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SK하이닉스 연구원들이 반도체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국내 반도체 장비 국산화 작업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 관련 대응이 한층 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연구개발(R&D) 등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인력 양성에 집중하지 않으면 한국 반도체 산업 기반이 20년 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국내 인력 양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 인력난이 심각하다. 반도체 산업이 전·후방 산업과 연계돼 국가 경쟁력 등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2018년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현재 반도체·디스플레이 인력 부족률은 2.1%로 국가 지정 12대 산업 평균(2.4%)에 육박한다. 해당 조사가 반도체 소자·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업체를 통계에서 포함하는 한계가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국내 모 기업이 집계한 조사에서는 전체 반도체 인력의 56%가 반도체 생산을 영위하는 대기업에 편중돼 있고, 소재를 포함한 장비업계 종사자는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 대기업 중심의 반도체 생태계 틈바구니에서 중소기업 위주의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가 인력을 확보하기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심지어 지난해 한국폴리텍대학 직업교육연구소가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력 양성 수요 조사에선 부품·장비 분야가 30.2%로 가장 많았다. 인력 수급의 엇박자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 국산화율(단위: %)
구분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장비 25.5 17.6 18.7 18.2 18.3
소재 48.5 47.1 47.9 49.3 50.7
자료=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업계에서는 이들 반도체 장비 업계 인력난이 지속 심화되면 국가 산업의 근간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9일 서울 한양대에서 열린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2019년 추계학술대회’에서 장홍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인력 양성은 정체돼 있다"면서 "이대로라면 20∼30년 후 한국 반도체·국가 산업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인력 양성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라며 "정부 차원의 특단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서 만난 반도체 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비대칭적인 인력 편중을 막아야 한다"며 "중소기업의 자금력 등에 한계가 있는 만큼 중소 부품·장비업체로 인력이 채용될 수 있는 정부의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서울 한양대 종합기술원에서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2019년 추계학술대회'가 열렸다. 사진=이종무 기자


기술 개발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기술 자립도 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핵심은 사람이라는 설명이다. 이제 막 팔을 걷어 붙인 반도체 장비 국산화 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의하면 국내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13년 25.5%에서 2014년 17.6%로 20%대 아래로 떨어진 뒤 현재까지 수년째 10%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SK하이닉스 윤석희 팀장은 "이제 반도체 가격 경쟁력은 중요하지 않다. 반도체의 패러다임은 공정 기술보다 소재·장비의 중요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앞선 기술을 적용할수록 공정 난이도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장비로 반도체 마진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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