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대책 이유로 영향력...정부 "월권 아닌 과도기 현상"
▲(사진=연합) |
미세먼지 대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환경부의 ‘월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발전이나 전기요금 등은 산업통상자원부 관할임에도 불구, 최근 들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환경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초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며 안정적 전력수급을 전제로 최대한 석탄발전 가동중단을 추진하기로 했다. 삼천포, 보령 등의 노후 석탄발전소 6기 폐지 일정을 2022년 내에서 2021년 내로 앞당길 계획이다. 앞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겨울철에 9~14기, 봄철인 3월에 22~27기의 가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에 따른 전기 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조 장관은 지난달 26일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혹은 상한제약에 따른 전력 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을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며 "전력시장 수급을 봐서 석탄발전소의 가동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당장 전력가격의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첫 해 시행을 통해 전력 상승 혹은 가격 변동 요인이 있다면 내년부터 이에 대응한 여러 대책을 동시에 강구할 것이어서 당분간 전기 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발전업계 현장에서는 온도차가 큰 모양새다. 한 발전공기업 고위관계자는 "대부분의 발전소가 석탄화력발전소인데 이를 대체할 방안은 전혀 없이 가동중단만 요구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현행 전기사업법에는 환경보호나 국민안전 등을 이유로 발전소 가동 중단 등에 따른 발전사업자의 정당한 손실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토로했다. 또한 "가동중지에 따른 유휴인력, 연료회사와의 계약 문제, 유연탄 저장 비용 등의 경우 당장은 대처할 방법이 있지만 장기화 될 경우 재정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환경부가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환경부가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탈석탄이 아니고 석탄화력의 집진 시설과 열효율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석탄화력 미세먼지의 주범인 석탄 야적장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강화하는 것이 환경부의 책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기후환경회의도 환경부가 주저하거나 반대하는 정책을 대변해 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중국 등 해외발 미세먼지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환경부 측은 월권이나 침범이 아닌 시대와 주변상황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입장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월권이나 침범이라기 보다는 선진국이 될수록 에너지 정책수립 과정에서 미세먼지 등 환경적인 부분에 대한 고려가 커지면서 발생하는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전기요금 인상 없다?...‘선거 이후 미세먼지 이유로 인상하려는 의도’
발전업계 실무자들은 "현 정부 들어 에너지산업에 여러 변화와 규제가 많아진 건 사실"이라며 "공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산업부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환경부와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요구사항도 맞춰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는 말도 규제자가 책임지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정부의 각종 규제와 선언에 따른 실행과 책임은 결국 사업자들과 기업들이 진다"고 덧붙였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양자공학과 교수는 "현재 1kWh(킬로와트시)당 전력생산단가가 원자력 60원, 석탄 80원, 액화천연가스(LNG) 120원, 태양광 180원이니 80원을 120원과 180원 조합으로 대체 하겠다는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했는데 재원마련 방안은 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전기요금을 인상하기 위한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미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3월 고농도 시기 초미세먼지 중 국외 기여율은 약 80%, 그중 약 70%는 중국 기여율이라고 발표한 상황에서 이를 핑계로 탈석탄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며 " 미세먼지가 심한 봄철이 지나고 총선까지 끝난 다음 에너지전환이 아닌 미세먼지를 이유로 전기요금을 인상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