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부 오세영 기자 |
설치류인 ‘레밍’은 개체 수가 늘면 다른 땅을 찾아 이동한다. 이들은 그저 우두머리만 따라 가다가 바다에 그대로 뛰어들어 단체로 익사하기도 한다. 여기서 비롯된 말이 ‘레밍 효과(Lemming effect)’다. 맹목적으로 다른 사람을 따라 하는 집단적 편승효과를 뜻한다. 일부 학자들은 레밍 효과 원인에 대해 ‘과밀에 의한 스트레스 호르몬이 급증하면서 부신장이 비대해 광기를 유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과밀 스트레스는 레밍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콩나물 시루를 연상케 하는 지하철, 닭장 같은 아파트, 발 묶인 도로, 주차난 등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은 일상이 스트레스 유발 투성이다. 그도 그럴 것이 레밍 못지 않은 인구밀도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1㎢ 면적 당 1만6728명이 모여 살고 있다. 반면 사람이 없어 지역소멸 위기에 놓인 경북의 경우 1㎢ 면적 당 143명에 그친다.
지역소멸 위기는 전국 228개 시군구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89개로 39%에 달한다. 읍면동 기준으로 세분화하면 1503개로 43.4%다. 문제는 소멸위험지역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인구수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5년 동안 26만2000명이 빠져 나갔다. 게다가 사회 활동량이 한창 왕성한 20~30대의 이주 비중이 높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대학진학·결혼-출산-양육 등을 이유로 수도권이나 대도시를 찾아 떠났다.
최근 정부는 수도권 등 교통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광역교통비전 2030’을 내놓았다. 지하철에 이어 급행철도를 신설하고, 자동차 도로를 지하와 복층까지 깔겠다는 거다. 정부의 발표에 일각에서는 10년 동안 수도권에만 100조원 정도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지금 국토·교통 발전의 방향은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빨리’ 모이는 게 아닌 ‘그만’ 모이게 마련돼야 한다. 광역자치단체 예산은 최소 1조원대부터 최대 31조원대다. 정부가 나서서 지역 젊은이들이 굳이 일자리·대학진학·육아에 대한 걱정으로 고향을 떠날 필요가 없게끔 지자체에 예산을 투자해 자족도시를 형성한다면 긍정적 ‘레밍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