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정부가 또 늘린다고 하니까 사업 지속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어요."최근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한 한 대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업계 간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업체가 또 늘어난다고 하니 일찌감치 사업을 포기해버린 것이다. 그만큼 면세점업계는 따이공 유치를 위한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분위기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중국 단체 관광객들의 통큰 씀씀이로 시작된 "면세점=황금알" 공식은 깨진 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도 정부의 면세점 정책은 역행하고 있다. 이달에도 정부는 서울 지역에서만 시내 면세점 3곳에 대한 입찰 접수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이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곳은 현대백화점 1곳뿐이다. 이처럼 저조한 입찰 열기는 불과 3~4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당시 대기업들은 시내 면세점 사업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이러한 열기를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면세빅2로 불리는 롯데와 신라는 최근 들어 해외 사업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는 모양새다. 따이공 유치를 위한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이들 업체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신세계를 제외한 대부분의 면세점 후발주자들은 사업 지속 여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늘어나는 적자에 인력 감축은 물론 매장 면적을 줄이기도 한다. 기존 사업자보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만큼 따이공 유치를 위해 더 높은 수수료를 제시해야하는 데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다 보니 수익이 크게 늘지 않으면서 적자가 느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방한 외국 관광객 증가에 맞춰 이번에도 시내 면세점 추가를 결정했다. 하지만 면세점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안착한 사례는 드물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자본과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중견사업자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실을 무시하는 탁상행정은 독이다. 이제는 정부가 시장 상황을 고려한 정책을 내놓아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