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인 찾은 아시아나, 구주-신주 놓고 금호 VS 채권단 '팽팽'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1.12 17:09

금호산업-채권단, 현산 컨소시엄과 세부 가격 등 조율

금호산업, '그룹재건' 목표...구주가격 올리기 주력

채권단-현산, '아시아나 재무구조 개선' 신주 투입 집중

▲아시아나항공. (사진=연합)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확정된 가운데 구주와 신주가격을 놓고 금호산업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 간의 기싸움이 팽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산업은 금호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구주매각 가격을 높게 받길 원한다. 그러나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구주보다는 신주에 최대한 많은 자금을 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연내 매각이 무산되면 채권단이 강제로 2차 매각을 진행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여서 이번 협상의 최종 주도권은 결국 금호산업보다는 채권단이 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호산업은 12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향후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과 함께 계약 세부사항을 놓고 논의를 진행한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정밀실사를 진행하면서 금호산업, 채권단 측과 세부적인 인수 조건, 가격 등을 조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매각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수 중 하나는 금호산업과 채권단 간의 이해관계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 구주)와 아시아나가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회사도 함께 통매각한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이달 7일 진행한 본입찰에서 아시아나항공 매입 가격으로 2조4000억~2조5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주 가격은 3000~4000억원대로, 신주 가격은 2조원대를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1%를 4000억원대로 평가했다는 것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은 약 1조5000억원대다.

금호산업은 금호그룹의 재건을 위해서라도 구주 가격을 높게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아시아나항공은 금호그룹의 알짜 계열사인 만큼 아시아나가 빠져나가면 그룹에는 사실상 금호산업, 금호고속만 남게 된다.

그러나 채권단 입장은 다르다. 신주 가격은 아시아나항공에 직접 배정되는 만큼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신주에 최대한 많은 금액을 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이미 올해 4월 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권을 인수한데 이어 추가로 3000억원 규모의 대출 및 보증을 단행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한 자금을 모두 회수하기 위해서는 구주보다는 신주에서 최소 8000억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 현산 역시 구주가격보다는 아시아나에 직접 투입되는 신주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만일 현산이 신주 가격으로 써낸 2조원이 아시아나에 투입되면 현재 660%에 달하는 부채비율은 277%까지 떨어져 재무구조가 한층 안정된다.

▲KDB산업은행.


금호산업과 채권단, 현산 측은 앞으로 구주, 신주 가격을 놓고 치열하게 물밑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투자업계에서는 여러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결국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대한 최종 협상 주도권은 ‘채권단’ 측이 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연내 매각이 무산되면 매각 주도권은 산은으로 넘어간다. 이렇게 되면 채권단은 금호산업의 의지와 상관없이 구주 가격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매겨 처분할 수 있다. 금호산업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매각을 성사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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