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건설부동산부 신준혁 기자


‘소셜 믹스(Social Mix)’. 사회적, 경제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자는 취지로 조성된 ‘공동주택’. 서울시 소셜믹스 단지만 총 296개, 21만1522가구(임대 6만3523가구, 분양 14만7990가구)에 달한다.

함께 하는 소셜믹스에서 분양 받지 않은 임대 입주민은 북향이나 조망권이 없는 곳으로 내몰리고 있다. 심지어 따로 지은 건물에 살거나 다른 출입구를 이용하기도 한다. 엘리베이터도 같이 쓸 수 없다. 입주 후에도 입주민회와 임대주민회를 나누거나 관리비를 따로 매길 정도다. 누가 봐도 같이 살기 싫다는 것이다.

임대 입주민은 선택권이 없다. 선심 쓰듯 준 건물에 조용히 지내야 한다. "어차피 임대로 살게 됐으니 그냥 살자"는 자조 섞인 의식도 팽배하다.

건설사에게도 임대주택은 뒷전이다. 가뜩이나 건설경기도 악화된 와중에 정부에서 억지로 내놔라 해서 짓는 곳인데 달가울 리 없다.

지자체는 조합이 조성한 임대주택을 낮은 가격으로 사들이거나 기부채납을 받는다. 더 많이 얻을수록 성과는 커진다. 반대로 조합이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은 줄어드는 역차별이 발생한다.

왜 이런 일이 생겨났을까. 현행법상 임대주택을 동별로 배치하거나 설계를 다르게 적용해도 제재 대상이 아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임대주택 비율만 명시했을 뿐 동호수 배치, 외관, 단지 운영 등을 규정하지 않았다.

정부의 탁상행정, 국회의 무관심, 지자체의 안일함, 조합과 건설사의 이기심이 빗은 참상. 탓할 사람 많다는 핑계로 우리의 이웃과 사회는 병들고 있다. 입주민들은 서로 무시하고 기준을 나눈다. 비슷한 공간에 살지만 이웃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자란 자녀들이 과연 올바른 가치관을 지닐 수 있을까.

추운 겨울이 오고 있다. 안도현 시인의 ‘우리가 눈발이라면’을 되새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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