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가속화되는 기후변화…막오른 COP25서 특단의 대책 나올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2.02 07:59

스페인 마드리드서 13일까지 파리협약 실행 세부사항 구체화 논의

유럽의회 기후 비상사태 선언 후 CO 감축목표 55%로 조정 촉구

잇단 화재에 벌목으로 인한 환경훼손… 열대우림 보호 대책도 주목

과학자들 "지구 환경 불가역적 변화들 나타나… 온실가스 감축 절실"

▲(사진=연합)


오는 2일(현지시간)부터 13일까지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이 주최하는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5)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진행된다. 당초 COP25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함께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로 취소됐고, 스페인 정부의 강한 개최 의지로 결국 마드리드에서 개막하게 됐다.

COP25는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온실가스의 배출을 규제하는 UNFCCC에 가입한 당사국들의 공식 회의다. 이번 회의는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의 실행을 위한 세부사항을 구체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S&P 글로벌 플래츠는 이번 회의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조달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파리협약은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게 하고, 장기적으론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이를 감축하려는 노력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지구온난화 현상이 가속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제기됐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온실가스 배출을 이대로 내버려둘 경우 지구의 온도가 금세기 3.2℃가량 치솟고 광범위하고 파괴적인 기후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협약의 탈퇴를 위한 공식절차에 착수한 점 또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또 다른 걸림돌로 적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구온난화와 이에 따른 기후위기를 사기로 규정하고 이에 관한 대응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꾸준히 강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의 대통령이 아니다"며 미국 우선주의, 고립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즉 지구온난화와 이에 대한 국제협력보다 자국의 국익이 더 우선이라는 것이다.

실제 UNEP에 따르면 지난해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는 중국이지만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경우 미국이 세계 1위로 중국대비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중국 인구가 미국의 약 4배 정도에 달한다. 미국의 인구 수가 중국만큼 올랐다고 가정할 경우 미국은 압도적인 수준으로 온실가스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을 것으로 보인다.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2위를 차지한 러시아의 경우 최근 들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직까지 파리협정 비준을 하지 못한 상황이다. 아울러 인도는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대비 5.5% 증가하면서 보고서에서 꼽힌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중국, 미국, 유럽연합, 인도, 러시아, 일본) 중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렇듯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드리워지면서 이번 COP25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이와 관련, 유럽의회는 COP25를 앞두고 기후변화 대응을 압박하기 위해 지난 28일(현지시간) 전 세계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를 선언하기도 했다. 영국 오스포드 사전은 ‘기후 비상사태’를 기후변화를 완화하거나 멈추고, 기후변화로 인한 되돌릴 수 없는 잠재적인 환경 피해를 피하기 위해 시급한 행동이 필요한 상황으로 정의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이날 또 유럽연합(EU) 차기 집행위원회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55%로 조정할 것을 촉구했다. 새로 출범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기후변화 대응을 새 집행위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있다.



◇ 브라질, COP25에서 아마존 보호 놓고 기부 요청


이외에도 브라질의 경우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를 위한 새로운 기금 창설에 나서며 히카르두 살리스 환경부 장관이 COP25에 참석해 국제사회에 기부를 요청할 예정이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은 세계 최대의 열대우림으로 탄소를 저장하고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올해 들어 잇단 대규모 화재로 소실됐다.

이에 브라질 정부는 국제사회로부터 5000만 달러(약 590억원)를 기부받아 내년 중반부터 새로운 기금을 가동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금 조성 과정에서 브라질 정부는 미주개발은행(IDB)·미국 국제개발처(USAID) 등과 협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아마존 기금은 올해 8월부터 운용이 중단된 상태다. 아마존 기금은 지난 2008년부터 10년간 13억 달러(약 1조 5300억원) 정도가 조성됐다. 노르웨이가 94%를 부담했고 독일이 5.5%,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가 0.5%를 냈다. 그러나 최대 공여국인 노르웨이가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가 계속된다는 이유로 신규 기부 계획을 취소하면서 운용이 중단됐다.

