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사라질 거라는 그대에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1.11 14:30

조재형 <유튜브 크리에이터 어떻게 되었을까?> 저자


한 달에 37억 원을 번다는 보람튜브가 기사화 된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수익이 오르내리고 있다. ‘유튜버 OO는 한 달에 몇 억을 번다더라’, ‘어떤 BJ가 하루에 수천만 원에 달하는 별풍선을 받았다더라’하는 보도를 접할 때면 과장을 조금 보태 비트코인 광풍이 연상될 정도다. 유튜브의 성장을 발판삼아 개인 창작자, 개인 방송 진행자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그러나 환상이 찬란한 만큼 그림자도 짙어서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직업적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많은 산업과 직업은 예기치 못한 변수, 혹은 예측 가능했지만 대처에 실패해 몰락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괄호 안을 ‘콘텐츠’로 대체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창작자가 활동하는 플랫폼을 구분하기 위한 용어일 뿐. 본질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대중에 유통하기 위해 플랫폼을 활용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새로 생겨난 직업인가? 그리고 한 순간에 사라질 직업인가? 내 짧은 생각엔 적어도 당분간은 사라지지 않을 성 싶다.

우선 디지털 비디오 중심으로 산업이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방송 콘텐츠에 비해 유튜브는 진입장벽이 낮아 제작비가 적게 드는 영상의 천국이다. 그 중심에 크리에이터가 있다. 유튜브는 밀레니얼, Z세대를 넘어 전 세대가 콘텐츠를 보며 즐거움과 정보를 획득하는 공간이다. 한국의 전 연령층이 가장 오래 사용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유튜브’라는 점(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 발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광고 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더 이상 지상파 방송은 제1의 광고 시장이 아니다. 제일기획이 올해 2월 발표한 ‘2018년 대한민국 광고비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광고비는 전년 대비 14.4%가 오른 4조3,935억 원으로 3조9,636억 원에 그친 방송 광고비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디지털 광고비 중 모바일 광고비는 2조8,011억 원(26.4% 증가)으로 전체 1위다. 지상파TV 광고비 총액은 전년 대비 5.8% 감소한 1조4,425억 원(전체 4위)으로 모바일 광고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전통 미디어가 독점해왔던 광고 시장의 흐름이 모바일로 빠르게 이동하는 추세 속에서 2018년은 다양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시도된 한 해였다. 뷰티 브랜드 미미박스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포니와 협업한 ‘포니 이펙트’를 미국에 론칭했다. 1세대 아이돌 그룹 god 출신 박준형이 인플루언서 ‘와썹맨’으로 변신한 것도 이 때다. jtbc의 디지털 스튜디오 ‘스튜디오 룰루랄라’는 와썹맨의 성공을 바탕으로 장성규의 ‘워크맨’을 제작해 ‘직업’을 테마로 한 브랜디드 콘텐츠를 이어가고 있다.

빠르게 성장한 시장이라 거품이 껴있다는 지적도 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이제 시작이며, 브랜드와 마케터들은 오늘도 인플루언서별 맞춤 마케팅 전략을 찾아내기 위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쓸 이야기가 많지만 한 가지만 더 덧붙이고자 한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플랫폼의 변화에 맞춰 진화하고 사업을 다각화해 생존해야하는 직업이다. 유튜브는 사라질 수 있지만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없어지지 않을 거라는 말이다. 영화 크리에이터 ‘발없는새’는 영화 파워블로거로 활동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한때 ‘페북 스타’로 불린 SNS 유명인들 다수가 유튜브에 진출해있다. 국내 크리에이터의 상징적 존재인 대도서관도 다음 tv팟, 아프리카TV 등을 거쳐 유튜브까지 넘어온 케이스다.

기술이나 산업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전통적인 직업군이든 신직업군이든 도태되기 마련이다. 직전의 강자 블로거들은 영상의 시대를 맞이해 유튜브로 이동하고 있으며, 글이나 사진이 강점인 블로거나 인플루언서는 인스타그램, 그라폴리오, 500px, 브런치, 퍼블리 같은 플랫폼으로 옮겨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는 오늘도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단순히 유튜브가 망하면 크리에이터도 사라진다는 결론은 자칫 안일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핵심은 변화의 문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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