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없는' 코스닥 활성화 대책…대주주 요건 강화로 겹악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1.21 08:07

벤처펀드 1년새 2000억 이탈
신라젠 등 바이오 부진 겹쳐
내년 대주주 요건 강화
대규모 매도 물량 쏟아질듯

▲(사진=연합)


정부가 모험자본 공급을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코스닥 활성화 대책이 2년이 가까워지도록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의 일부로 출범한 코스닥벤처펀드는 주식 발행 시장에 교란을 일으켜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주식으로 바꿔 투자를 현실화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또 코스닥 지수 역시 주력 업종인 바이오주의 부진으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대주주 요건 강화 등 과세 체계가 변경되면서 대규모로 물량 폭탄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 활성화 대책의 대표 상품인 ‘코스닥벤처펀드’는 환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1년간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이탈했으며, 6개월 기준으로도 약 8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코스닥벤처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큰 KTB코스닥벤처증권투자신탁은 이달 현재 설정액 2030억원으로 연초 이후 1237억원이 이탈했다.초 이후 1237억원이 줄어 203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작년까지만 해도 코스닥 시장 활성화 대한 정부 의지와 지원 속에 출시 초기 자금이 빠르게 유입됐던 점과 대조적이다. 코스닥벤처펀드 자금은 작년 6말 782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좀처럼 몸집을 불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코스닥벤처펀드 중 20%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다.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은 -11.69%로 전체 테마펀드 43개 중 가장 저조하다.

특히 코스닥벤처펀드는 전환사채(CW)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시장의 왜곡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코스닥벤처펀드 출범 당시 펀드 자산의 15% 이상을 CB, BW 등을 포함한 벤처기업의 신규 발행주식에 의무적으로 투자하도록 했다. 이를 계기로 상장사들은 제로금리 수준으로 CB나 BW를 무리하게 발행했고, 운용사 역시 공모주 최대 30%를 우선으로 배정받기 위해 메자닌 투자를 확대했다.

그러나 코스닥 지수가 작년 1월 30일 920.96에서 이달 20일 현재 649.87로 30% 급락하면서 코스닥벤처펀드의 수익률도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사태로 메자닌 자산의 유동성 우려까지 불거지면서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자가 크게 불안함을 느끼면서 업계 분위기도 좋지 않은 상황"며 "코스닥 상장사들의 CB 조기상환도 나오고 있어서 상장사 입장에선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라젠 등 그간 코스닥 시장을 주도한 바이오주들이 올해 들어 임상 실패 등 각종 악재로 흔들리고 있는 점도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로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 ‘신라젠’이 지난 10월31일 키움증권 등을 통해 발행한 CB가 이자율 6%까지 뛰자 약 7개월여만에 조기상환하기로 결정하면서 코스닥 시장에 큰 타격을 줬다.

아울러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 확대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이 과세를 피하기 위해 연말까지 주식을 대거 매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코스닥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세법상 소액 개인투자자라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상장주식을 매매할 때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상장법인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개인은 예외적으로 양도차익 가운데 27.5%를 납부해야 한다.

문제는 대주주 요건이 평가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세법상 대주주 요건은 직전 사업연도 주주명부 폐쇄일을 기준으로 법정 지분율과 시가총액을 산정하는데 올해 주주명부 폐쇄일은 12월 26일이다. 대주주 요건이 기존 시가총액 15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강화되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이 과세를 피하기 위해 연말까지 기존에 보유 중인 주식들을 대거 팔아치울 가능성이 크다. 실제 개인투자자들은 2012년 이후 작년까지 매년 12월마다 코스닥시장에서 순매도를 기록했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6조8000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이는 코스닥 개장 이래 가장 큰 폭의 순매수였기 때문에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개인투자자 수가 늘었을 수 있다"며 "코스닥 지수가 소폭 하락한 만큼 대규모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가능성은 작지만, 개인 순매수가 컸고 주가가 상승한 종목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코스닥지수는 일본 불매운동, 미중 무역협상 등 대내외 문제가 맞물리면서 더욱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며 "정부 역시 기존에 나온 코스닥활성화대책의 의미와 성과 등을 돌아보고, 현재 시장에 맞춘 정책들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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