께 성장할 것"

▲박성철 에픽게임즈코리아 지사장이 지난7일 서울 신사동 에픽게임즈코리아 신사옥에서 열린 ‘하우스워밍’파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에픽게임즈코리아)


에픽게임즈에게 있어 한국은 게임산업이 매우 정교하게 발달한 국가다. 에픽게임즈코리아가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올해 한국 지사 설립 10주년을 맞은 에픽게임즈 코리아는 최근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에 새롭게 신사옥도 마련했다. 

박성철 에픽게임즈코리아 지사장은 지난 7일 열린 ‘하우스워밍 파티’에서 “한국은 에픽게임즈에 있어 굉장히 예외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전략적인 투자 시장”이라며 “비즈니스적으로 수치를 따져가며 접근하기보다 일단 열린 마음으로 먼저 투자한 뒤 지켜보는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에픽게임즈는 올해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 ‘에픽 메가그랜트’의 지원금을 기존의 20배 규모로 확장했다. ‘에픽 메가그랜트’는 모든 분야의 언리얼엔진 4 작품과 3D 산업의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로, 지금까지 한국에서 모티프의 ‘대항해시대 오리진’, 스마일게이트의 ‘로건’, 유티플러스의 ‘프로젝트 R’, 이기몹의 ‘건그레이브 고어’ 등 총 4개의 수상작이 나왔다. 

에픽게임즈는 실시간 3D 건축 시각화 솔루션 ‘트윈모션’의 무료 배포도 알렸다. 기존 가격 약 1650유로(한화 약 212만원)의 프로그램을 이달까지 무료로 배포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현재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 중인 신규 게임 프로젝트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다. 라인게임즈 ‘대항해시대 오리진’, 엔픽셀 ‘그랑사가’, 네오플 ‘던전앤파이터스2 프로젝트 BBQ’, 엔젤게임즈 ‘프로젝트 아레나’ 등이 현재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 중이다.

지난해 지스타 2018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던 에픽게임즈는 올해 지스타에서 B2C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올해 에픽게임즈 부스에서는 게임부터 다양한 일반 산업에 이르기까지 언리얼 엔진이라는 하나의 에코시스템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창작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장차 개발자가 될 꿈나무들부터, 게임 개발자, 그리고 일반산업분야에서 언리얼을 통해 혁신적인 개발 파이프라인을 적용하고자 하는 분들까지 더욱 많은 이들에게 에픽게임즈의 창작툴과 개발 생태계를 알리고 싶어 B2C관에 부스를 마련하게 됐다”라면서 “에픽게임즈는 앞으로도 새로운 것을 창작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환경을 만들도록 부지런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성철 에픽게임즈코리아 지사장은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 창립멤버로 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엑스박스 퍼블리싱그룹 아시아지역 퍼블리셔 매니저, 마이크로소프트 매시브 인게임 광고사업 아시아지역 사업 및 전략개발 부장 등으로 활동했다. 2009년 5월부터는 에픽게임즈코리아의 초대 지사장으로 발탁돼 10년째 이끌고 있다. 성균관대(경영학과) 재학 시절에는 비디오게임 동호회를 이끌기도 했다.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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