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청문회가 13일(현지시간)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될 예정이다(사진=A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우크라이나 외압 의혹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조사가 13일(현지시간) 공개 청문회로 전환된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증언들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면서 미국 국민이 직접 듣고 판단할 수 있는 만큼 이번 공개 청문회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지난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화 통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대가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을 조사하라는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바이든 전 부통령을 주저앉히기 위해 미국의 군사 원조 중단 카드를 무기로 외국정부에 뒷조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중상모략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조력을 시도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탄핵 추진의 부작용 등을 감안해 신중론을 견지해왔으나 이번 의혹의 파문이 확산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 도를 넘었다고 보고 입장을 바꿨다.
하원을 이끄는 민주당은 9월 24일 탄핵 추진을 위한 조사 착수를 발표한 후 정보위와 외교위, 정부감독개혁위 등 3개 상임위원회를 통해 증인의 비공개 증언을 청취하고 관련 자료를 검토했다. 이후 민주당은 주요 증인의 증언 녹취록을 공개한 데 이어 13일부터 공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전·현직 당국자 중에서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과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가, 그리고 15일 청문회엔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 주재 미국대사가 증인으로 출석할 계획이다. 이들은 과거 하원의 비공개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내용의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민주·공화, 청문회 앞두고 공방전 준비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사진=AP/연합) |
그동안 ‘창과 방패’로 맞서온 민주당과 공화당은 공개 청문회를 앞둔 12일(현지시간) 최종 전략을 가다듬는데 집중하고 있다.
미 주요 현지언론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트럼프의 부당한 우크라이나 외교 정책 처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법을 위반해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고 따라서 탄핵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특히 이런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여론을 주도할 메시지를 가다듬는 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행위의 고의성과 범죄성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어려운 라틴어인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대가) 대신 ‘강요’, ‘뇌물수수’ 등 범죄 관련성이 명확하고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법적 용어를 사용하는 식이다.
민주당 짐 하임스 의원은 NBC 인터뷰에서 "퀴드 프로 쿼는 잊으라"며 "대통령은 범죄적으로 행동하고 취약한 외국의 누군가에게 갈취하는 방식으로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에릭 스월웰 하원의원은 CBS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맞수에 대한 수사를 외국 정부에 요구하기 위해 납세자의 세금을 이용하는 강요 계획을 세운 증거가 있다"고 했다. 재키 스피어 하원의원도 트럼프가 우크라 측에 바이든 수사를 요구하면서 군사지원을 유보한 것은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미 헌법상 뇌물 수수는 탄핵 사유다.
민주당은 혐의를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조사를 주도하는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백악관의 비협조는 "조사 방해의 증거"라며 사법방해 혐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대통령 권한남용도 고려 대상이라고 전했다.
반면 공화당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핵심 내용들에 대해 ‘4가지 방어 논리’를 마련했다.
공화당은 탄핵조사 3개 위원회 소속 의원에게 제공한 메모에서 △7월 25일 통화에서 조건부 요구나 압박의 증거는 없었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통화에서 압박은 없었다고 밝혔으며 △우크라이나 정부는 7월 25일 통화하는 동안 미국의 지원 중단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9월 11일 우크라이나 지원 보류는 해제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공화당은 통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생각도 고려돼야 한다면서 "트럼프는 유럽 동맹국들이 지역 방위에 공정한 몫을 기여해야 한다고 믿었고 대외 원조에 회의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통화 전부터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만연한 부패에 대해 회의론을 갖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정립하기 위한 공화당의 노력을 보여주면서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를 옹호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더힐은 전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의 로나 맥대니얼 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광기를 멈추라고 하라"고 독려하는 등 ‘여론전’을 촉구하기도 했다.
◇ 트럼프 "외압 없었다…해야 할 것은 녹취록을 읽는 것"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좌), 도널드 트럼피 미 대통령(우)(사진=AP/연합) |
탄핵조사의 당사자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하원의 공개 청문회 개시가 임박하자 연일 ‘폭풍 트윗’을 올리며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청문회를 하루 앞둔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문제의 7월 25일 미·우크라이나 정상 통화에 앞서 지난 4월 이뤄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1차 통화 녹취록을 이번 주가 가기 전에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1차 통화에 대해 "첫 통화인 만큼 더 중요한 통화"라고 말했다.
통화록 추가 공개 카드를 통해 판을 흔들고 부당한 외압은 없었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수세국면을 전환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2차, 3차 증인들에 대해 그렇게 많은 초점이 가 있는 것인가"라며 "이 가운데 많은 사람은 트럼프 지지자가 아니거나 그들의 변호인이 트럼프 지지자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해야 할 모든 것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녹취록)를 읽는 것"이라고 되풀이했다.
이어 "그와 다른 인사들은 졸린 조 바이든을 조사하라는 압력이 없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며 "나에게는 대통령으로서 부패 문제, 그리고 바이든이 검사를 해고한 데 대해 조사할 의무가 있다"고 항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을 가리켜 "지식도 재능도 없으면서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가져간 것과 중국에서도 수백만 달러를 추가로 가져간 것, 그리고 다른 기업들과 국가들도 그에게 큰돈을 줬다는 보도들을 보면 분명히 매우 부패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적법하지 않은 절차 사기와 관련해 증언하도록 해야 한다"며 바이든 전 부자의 공개청문회 증인 채택을 거듭 촉구했다.
공개청문회를 합법성이 없는 ‘절차 사기’로 매도하면서도 바이든 전 부자가 증언대에 서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경제가 호황을 이루고 있다고 치적을 자랑하면서 "아무 일도 안 하는 민주당에 의한 완전한 탄핵 사기!"라고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한편 AP통신은 과거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당시와 현재 이뤄지는 탄핵 추진과 관련, 정치적 여건이나 미디어 환경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진단하며 이에 따른 영향도 짚었다. AP는 이전의 탄핵 추진 절차에 비해 지금은 훨씬 더 정치가 당파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양극화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지지층 이탈’이 과거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닉슨 시절에는 인터넷이 없었고 클린턴 때는 다양한 소셜미디어가 나오기 전이었다면서 이번의 경우 트럼프가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와 진보 성향 MSNBC 등의 TV 네트워크를 통해 대중이 기존 견해를 강화하거나 재확인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더힐은 TV로 중계되는 청문회를 통해 "이제까지 비공개로 진행된 탄핵조사에서 중대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