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회의에서 무슨 얘기 나올까…'감산 확대' 무게 속 '이행률에 중점' 시각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2.05 15:26

오스트리아서 OPEC+ 정례회의, 시장선 30~40만배럴 확대 전망

감산합의 불발시 유가하락 '경고'

"불이행 회원국도 있어 규모 늘려봤자 실질적 효과 미미" 지적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국제유가의 향방을 가르는 OPEC+(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합체) 정례회의가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가운데 산유국들 사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산유국들은 유가상승을 위해 내년 3월까지 하루 120만 배럴을 감산키로 하고 이를 이행하고 있지만, 국제유가는 여전히 50달러 수준에 맴돌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과 원유시장에서는 감산규모가 현재 수준에서 30∼4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감산규모보다 ‘이행률’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OPEC 회원국들은 우선 5일 회동해 감산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다음날 비(非)OPEC 산유국들과 만나 추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 추가 감산 기정사실화…"120만 배럴 감산 효과적이지 않아"

▲1년 WTI 가격추이(사진=네이버금융)


전문가들과 원유시장에서는 감산규모의 확대를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4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산유국들이 추가감산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과 미국의 원유재고 급감 등이 맞물리면서 4% 이상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4.2%(2.33달러) 상승한 58.4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2월물 브렌트유도 전일 대비 배럴당 3.6%(2.18달러) 오른 63.00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들어 산유국들이 감산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3일(현지시간) 산유국들이 30만 배럴을 추가 감산해 총 150만 배럴의 감산규모를 6월까지 연장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컨설팅 업체인 마나르구릅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생산량을 일평균 1030만 배럴에서 1000만 배럴로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컨설팅업체 에너지 애스펙츠(Energy Aspects)의 암리타 센 수석 원유 애널리스트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40만 배럴의 추가 감산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우디는 시장을 놀라게 만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OPEC 회원국인 이라크도 추가 감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유국 정례회의 참석을 위해 빈에 방문한 타미르 가드반 이라크 석유장관이 4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120만 배럴의 감산은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며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감산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세계 1위 원유생산국은 단연 미국이며 OPEC이 원유 공급망에 대한 기여도는 약 30%에 그친다"며 "이에 따라 감산규모를 일평균 160만 정도로 확대해야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원유시장의 ‘큰 손’이 OPEC이 아닌 만큼 산유국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감산에 참여해야 글로벌 원유 수요공급 펀더멘털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가드반 석유장관은 "(하루 120만 배럴) 감선정책이 내년 중순까지 단순 연장되는 것은 큰 효과를 부르지 못할 것"이라며 "산유국 사이에서 추가감산에 대해 찬반이 갈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제 어떻게 흘러갈지는 내일(5일)과 내일 모레(6일) 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산유국들이 추가 감산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국제유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원유정보업체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는 산유국들이 추가감산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내년 상반기동안 하루 80만 배럴의 과잉공급이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라이스타드 에너지는 "OPEC과 러시아가 감산량을 늘리지 않고 정책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브렌트유가 단기간 40달러선으로 폭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분석이 나온 배경에는 미국, 노르웨이, 브라질 등 비OPEC 산유국들의 원유생산량이 내년에는 하루 260만 배럴수준까지 급증하는 반면 원유수요는 고작 하루 10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즉, 현재 수준의 감산량으로는 내년 비OPEC 생산량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셈이다. 이에 따라 라이스타드 에너지는 "균형 잡힌 원유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OPEC은 원유생산량을 현재보다 약 80만 배럴 낮은 2890만 배럴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또한 이와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마티진 랫츠 수석 원유 애널리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 상황을 봤을 때 원유시장의 균형이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내년 1분기, 2분기로 넘어가면 상당한 수준의 과잉공급 현상이 일어난다. 특히 산유국들의 원유생산량이 현재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 "감산 규모보단 이행률에"


이렇듯 OPEC+가 정례회의를 통해 감산규모를 기존보다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단순 감산규모보다는 이행률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센 애널리스트는 "감산규모 확대의 여부보단 이행률을 어떻게 높이는지가 이번 회의 가장 큰 안건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특히 지금도 감산에 이행하지 않는 회원국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규모를 늘려봤자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이유로 이라크가 추가감산을 지지한다는 주장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전문가들도 있다. CIBC 프라이빗 웰쓰 매니지먼트의 레베카 바빈 수석 에너지 트레이더는 "이라크는 감산 합의를 준수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라크의 추가 감산 주장에 대해서는 신뢰도가 다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라크의 경우 올해 8월 산유량은 사상 최고치인 일평균 488만 배럴을 기록하면서 ‘OPEC의 골칫덩이’로 전락되기도 했다. 이라크의 산유량은 지난 10월까지도 할당된 생산량을 상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지리아도 마찬가지로 감산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또 다른 ‘문제아’로 거론되고 있다. 당초 산유국들은 나이지리아에 일평균 168만5000 배럴을 생산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8월부터는 나이지리아에 생산량 177만4000 배럴을 지키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는 올해 2월부터 최소 18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런던에 있는 PVM원유협회(PVM Oil Associates)의 타마스 바르가 수석 애널리스트는 4일(현지시간) CNBC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산유국들이 추가 감산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더 엄격한 이행률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CNBC에 따르면 이라크와 나이지리아가 현재 합의한 정책을 제대로 이행만 하더라도 하루 40만 배럴의 원유가 공급망에서 감축될 것으로 추산됐다.

심지어 OPEC의 맹주격인 사우디는 최근 들어 화원국들에 감산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자국내 원유생산량을 대폭 늘릴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가 저유가를 넘어 감산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산유국들에 대해 깊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이달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이라크·나이지리아 등의 회원국들이 많은 원유를 생산하면서 사우디는 산유량을 더 줄였다. 그러나 이제는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OPEC+ 감산정책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의 입장도 이번 회의에서 중요한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러시아 또한 감산정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감산 이행률 100% 이상을 기록했던 기간은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고작 3개월에 불과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 또한 러시아 석유업계가 감산정책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고 꾸준히 강조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감산 할당량에서 콘덴세이트(천연가스 생산의 부산물)가 제외되면 러시아가 감산합의를 지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러시아가 발표하는 원유생산량 통계는 천연가스 콘덴세이트 생산량까지 포함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OPEC+ 감산합의 내용에 올바르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러시아 측의 주장이다. 즉, OPEC+에서 감산 물량을 합의할 때 러시아에는 순수 원유 생산량만 적용해야 하며 이럴 경우 감산합의를 이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RBC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상품전략 책임자는 "감산합의에 대한 지지를 러시아로부터 얻는 대가로 콘덴세이트가 앞으로 제외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들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사우디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상호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합의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한편, 저유가를 고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도 주목해 볼만 하다. "유가가 너무 높다"며 "OPEC은 제발 진정하라"고 강조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OPEC 감산 조치에 대해 수차례 불만을 쏟아낸 바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OPEC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박성준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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