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5일 데드라인 앞두고 中 거듭 압박..."좋은 합의 아니면 안해"
무역분쟁 장기화에 중국 내년 6%대 성장률 사수 '빨간불'...5%대 무게
미국, 중국보다 '무역전쟁' 타격 덜입을듯...내년 경제도 '그럭저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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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
미국과 중국이 일종의 데드라인 격인 오는 15일까지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1단계 무역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년 경제성장률에서는 다소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 모두 무역분쟁 장기화로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미국보다는 '중국'이 더욱 큰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 美백악관 "좋은 합의 아니면 협상 안해"...中거듭 압박
미국은 오는 15일 '데드라인'을 앞두고 중국을 향한 압박 수위를 계속해서 끌어올리고 있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래리 커들로 위원장은 6일(현지시간) 경제매체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좋은 합의여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기술탈취 방지를 이행하는 조치가 좋지 않다면 더는 협상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라며 "그러면 우리는 (협상장에서) 걸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양국이 오는 15일까지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1단계 무역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중국의 태도에 따라 합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압박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15일부터 156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들에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다만 커들로 위원장은 협상 상황에 대해선 "차관급이 다시 접촉했다. 거의 매일 건설적인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합의에 가까워졌다. 아마도 지난달 중순보다 더 가까워진 상황"이라고 긍정적 시그널을 내놨다.
커들로 위원장은 "자의적인 데드라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12월 15일은 관세를 부과할지 말지에 있어 매우 중요한 날짜"라고도 강조했다.
현재 무역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미·중 물밑접촉이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는 낙관적 시그널과 핵심 쟁점의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비관적 시그널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오는 15일까지 합의가 이뤄질지 예단하기 어렵다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15일에 추가 관세가 예정대로 발효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두고 봐야 한다"면서 "중국과의 협상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2월 15일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다만 아직 그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의 발효 여부에 대해 명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합의연기 가능성까지 시사한 이틀 전 발언보다는 다소 긍정적인 뉘앙스로 읽힌다.
미중 물밑협상을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기존 관세의 철폐 이슈 등이 쟁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많은 쟁점 가운데 양국이 농산물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관세 철폐를 놓고서도 양국이 그 범위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는 연간 400억~500억 달러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약속하고 공개적으로 구매계획을 발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 무역분쟁 장기화속 中경제성장률 내년 '6%대 사수' 힘들어질듯
이렇듯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서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더욱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중국 모두 무역분쟁이 경제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미국보다는 중국이 더욱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 성장률 목표가 올해의 '6∼6.5%'보다 낮은 '6% 안팎'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중순 리커창(李克强) 총리에게 경제전망을 브리핑했던 노무라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 뤼팅은 중국이 이번 경제공작회의에서 '6%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세울 것이라면서 "중대한 (경제적) 쇼크가 없을 때는 숫자를 방어할 필요가 없다. 신성하고 침범할 수 없는 숫자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성장률을 너무 신경 써서 지나치게 높게 잡을 때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다수의 글로벌 전문가들은 중국이 내년 6%대 경제성장률을 사수하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내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8%로 올해의 6.2%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이달 초 전망했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내부 구조조정, 미국과 무역분쟁 등이 맞물리면서 중국의 경제둔화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의 마이클 테일러 상무이사는 "중국 정책은 현재 경제둔화에 맞서 성장과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내년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금융 안정, 경제 구조개혁 등 3가지에 계속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중국 경제가 내년 5.8% 성장해 올해의 6.1%보다 0.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가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이보다 조금 높은 5.9%였다.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은 지난달 중순 중국 정부와 관련된 싱크탱크 중 처음으로 내년 GDP 성장률이 5.8%를 기록, 6%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 탄탄한 美경제, 내년 경제성장도 나쁘지 않을 듯
반면 미국의 경우 중국과 비교하면 내년 성장률 역시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말 중국의 성장률이 올해 6.2%에서 내년 5.7%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올해 성장률이 지난 9월보다 0.1%포인트 내린 2.3%에 그칠 것으로 봤고, 내년에는 2.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 4%대를 정점으로 3분기 3.4%, 4분기 2.2%로 하락했다가, 올해 1분기 3.1%로 '반짝' 반등한 바 있다.
그러나 2분기 2.0%에 이어 3분기 2.1%로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의 성장률 역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긴 하지만 올해 미국 경제가 보여준 저력을 감안하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11월에도 '깜짝 고용 지표'를 발표한 점도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11월 신규고용이 26만6000명(계절 조정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WSJ이 집계한 조사치 18만7000명 증가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수치다. 해당 지표는 올해 1월 이후 최고치였다.
11월 실업률은 3.5%로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하며 9월 이후 재차 반세기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간당 임금 상승률도 전년 대비 3.1%로 시장 예상 3.0%보다 양호했다.
고용지표 호조에 뉴욕증시도 환호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37.27포인트(1.22%) 급등한 28,015.0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28.48포인트(0.91%) 오른 3,145.9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85.83포인트(1.00%) 상승한 8,656.53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 S&P 500 지수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 나스닥 지수 등 미 뉴욕증시의 주요 3대 지수는 미중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온 미 경제에 힘입어 최고가를 경신하며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왔다. S&P 500은 올해 약 25%의 상승을 기록 중이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