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혁의 눈] HDC현대산업개발은 쿠팡이 될까 도요타가 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1.15 13:11

건설부동산부 신준혁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입찰 과정에서 ‘디벨로퍼’와 ‘모빌리티’라는 두가지 키워드를 남겼다.

HDC현산은 HDC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주택사업이 주력이지만 정몽규 HDC 회장 취임 이후 사업기획부터 시공, 관리, 운영을 총괄하는 디벨로퍼를 목표로 호텔, 레저, 면세점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디벨로퍼 완성의 한 조각으로 풀이된다.

‘쩐’은 막강하다. 자기자본 기준 증권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2조40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앞서 2대 주주로 15년간 우호관계를 유지하던 삼양 주식을 전량 처분하면서까지 만발의 준비를 마쳤다. 본 입찰에는 5000억원을 더 적어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천문학적인 돈은 다 어디로 갈까. 정몽규 회장은 2조원 이상을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 정상화 자금으로 사용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조 단위 자금이 오가는 걸 보자니 문득 소프트뱅크가 떠올랐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두 차례에 걸쳐 누적 3조4700억원을 투자한 쿠팡. 그러나 지난해 쿠팡의 누적 적자는 2조9699억원을 기록하면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손 회장마저 "너덜너덜하다. 크게 반성하고 있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키워드는 ‘모빌리티(Mobility)’다. 정 회장은 직접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아시아나 인수와 그룹의 비전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특히 모빌리티라는 단어가 나온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심지어 "HDC가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모빌리티라는 단어는 아키오 도요타 회장을 떠올리게 한다. 도요타 회장은 CES 2018에서 자동차 제조업을 버리고 모빌리티 사업자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도요타를 자동차 회사라고 부르지도 말라고 했다. 기존 방식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어 선점 효과를 누리겠다는 포부였다. 도요타는 이미 전통적인 완성차 사업에서 승차공유, 무인렌터카, 자율주행 등 종합적인 사업자로 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처럼 ‘너덜너덜’해질 지 도요타와 같이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할 것인가. HDC현산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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