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서강대 명예교수, 에교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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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겨울철에 실질적으로 석탄화력 최대 16기의 가동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의 결정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이틀 전 환경부 장관이 돌발적으로 발표해버린 ‘미세먼지 계절관리대책’에 따른 것이었다. 에너지 정책의 주무부처인 산업부와 전기요금 책정에 깊이 관여할 수밖에 없는 기재부가 제왕적 환경부의 막강한 힘에 밀려나버린 셈이다.
동절기에 석탄화력의 가동을 중단하면 미세먼지가 개선된다는 것은 환경부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대부분이라고 우기던 평소의 주장과도 맞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석탄을 줄이면 LNG발전소의 질소산화물 등에 의한 2차 미세먼지가 더 늘어난다는 우려가 더 합리적이다.
석탄화력 감축에 의한 한전의 경영 악화에 대한 고민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한전은 정부가 맹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탈원전으로 회복이 어려운 적자의 늪에 빠져버린 상황이다. 국제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더 떨어지면 한전의 정상적인 경영은 불가능해질 것이고, 뉴욕 증시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사실 에너지 정책에 대한 환경부의 월권은 어제오늘 시작된 일이 아니다. 유류세를 과도하고 불합리하게 만든 것도 환경부였다.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을 핑계로 기름값을 전기요금보다 더 비싸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실제로 경유에 대한 환경부의 거부감은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익집단인 LPG협회의 회장직을 지금도 환경부 관피아들이 틀어쥐고 있는 현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유공장의 부산물이지만 소중한 기초 화학소재로 활용되는 LPG를 대량으로 수입해서 택시의 연료로 태워 없애버리게 만든 것도 환경부였다. 제대로 된 충전 설비도 갖추지 못한 지방의 중소도시에도 CNG 시내버스를 운행하도록 만들어 엄청난 규모의 국고를 낭비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제는 환경부가 산업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제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환경부가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뒤처리는 황당한 수준이다. 참사의 현실이 처음 밝혀지고 8년이 지났지만 피해자 구제는 여전히 굼벵이 걸음이다. 환경부는 쥐 실험을 통해 피해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면서 ‘가습기살균제연구소’를 만들어달라고 우기는 엉터리 전문가들에게 점령당해버렸다.
미세먼지에 대한 전문성도 낙제점이다. 지금도 환경부는 미세먼지(PM10)를 ‘10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입자’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공기의 78%를 차지하는 ‘질소’와 21%를 차지하는 ‘산소’도 미세먼지로 분류해야 한다. 전위 예술가의 설치예술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미세먼지를 대형 실외 공기청정기로 해결하겠다는 정책은 해외토픽 수준의 부끄러운 정책이다.
환경부가 일자리 창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2016년 1,889명이었던 환경부의 규모가 올해는 2,362명으로 473명이나 늘어났다. 환경 개선을 위한 현장 인력을 증원했다는 것이 환경부의 옹색한 변명이다. 그러나 환경·안전을 핑계로 산업현장을 옥죄는 화평법·화관법과 같은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대하고 출범시킨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엉뚱하게 환경부의 월권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석탄화력 퇴출안은 사실 기후환경회의가 전문가 130명의 의견을 수렴해서 만들었다는 첫 작품이었다. 기후환경회의가 엉뚱하게 환경부의 이중대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과학·기술적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기후환경회의의 태생적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나 버린 것이다.
행정 규제가 환경관리의 전부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환경부의 근원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환경의 위해요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합리적으로 환경을 관리하는 일에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진정한 환경관리에 필요한 기술적 전문성을 획기적으로 강화시켜야 한다. 정부의 행정 규제로 연명하고 있는 환경산업과의 관계도 투명하고 윤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