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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
아시아나항공의 주인이 바뀌는 ‘빅딜’이 임박한 가운데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중소 항공사가 난립하며 시장 경쟁이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계기로 LCC 업계에도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는 계산이다. 우선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로 있는 에어부산의 운명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이 결정된 가운데 시장에서는 ‘통매각’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써낸 금액에는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인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회사의 가치가 포함됐다.
다만 에어부산 등을 운영하는 데는 일정 수준 제약이 따른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증손회사로 편입될 경우 지주회사가 2년 이내에 해당 기업 지분 100%를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주회사인 HDC의 자회사다. 아시아나항공 자회들은 증손회사가 되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지분 45%를 들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과 사업 시너지를 위해 LCC를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 특히 에어부산은 부산을 기반으로 32개 국제선 노선을 운영하며 김해국제공항에서 시장점유율 35%를 차지하는 알짜 기업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다른 계열사에 에어부산 지분을 넘기고 편입시키거나 남은 지분을 모두 사들이기에는 부담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어서울에 힘을 실어주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도 지난 12일 기자간담회 당시 에어부산 매각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에어부산 등을 제외하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거나, 향후 에어부산 지분 45%를 매각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LCC 업계 1위 기업인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이 시너지를 내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애경그룹이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적극 참여했던 만큼 에어부산이 매물로 나올 경우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에서다. 제주항공은 국내·국제선 노선 라인업을 탄탄하게 지니고 있지만 영남권에서는 에어부산의 영향력이 더 커 시너지 효과가 클 전망이다.
에어부산을 다른 LCC가 인수하는 작업이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업계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LCC 운영사들은 환율 상승과 일본 여행객 감소 등 여파로 최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맏형’인 제주항공이 지난 3분기 5년만에 흑자행진을 멈추고 적자 전환했을 정도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은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의 LCC는 신규 면허를 발급받은 곳을 포함해 9개에 이른다. 인구 3억명이 넘는 미국(9개)이나 1억명이 넘는 일본(8개)과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업체가 난립하며 출혈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안전에 대한 투자가 소홀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 않더라도 LCC 업계 경쟁은 이미 포화상태라 어떤 형식으로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며 "일부 기업들의 인수합병(M&A)설이 시장에서 계속해서 돌고 있는 만큼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영업환경이 어떻게 바뀔지에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