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시각] 균형과 형평, 공정이라는 가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1.22 14:32

박영철

▲박영철(한국공인회계사회 사회공헌·홍보팀장)


기울어지거나 치우침이 없기란 쉽지 않다. 균형을 잡고 형평을 기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올 한해 우리사회의 뜨겁게 달군 화두. 균형과 형평, 공정이었다. 어려운 취업여건 속에서 청년들은 불공정한 사회를 향해 평등한 기회와 공정을 외쳤고, 기울어진 대입제도에 분노한 학부모와 학생들은 균형과 공정을 외쳤다.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은 영화로 제작되어 소통하고 배려가 부족한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에 대해 메시지를 던졌다. 이제라도 살펴보고 돌아보고 바로 세워야 할 때다.

운동에서 균형(Balance)은 매우 중요하다. 균형을 요구하는 대표적 운동은 기계체조다. 그 중에서도 평균대다. 좁은 평균대에서 걷기·뜀뛰기·방향바꾸기·구르기·평균 자세 등을 중심으로 한 종목이다. 몸 전체를 움직이는 아름다움과 박진감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결국 평균대는 신체의 균형과 유연성 운동이다. 평형감각이 특별히 중요한데, 균형이 무너지면 감점되거나 실격처리 되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도 균형(equiribrium)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모든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할 때 균형상태라고 한다. 일반균형이론이다. 모든 시장에서 동시에 균형을 이루는 일련의 가격에서 노동, 자본, 기타 생산요소들은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에 투입된다. 이처럼 경제학에서 균형은 학문의 큰 토대를 이루는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다만 경제학자들은 일반균형을 전제로 이론을 구축한 나머지 금융부문의 역할을 간과하여 시장에 나타나는 호황, 거품 붕괴, 불황 등 경기순환 예측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기업의 성과측정에도 균형은 매우 중요한 지표다. 기업의 비전과 전략을 조직 내외부의 핵심성과지표(KPI)로 재구성해 전체 조직이 목표달성을 위한 활동에 집중하도록 하는 전략경영시스템이 균형성과표(BSC ; Balanced Score card)다. 1992년 하버드대의 로버트 캐플란 교수와 노튼 박사가 내부와 외부, 유형과 무형, 단기와 장기의 균형잡힌 관점에서 성과를 측정하고 관리하기 위해 개발했다. 이후 균형성과표는 전략을 지속 가능한 프로세스로 만드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균형잡힌 다양한 지표에서 기업의 성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지역간 균형발전도 국가의 중요한 과제이자 목표다. 우리나라도 20여년 전 지방자치제도 도입 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그동안 많은 결실이 있었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현 정부에서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두고 챙기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구현해 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선진국들도 지역균형 발전은 깊이만 다를 뿐 고민은 비슷하다. 한때 번창했던 산업·공업벨트가 산업경기 쇠락으로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지역균형발전에도 균열이 생겼다. 미국의 러스트벨트(Rust Belt)가 대표적 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로 전성기를 누려온 디트로이트, 철강산업의 메카인 피츠버그와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멤피스 등이 러스트벨트다. 쇠락기에 접어든 후 전성기의 모습을 다시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반면 쇠락한 제조업경기를 딛고 일어서 지역균형발전을 이룬 사례도 있다. 스페인의 빌바오다. 조선업과 철광산업으로 부흥했던 빌바오시는 1980년대 아시아권에 조선산업 주도권을 뺏긴 후 빠르게 쇠락하였다. 빌바오시 부흥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문화산업 육성에 나서, 구겐하임 재단으로부터 구겐하임미술관 유치에 성공하였다. 그 결과 문화 산업으로 빌바오시는 제2부흥기를 맞이한다.

우리 대한민국은 60년 이라는 짧은 기간에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그렇지만 한강의 기적에도 그늘은 있게 마련이다. 균형과 형평에 소홀했고, 공정한 사회를 이루지 못했다. 불균형, 불평등, 불공정을 단번에 바꾸고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와 사회가 성숙해지기 위해 지향해야 할 기본 가치다. 늦었지만 그릇된 통념을 버리고 인식개선부터 출발하자.

- 박영철(한국공인회계사회 사회공헌·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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