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주 배당수익 높지만...PBR은 청산가치 하회
윤종규 "굴욕감 느낀다" 국내외 기업설명회 광폭행보...조용병도 ‘주식세일즈’
배당매력 높지만 저금리 기조 속 향후 성장성 의문
‘저점매수 기회 시기 지났다?’...국민연금 보유규제도 걸림돌
▲(사진 왼쪽부터) 우리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KB금융그룹.(사진=각사) |
"KB금융의 PBR이 0.5배도 안 돼 굴욕감을 느낀다. 투자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겠다."(윤종규 KB금융 회장)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은행주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들의 배당 매력도가 크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저금리 기조 등 대내외적인 악재로 인해 중장기 성장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풀리지 않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굴욕감’을 느낀다고 토로할 정도로 대다수의 금융지주 회장들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글로벌 투자자들을 만나고 있지만 향후 성장성에 대해 확신을 주기에는 아직 부족한 모습이다.
◇ KRX 은행지수 연초 대비 -2.94% ‘뚝’
▲2019년 1월 2일부터 2019년 11월 20일까지 KRX은행지수 그래프.(자료=한국거래소) |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지난해 3월 1.63%에서 올 9월 1.45%까지 쪼그라들었다.
이처럼 은행주가 하락한 이유는 경기 침체 우려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저금리 기조가 지속돼 주된 수입원인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차이)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우리회사 주가 좀 봐달라’ 금융지주 회장들의 피땀나는 노력
▲윤종규 KB금융회장,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윤 회장이 취임할 당시(2014년 11월 21일 기준) KB금융 주가는 3만9400원에서 지난해 1월 12일 6만7700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달 21일 현재 KB금융 주가는 4만5650원으로 지난해 1월 고점 대비 32.57% 하락한 상태다.
KB금융의 올해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5배로 청산가치(1배)를 하회하고 있다. 이는 KB금융이 현재 보유한 모둔 자산을 다 매각한다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도 현재 주가에는 미치지 못하는 ‘저평가’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KB금융 주가를 바라보는 윤 회장의 복잡한 심경은 지난달 25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진행한 특강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윤 회장은 "KB금융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배도 안 돼 굴욕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투자자들과 더 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 나아가 윤 회장은 올해 9월에는 영국, 노르웨이 등을 방문해 주요 연기금과 노르웨이중앙은행, 피델리티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을 만나 KB금융의 경영 현안과 중장기 전략 방향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또 지난 10일까지 윤 회장은 캐나다 및 미국에서 연기금을 비롯해 현지 글로벌 투자자들을 만나 KB금융의 미래에 대해 직접 소통했다.
KB금융과 리딩뱅크 수성 자리를 두고 다투는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의 주가 부양 행보 역시 눈에 띈다. 조 회장도 해외 IR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활동을 중심으로 영국과 북유럽 지역을 공략할 방침이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4월 캐나다에서 AGF인베스트먼트, 맥킨지금융그룹 등 캐나다 연기금을 운용하는 초대형 운용사들을 만난 바 있다. 또 미국을 방문해 캐피털월드인베스터 등 대형 글로벌 자산운용사를 만나 지속가능경영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그룹의 ESG 프로그램을 적극 홍보했다.
◇ 투자자들 딜레마..."배당 수익 OK, 중장기 성장성은 ‘글세’"
▲(자료=하나금융투자) |
정부가 은행들을 대상으로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한 자금조달 등을 압박하는 점도 향후 국내 금융권의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연말을 앞두고 국내 금융주들의 배당수익이 안정적이라는 점은 투자를 하는데 있어서 ‘플러스’ 요인인건 분명하다.
그러나 미래를 바라보고 투자를 하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단순 ‘배당’만 보고 금융주에 투자하기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큰 셈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은행을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이익 훼손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 은행업종의 투자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한 전문투자자는 "앞으로 투자자금이 예금보다는 채권이나 금 등 안전자산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실물 경제 위축과 긴축재정 등으로 은행주의 향후 성장성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다"고 설명했다.
◇ 애매한 ‘저점매수’의 기회...국민연금 보유규제도 ‘복병’
▲(자료=하나금융투자) |
반면 은행주의 실적에 대한 기초체력은 여전히 탄탄하다는 반론도 있다. 연말 배당 기대감과 시장금리 상승 등 대내외적인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했을 때 저금리 기조에도 국내 금융주의 이익 감소 폭은 예상보다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정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순이자마진 현황을 고려해도 4분기엔 마진 하락폭이 예상을 하락할 전망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이미 저점을 찍은 상황에 연말 배당과 내년 경기 회복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금부터 투자심리가 개선돼 은행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은행주의 PBR이 대체로 청산가치를 하회하고 있긴 하지만, 연간으로 보면 올해 8월을 저점으로 주가가 서서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도 투자에 있어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만일 주당배당금(DPS)이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 주가가 연중 저점을 찍고 있다면, 현재 주가를 ‘저점 매수’의 기회로 판단하고 배당수익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은행주 같은 경우 내년 성장성에 대해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연초 대비해서 현재 주가가 ‘저점’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다.
아울러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 조차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은행과 은행지주사 발행주식총수의 10%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국민연금은 단일 종목 지분율을 크게 확대한 적이 없는 만큼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현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주가 저평가가 아닌 재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금융주 보유 규제 등 불필요한 규제를 어느 정도 완화해 줘야 한다"며 "그러나 만일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국민연금의 경우 ‘관치금융’ 등의 논란을 감안해 매입 규모를 자체적으로 자체적으로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