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이나경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임상시험에서 유효성을 입증하는 데이터를 잇따라 공개하며 신약개발에 탄력을 받고 있다.
1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최근 미국 학회를 통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에 대한 긍정적인 임상시험 결과를 속속 공개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이란 자기의 장기조직이나 그 성분에 대한 항체가 생산되는 알레르기 질환으로 면역병 중에서도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치료가 곤란한 질환이다.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자가면역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60조원 이상의 시장이 형성 돼 있으며 2022년까지 70조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자가면역 질환의 대표적인 시장은 류마티스 관절염, 다발성경화증과 건선이 주요 시장으로 50조원 정도의 규모를 이루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2019 미국 류마티스 학회’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인 ‘CT-P17’의 임상 1상 결과를 참석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이번 ACR에서 셀트리온이 발표한 내용은 휴미라와 안전성 및 약동학을 직접 비교하기 위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휴미라 및 CT-P17을 처방하고, 투약 후 120일 간의 안전성과 약동학을 비교한 임상 1상 결과다. 그 결과 CT-P17 투여군과 휴미라 투여군에서 유사한 결과를 도출하며, CT-P17과 휴미라의 유사성을 확인했다.
셀트리온은 이날 자사의 인플릭시맙 피하주사 제형인 ‘램시마SC’의 류마티스 관절염(RA) 적응증에 대한 1년여에 걸친 1·3상 장기 임상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연구진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357명을 대상으로 정맥주사 제형 램시마IV와 램시마SC를 투여한 결과, 1년 기간의 두 투여군 사이 안전성과 유효성이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셀트리온은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 3상이 완료되는 내년 초 유럽 의약품청(EMA)에 CT-P17의 시판허가 신청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대웅제약도 류마티스학회에 참석해 자가면역질환 후보물질 ‘DWP212525’에 대한 연구성과를 첫 공개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우리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 등을 공격해야 할 T세포·B세포 등 면역세포들이 자기 몸을 공격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대웅제약의 자가면역질환 후보물질 DWP212525는 면역세포의 활성화에 관여하는 타깃인 ‘JAK3’와 ‘TFK’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의 경구용 치료제다. 이 물질은 일반적으로 T세포 또는 B세포 저해에 국한 돼 있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JAK3와 TFK를 동시 치료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학회에서 대웅제약은 세포실험을 통해 DWP212525이 JAK3와 TFK의 활성을 억제한 것을 확인했으며 실험쥐를 이용해 희귀성 자가면역 피부질환인 천포창에서 우수한 질환 개선율 및 질환 유발인자를 저해 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해 기존 치료제 대비 50분의 1 낮은 용량에서 우수한 효능은 물론 뼈가 추가적으로 손상되는 것을 보호하는 효과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번 임상을 통해 대웅제약이 효과적인 약물을 개발한다면 현재 효과적인 약물이 없는 천포창, 류마티스 관절염 및 염증성 장질환 등의 다양한 자가면역 질환 시장에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테라젠이텍스의 관계사인 메드팩토도 SITC 2019에서 항암신약 ‘백토서팁’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임핀지’의 병용 투여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유효성 데이터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대장암, 위암 환자 14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초기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대부분 4차례 이상의 전신 항암치료에 실패하고 더 이상 승인된 치료 기회가 없는 대장암 환자들에게서 1차 및 2차 항암 활성 평가 지표인 ‘RECIST’와 ‘면역 RECIST’ 기준으로 각각 16.7%와 33.3%의 ORR(객관적 반응률)을 도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국내 기업들의 임상 성과들이 침체된 제약바이오업계가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면서도 "자금력과 임상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임상 도중에라도 글로벌 공동 개발 및 승인 후 판매 등의 면에서 적절한 파트너를 만나면 라이선스 아웃(기술 이전) 전략을 펼치는 것이 유효해 보인다"고 전했다.이나경 기자 nak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