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낮게 더 넓게' 정일문 한투證사장, '2030 트루프렌드' 시동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1.14 07:38

카카오와 선제적 협업...2030세대 '한국투자' 홀릭
해외주식 소수단위 매매로 청년 '짠테크' 앞장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

최근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의 행보를 보면 이같은 속담이 떠오른다. 한국투자증권을 '기업금융(IB)'의 강자로 끌어올린 정일문 사장이 취임 이후에는 카카오와 탄탄한 협업 체계를 바탕으로 2030 세대 눈높이에 맞춘 혁신 서비스들을 내놓는데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를 통해 주식 계좌를 처음으로 개설한 고객들에게 실제 현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실시하는 한편 내년 상반기에는 이른바 ‘짠테크’를 주도할 새로운 혁신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미 국내 증권가에서 한국투자증권의 수익성과 실적, 명성 등은 톱 중에 톱으로 꼽히지만, 정 사장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향후 30년을 탄탄히 다지기 위한 ‘맞춤형 서비스’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젊은 증권사’ 만들기 프로젝트는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인연을 맺은 것이 발판이 됐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각종 금융 산업에 도움을 많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협업을 바탕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월 관계사인 카카오뱅크와 제휴를 통해 카카오뱅크 앱을 통한 한국투자증권 주식계좌개설 서비스(뱅키스)를 시작했다.

서비스 개시 50여일 만에 연계 계좌만 70만개 이상이 발급됐고, 지난달 기준으로는 무려 120만좌를 돌파했다. 젊은 투자자들에게 친숙한 ‘카카오뱅크’에 한국투자증권을 접목해 고객에게 친숙한 ‘트루프렌드’로 도약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를 통해 주식계좌를 최초로 개설하는 고객에게 카카오뱅크 계좌와 증권사 주식계좌에 2만 원을 입금해주는 이벤트도 진행했었다.

실제로 서울에 거주 중인 20대 중반의 A씨는 "카카오뱅크를 계좌를 만들고 한국투자증권 계좌도 개설했는데 비대면 거래였음에도 절차가 굉장히 간소해 놀랐다"며 "가입 축하금으로 2만원도 얻게 돼 공짜밥을 먹은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협업은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이는 카카오뱅크와의 협업은 정 사장이 임직원들과 디지털, 신성장 동략 발굴, 신규 고객 유치 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 중 하나다. 최근 국내 금융사들이 카카오와 손잡기 위해 열을 올리는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남몰래 웃음을 짓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다른 금융사들이 올해 들어 카카오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손잡고 혁신 서비스 구축에 서서히 시동을 거는 것과 달리 한국투자증권은 벌써부터 카카오와의 시너지를 본격화하며 ‘또 다른 동력’을 찾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한국투자증권이 젊은 투자자 모집에 힘을 쏟는 것은 정 사장의 강한 의지 덕분이다. 정 사장은 취임 초부터 디지털 금융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었다. 이에 디지털 금융 추진 조직을 신설하는 등 온라인 주식 거래를 통한 소액 투자 시장에 꾸준한 관심을 보내왔다.

정 사장은 카카오뱅크와의 협업에 공개적으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사장은 지난 5월 31일 동원증권-한투증권 통합 14주년 기념식에서 "올해 카카오뱅크와의 연계 등을 통한 뱅키스 계좌가 100만개가량 개설됐다"며 "이렇게 모은 고객을 앞으로 얼마나 우리의 진성 고객으로 만드느냐가 우리의 10년 후 모습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 비대면 계좌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으로 유입된 고객 110만명 중 80% 이상이 20~30대였다.

▲한국투자증권 해외주식 서비스 그래픽.(사진=한국투자증권)


여기서 더나아가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를 통해 개설된 계좌를 활용할 수 있는 해외주식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카카오뱅크와의 협업에 자신감을 얻은 정 사장의 시선은 이제 ‘내년’을 향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5월 해외주식을 소수 단위로 매수·매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해당 서비스는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만 5000억을 넘어서면서 국내 증권사 영업이익 1위에 올랐다. 그동안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고수익을 내기 위해 모든 직원이 열을 올리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러한 한국투자증권이 정 사장 취임 이후 수익창출보다는 중장기 고객군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이미지변신을 통해 진정한 트루프렌드로 거듭나기 위함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기존 기업금융(IB)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고객군을 모집하기 위한 한국투자증권이 노력들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임직원 모두가 실패하더라도 해보자했던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청년층을 포함한 다양한 고객층에게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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