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이재용 측 변호인 "언제, 무슨 청탁했는지 구체적 근거 없다"
재판부 "정치권력자에 요구 받으면 뇌물 공여하겠느냐" 반문
손경식 CJ 회장 증인 채택...다음달 17일 신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공여를 '적극적 뇌물'로 보고 징역 10년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압박에 의한 수동적인 지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특검은 6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김세종 송영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서 "가중·감경요소를 종합하면 이 부회장에 대한 적정 형량은 징역 10년 8개월에서 16년 5개월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검은 양형심리 형태로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양형 기준을 분석하며 "재판부가 이 중에서 적정한 형을 택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특검이 정식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구형 의견을 밝힌 것은 아니다.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준 뇌물이 '수동적 성격'이 아닌 '적극적인 뇌물'이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특검은 "평등의 원칙이 구현되는 양형을 해 법치주의를 구현함으로써 정경유착의 고리가 단절되도록 해 달라"며 "엄중한 양형을 통해 삼성그룹이 존중과 사랑의 대상으로 거듭날 기회를 부여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준 뇌물이 '수동적' 성격이었다는 이 부회장 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주력했다.
    
특검은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뇌물을 준 것이 아니라, 요구에 편승해 대통령의 직무 행위를 매수하려 적극적으로 뇌물을 준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일반적인 강요죄의 피해자처럼 일방적으로 뇌물을 준 것이 아니고, 서로의 이익 관계에 의해 준 것"이라며 "이 부회장은 공여한 뇌물에 비할 수 없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또 특검은 이 사건을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의 부도덕한 유착'으로 규정하고, 승계 작업이 이재용 부회장의 개인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며 뇌물 제공도 조직적·계획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양형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삼성은 개별 현안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측에) 청탁한 사실이 없고, 그에 따른 특혜나 지원도 없었다"며 "질책을 동반한 강한 요구를 받고 수동적으로 지원했으니 다른 기업들의 사정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선 재판들에서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직간접적인 청탁이 없다는 판단을 받았는데, 최서원(개명전 최순실)의 항소심에서만 경영권 방어 및 바이오사업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인정됐다"며 "하지만 묵시적 청탁의 경우 청탁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인식이 부재했고, 피고인 측에서도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변호인은 "국정농단 사태 전반을 살펴보면, 기업들은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다는 특징을 도출할 수 있다"며 "기업들이 대통령의 지시를 거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거절하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변론했다.
    
그는 "승마 지원은 대통령의 강한 질책을 받고 신속하게 했고, 마필들도 삼성 소유라고 명시적으로 표시했다가 최씨의 불만에 지원한 것"이라며 "이런 경위를 살펴볼 때 적극적 증뢰(贈賂)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특검은 피고인이 합병을 통해 최소 8조원이 넘는 경제적 이익 등을 얻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피고인 개인 주식이 아닌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합산한 것"이라며 "특검은 피고인이 언제 무슨 청탁을 어떻게 했다는 건지 지금까지 한 번도 구체적으로 주장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재판부에 "이 사건은 전 대통령과 최씨 사이의 국정농단 중 하나일 뿐"이라며 "다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삼성은 수동적, 비자발적 지원을 했다는 점을 양형에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양측의 공방을 들은 재판부는 이 부회장 측을 향해 "박 전 대통령의 거절할 수 없는 요구라고 계속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향후 정치 권력자로부터 똑같은 요구를 받을 경우 뇌물을 공여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런 요구를 받더라도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변을 다음 재판 기일 전까지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양측은 특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사건 수사기록, 분식회계사건 관련 증거인멸 수사기록을 증거로 제출한 데 대해서도 공방을 펼쳤다.
   
이 부회장 측은 "분식회계 사건 등과 이번 사건은 전혀 다르다"며 "별도 건을 가중적 양형 조건으로 삼는다면 추가로 처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은 "합병 등이 이 사건의 현안이 아니라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증거"라며 "승계작업과 관련해 삼성이 이 부회장의 이익을 위해 사전에 조직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것이니 가장 중요한 양형 사유"라고 맞섰다.
   
특검은 이 부회장 측이 '지배구조 개편 전문가'라며 김화진 서울대 법대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한 데 대해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인 전성인 홍익대 교수를 함께 증인으로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이날 양측이 신청한 손경식 CJ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손 회장의 증인 신문은 다음 기일인 다음달 17일 오후로 예정됐다.


[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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