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30% 급감한 아람코…기업가치, 국제유가 향방에 달렸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1.13 07:55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회사 아람코가 다음달 최종 공모가를 산정하는 가운데 앞으로 국제유가 향방이 아람코의 기업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아람코가 지정학적,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3분기 실적이 급감한 가운데 국제유가에 따라 기업가치 역시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람코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당초 아람코는 올해 9월 무인기(드론) 공격 사건으로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을 당시만 해도 실적 등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실제 아람코의 3분기 실적은 드론 공격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따라 아람코가 다음달 기업공개(IPO)를 앞둔 상황에서 사우디 정부의 석유 시설을 보호하는 능력이 기업가치 평가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 나아가 13일 CNBC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 변동성이 심한 가운데 아람코의 공모가가 산정되는 점도 부담이라고 주요 전문가들이 진단했다. 국제유가는 아람코의 실적, 기업가치와 직결되는데, 최근 글로벌 원유 시장에 변수가 많아지면서 아람코가 희망하는 가격을 하회하는 선에서 공모가가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아람코 측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45달러를 기록할 경우 아람코의 기업가치가 1조5000억 달러에 그치지만 유가가 각각 65달러, 75달러까지 오를 경우 기업가치도 덩달아 1조7600억 달러, 2조1000달러 수준으로 오른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는 단연 미중 무역분쟁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장보다 배럴당 0.06달러(0.1%) 떨어진 56.80달러를 기록했다. 원유시장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의 경우에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오후 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0.17달러(0.27%) 하락한 62.0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올해부터 완화될 것이란 전망에 브렌트유는 올해 초부터 상승세를 타면서 4월 24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당초 기대치와는 달리 양국이 협상에서 별다른 타협점을 찾지 못한데다 서로에게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내들면서 브렌트유 가격은 폭락했다. 이에 올해 하반기부터는 57∼63달러 범위의 좁은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국제유가는 지난 9월 사우디 원유시설 피습사건으로 깜짝 폭등했지만 금방 제자리를 찾았다.

CNBC는 다음달 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구기구(OPEC) 정례회의에 대한 기대감이 앞으로 국제유가를 흔들 것으로 진단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향후 감산 정책을 논의한다. 아람코 역시 같은 날 IPO를 앞두고 최종 공모가를 산정한다. 남은 기간동안 원유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지에 따라 아람코의 최종 공모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우디는 러시아 등과 같이 비(非)OPEC 산유국들과 함께 OPEC+를 결성해 감산 합의를 이끌고 있다. OPEC+는 지난해 11월 산유량을 하루 120만 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하고 올해 1월부터 실행에 들어갔다. 이번 감산 합의는 내년 3월까지 계속된다.

그러나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감산에 이행하지 않는 회원국들이 존재하는 만큼 이번 정례회의에서는 산유국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라크의 지난 10월 원유생산량은 일평균 477만 배럴로, 주어진 할당량 대비 3만 배럴 높은 수준이다. 나이지리아의 경우에도 지난달 원유생산량이 한도 대비 일평균 14만 배럴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는 원유감산에 소극적은 국가들을 대상으로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당분간 국제유가는 이번 정례회의에 대한 각종 전망에 따라 출렁일 수 밖에 없다. 감산에 참여하는 비OPEC 산유국인 러시아도 원유생산량을 늘리고 싶어한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투자은행 튜더 피커링 홀트(Tudor Pickering Holt)의 마이클 브래들리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당연한 소리지만 향후 2∼3주간 국제유가를 크게 움직이는 요인 중 하나는 OPEC 정례회의이다"며 "앞으로 2∼3주 이내 국제유가의 향방에 대한 트레이더와 전문가들의 입장이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책이 만료되는 내년 3월까지 감산규모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관계자들을 인용해 "사우디는 최소 3월까지는 감산량을 현재보다 늘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만 석유장관도 "OPEC은 감산합의를 연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감산규모를 늘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추가 감산 가능성을 일축했다.

나아가 CNBC는 소식통을 인용해 "OPEC은 정례회의가 다가오기 전까지 국제유가가 폭락하지 않기를 희망하지만, 동시에 유가가 반드시 큰 폭으로 올라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우디는 아람코의 주가가 앞으로 유가에 따라 움직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브래들리 애널리스트는 "사우디는 아람코 공모가가 책정되는 시점에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65달러 이상 수준만 유지해도 만족할 것"이라며 "현재 상황을 종합해보면 60∼65 달러 범위도 괜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 미중 무역협상, 국제유가 움직이는 또다른 요인


산유국 정례회의 이외에도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전망 또한 국제유가를 크게 움직이는 또 다른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원유수요 감소가 국제유가의 하락세를 이끈 장본인인 점을 고려하면 무역협상을 통해 원유수요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브래들리 애널리스트는 "무역합의가 이뤄질 경우, 내년 글로벌 원유수요가 일평균 130∼140만 배럴까지 증가할 수 있다"며 "반면 합의가 부결되면 원유수요의 증가량은 100만 배럴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까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3∼4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만약 양국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오는 12월 15일부터 156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15%의 관세부과가 확실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금요일 기존 관세 철회와 관련해 중국과 어느 것도 합의한 것은 없다고 밝히면서 미중 무역협상 전망에 다시 먹구름이 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주말에는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매우 잘 되고 있다면서도, 관세철회와 관련해서는 잘못된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과의 합의가 위대한 합의가 아닐 경우 타결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 경제클럽 연설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가 임박했다고 말하면서도 "협상 타결이 무산되면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 상무부가 1단계 무역합의에 따라 기존 관세 철회에 양국이 동의했다고 발표한 것과 상반되는 발언이다. 미국 당국자들도 이같은 합의 소식을 확인했지만 백악관 내 강경파들의 반대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미국, 브라질, 노르웨이, 가나 등을 중심으로 원유 공급량이 늘 것이란 전망에 국제유가가 더 내려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을 제외한 비OPEC 산유국들의 원유생산량은 일평균 40∼6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반면 미국은 일평균 70만 배럴의 원유가 추가 생산될 것으로 전망됐다. 동시에 2023년까지 원유 소비량이 과거 일평균 1억 450만 배럴에서 1억 390만 배럴로 OPEC이 최근 하향조정한 점도 국제유가에 하방 압력을 넣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아람코의 기업가치를 2조 달러로 추산하고 있지만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아람코의 기업가치를 약 1조 5000억 달러로 보고있다. 아람코는 전체 지분 중 5%를 사우디 타다울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에 1,2차로 나눠 상장할 예정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청약 마감일은 28일, 기관투자 청약 마감일은 12월 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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