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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 |
미국 의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장벽 예산 처리에 진통을 겪으면서 연방정부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 정지)이 또 다시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래 벌써 두 차례나 연방정부 셧다운이 빚어진 가운데 올해에도 국경장벽 예산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 추진, 내년 11월 대선을 향한 경선전 본격화 등 다른 복잡한 정치적 상황까지 맞물리면서 예산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 간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의 2020회계연도는 2019년 10월 1일부터 2020년 9월 30일까지다. 즉 의회의 예산 심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지난 10월 이전에 예산 법안이 처리됐어야 했다.
그러나 합의 도출에 실패한 공화당과 민주당은 그동안 두 차례 단기 지출 승인안을 처리하는 형태로 급한대로 셧다운을 막아놓은 상태다.
두 번째 단기지출 승인안의 마감 시한은 오는 20일이다. 그때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셧다운이 현실화하거나 또다시 단기지출 승인안을 처리해 임시변통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현재 여야는 총액 규모로 1조3700억달러인 2020회계연도 예산을 12개 법안에 배분하는 방안에 합의했지만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이견은 좁히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국토안보부에 매년 수십억달러를 할당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민주당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대해 왔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줄다리기 끝에 미국 역사상 최장기인 35일의 셧다운 사태를 겪기도 했다.
문제는 올해 예산 심사의 난이도가 지난해보다 더 까다로워졌다는 것이다.
2019회계연도 예산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57억달러의 예산을 요구했다가 기존 장벽을 보강하고 일부 새로운 장벽을 짓는 데 필요한 예산 13억8000만달러를 투입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복잡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이 해소된 후인 지난 2월 최대 66억달러의 예산을 다른 항목에서 전용해 국경장벽 건설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버린 것이 이번 심사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같은 비상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이미 전용된 예산 항목을 다시 채워 넣지 못하도록 하는 보완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0회계연도에 86억달러의 국경장벽 예산을 요청했다. 또 내년 대선까지 최소한 400마일(약 640km) 완공을 목표로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에게 장벽 건설을 사실상 일임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내 정치적 상황도 복잡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탄핵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이 크리스마스 이전에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뒤 상원의 탄핵심판 절차로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 시점이 단기지출 승인안이 종료되는 때와 시기적으로 맞물린다.
연말을 지나면 내년 대선을 향한 경선전이 본격화한다는 점 역시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여야가 이런 정치적 상황을 자신의 유불리에 어떻게 연결시키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예산 처리의 향배가 결정될 수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예산 관련 12개 법안 중 국경장벽 예산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11개 법안을 통과시키고 장벽 건설과 연결된 국토안보부 예산은 단기지출 승인안 형태로 처리하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소속 리처드 셀비 상원 세출위원장은 더힐에 "백악관은 법안을 서명하지 않을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백악관과 협력해야 한다"며 의회를 향해서도 "협력해야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