이와 관련 살리스 장관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를 위해 선진국들이 당연히 지원해야 한다"며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키는 데 들어가는 예산이 연간 1000억 달러(약 118조원)에 달한다"면서 "이 가운데 일부는 선진국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살리스 장관은 지난 21일(현지시간)에도 선진국들이 그동안의 경제성장을 통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했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협정 당사국들은 선진국들이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 규모의 재원을 마련해 기후변화에 취약하고 경제력이 약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지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살리스 장관은 이에 대해 "1000억 달러의 지원금 중 브라질에 할당되는 금액은 얼마인가?"며 "마드리드 COP25에서 두고봐야 할 일"이라며 추가지원을 시사하기도 했다.

살리스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가 10년 만에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는 조사 결과에 이어 브라질 정부가 새로운 아마존 보호 기금 창설 의사를 밝힌 후에 나왔다.

실제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 사이 12개월간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이 9762㎢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전 기간(2017년 8월∼2018년 7월)의 7536㎢보다 29.5% 증가한 것이며, 파괴 면적은 2008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파괴 면적 증가율로는 1994∼1995년의 95%와 1997∼1998년의 31% 이후 가장 높다. 1994∼1995년 파괴 면적은 역대 최대인 2만 9100㎢였다.

INPE의 또 다른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1∼10월에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무단 벌채로 사라진 숲은 8409㎢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602㎢보다 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월별 아마존 열대우림 벌채는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연속으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지난 10월에는 전년 동기대비 5% 증가한 554.71㎢ 넓이의 숲이 사라졌다.

여기에 브라질 정부가 지난달 초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사탕수수 경작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벌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가 환경보호구역에 대한 개발 방침을 내세우면서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가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최근 살리스 장관에게 "당신은 삼림 벌채나 산불을 끝내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문화다"라고 밝히면서 삼림 벌채와 산불을 막으려는 노력을 사실상 포기하는 듯한 입장을 내세웠다.

이에 과거 좌파 노동자당(PT)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마리나 시우바는 "삼림 파괴를 부추기는 발언"이라면서 "자신의 무능력과 자신이 부추긴 삼림 벌채에 대한 윤리적·도덕적 잘못을 숨기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마존의 여전사’로 불리는 시우바 전 장관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이 초래한 이 상황을 뒤집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브라질 사탕수수 업체 연합은 지난 2009년에 도입된 아마존 열대우림 사탕수수 경작 금지 조치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하며 정부의 결정을 환영했다. 일각에선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가 2012년께부터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에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 과학자들 "기후위기 현실화…기후변화 되돌릴 수 없다"


한편, 기후변화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 시점인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를 지구가 이미 넘겼을 수도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나왔다. 티핑 포인트란 작은 현상들이 쌓이다가 한순간에 폭발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시점을 의미한다. 즉 아마존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빙하가 녹는 정도가 심해지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어 결국 인류가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학자들은 지난 28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지구 환경에 불가역적 변화들이 이미 나타나기 시작됐다. 우리는 이제 ‘지구적 비상사태’에 돌입하게 됐다"고 경고했다. 과학자들은 이어 "티핑 포인트를 완전하게 넘기는걸 막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거의 제로(0)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우리가 이에 대응하면서 온실가스의 순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데 최소 30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수석 연구자인 팀 렌톤 영국 엑시터대 교수는 "아마존의 열대우림 파괴, 북극 해빙의 급감, 사라지는 산호에 이어 빠르게 녹고 있는 그린란드의 빙하 등을 보면 티핑 포인트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현상들이 서로 연관되고 있어 한 현상의 변화가 다른 현상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례로 북극은 지구 평균보다 2배나 빠르게 온난화하고 있는데, 빙하가 녹으면서 나머지 지역의 온난화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과학자들은 "한 분야에서 티핑 포인트를 넘기면 다른 분야에서도 그렇게 될 리스크가 커진다"고 우려했다.

이 가운데 과학자들은 "희망은 그래도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시키는 길이 기후변화에 따른 현상들이 쌓이는걸 늦출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추고 해수면 상승속도를 늦추고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시키기 위해 국제적인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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