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인사이드] 코리아세일페스타, '블프·광군제' 못 되는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2.02 13:32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시작된 첫 주말인 지난 11월 3일 서울 명동의 한 유명 백화점 본점 전경.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가 올해로 5회를 맞이했다. 올해는 코세페 주관이 정부에서 민간기업으로, 행사 기간도 한 달 가까이(11월 1~22일) 확대됐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했다.

반면 같은 달 진행된 글로벌 쇼핑축제 중국 광군제(11월 11일)와 미국 블랙프라데이(추수감사절 이후 금요일) 행사는 파격 할인 행사로 흥행에 성공, 올해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중국 광군제 행사에서 약 44조원 6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어 지난 29일 진행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의 온라인쇼핑 금액은 약 8조7320억 원에 달했다. 소비자들의 1인당 평균 쇼핑액은 168달러로 나타났다. 작년보다 거의 6% 늘어난 수치다. 이 역시 블랙프라이데이 역사상 최대 규모다.


◇ 직매입 안하나 못하나 

이처럼 미국 블랙프라이데와 중국 광군제는 매년 흥행을 이어가고 있지만 코세페는 외면받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일반적인 이유는 유통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은 유통사가 제조사 상품을 직접 매입해 상품을 판매한다. 이 때문에 연말이 다가오면 재고관리 부담을 덜기 위해 역마진을 감수하더라도 큰 폭의 세일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TV 등 대형가전제품을 70~80% 할인 판매하는 파격 세일은 이같은 유통 구조에서 비롯된다.

반면 백화점 등 국내 유통업체들은 특약매입 형태로 납품업체의 상품을 공급받는다. 즉, 납품업체로부터 반품이 가능한 조건으로 상품을 외상 매입한 뒤 판매수수료를 뺀 대금을 주는 거래방식이다. 이 때문에 국내 유통업체들은 기존 세일 외에 무리한 파격 세일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 소비자들이 기존 세일과 큰 차이를 못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국내 유통업체가 직매입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백화점 업계는 직매입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 백화점 업계의 직매입 비율은 10% 미만으로 매우 적다. 직매입을 할 경우 판매 실적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특약매입은 우리나라가 아무 것도 없을 때 정부가 내수 진작 차원에서 백화점에 준 특혜"라며 "백화점뿐만 아니라 패션화장품업체들도 다 이걸로 성장해왔다. 애초부터 매입한다고 하면 제조사업체들도 해당 물량만 생산하지 더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공정위 제재로 찬물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이 같은 특약매입 거래 형태를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특약매입 형태로 판촉행사 시 납품업체에 해당 비용을 전가하는 부당 거래 행위가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대형유통업체는 판촉행사 시 납품업체와 판촉 비용을 절반 이상 분담해야한다. 이같은 개정안 추진은 코세페의 흥행 열기를 떨어뜨렸다.

백화점 업계는 해당 개정안에 반발했고, 코세페 불참을 고민했다. 해당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수익성이 크게 감소할 수 있어서다. 한국백화점협회에 따르면 새로운 특약매입 지침을 적용해 세일에 나섰다고 가정한 경우, 주요 5개 백화점의 연간 영업이익은 25%나 줄어들었다. 정기세일을 없앨 경우는 영업이익의 7~8% 감소에 그친다. 수익성을 위해서는 백화점 세일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반발에 공정위는 해당 개정안 적용을 내년 1월로 미뤘다. 이에 백화점 업계는 뒤늦게 코세페 행사에 참여한다고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백화점에서는 코세페 분위기를 느끼지못한 소비자들이 많았다. 대형마트는 신선식품을 대대적으로 할인 판매하는 등 소비자 유인에 적극 나섰지만, 백화점의 경우 기존 세일과 할인 폭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예온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