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 "美추구 실질대화 시간벌려는 꼼수"
트럼프, 北에 "지켜보겠다"...대선 부정적 개입 가능성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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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사진=AP/연합)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전화통화를 하며 비핵화 출구를 찾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이후에도 북한과 미국이 서로에게 강한 압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미국의 대화 추구를 ‘국내 정치적 어젠다’라고 규정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용 카드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차단하며 "지켜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 "비핵화, 협상테이블서 내려졌다"
북미 간 ‘뉴욕채널’을 책임지는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7일(현지시간) 일부 외신에 보낸 성명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대화는 시간을 벌려는 속임수"라며 "우리는 지금 미국과의 긴 대화에 나설 필요가 없다.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내려졌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전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로 다음날 나온 것이기도 하다.
김 대사의 언급은 비핵화 협상에 앞서 대북(對北) 적대정책부터 철회하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미국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19일 담화에서 미국을 향해 대북 적대정책 철회 전까지 비핵화 협상은 "꿈도 꾸지 말라"고 밝혔다.
이어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도 지난달 2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미국 쪽에 전할 메시지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메시지는 없고 이제는 아마 핵문제와 관련한 논의는 앞으로 협상탁(협상테이블)에서 내려지지 않았나 하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더 나아가 김 대사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유럽지역 국가들에 대해서도 "편집증적"이라고 맹공을 가했다.
김 대사는 유럽지역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의 ‘대북 규탄’ 성명과 관련, "또 다른 심각한 도발"이라며 "북한은 국가의 방위 역량을 강화하는 정당한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사는 "이들 유럽 6개국은 최근 몇 달 간 미국의 애완견 역할을 하기 위해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미국에) 호의를 베푸는 대가로 무엇을 얻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럽지역 6개국 유엔대사는 지난 4일 북한의 최근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응해 안보리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북한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은 성명에 동참하지 않았다.
◇ 트럼프 "北적대적 행동시 놀랄 것...대선 부정적 개입 가능성 경고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다. 백악관이 배포한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을 협상에 다시 관여시키기 위해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에 대해 지켜보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나는 놀랄 것"이라며 "나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우리 둘 다 그런 방식으로 유지하길 바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 대사의 발언을 의식한 듯 갑자기 내년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 위원장)는 내가 다가올 선거를 치른다는 것을 안다"며 "나는 그가 선거에 개입하길 원한다고 생각지 않지만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내가 3년간 매우 잘 지내온 사람이고, 그도 나와 매우 잘 지내왔다"며 "그래서 그것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그러나 나는 그가 선거에 개입하길 원한다고 정말로 생각지 않는다"고 언급한 뒤 "그는 어떤 것이 일어나길 보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계는 매우 좋지만 여러분도 알다시피 약간의 적대감이 있다"며 "그것에 대해선 어떤 의심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그의 관계가 매우 좋은지는 모르겠다"며 "그러나 우리는 알아낼 것"이라고 한국을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이 재선 도전에 나선 자신을 압박하기 위해 일종의 ‘레드라인’으로 여겨져 온 장거리탄도미사일(ICBM)이나 핵 실험과 같은 도발에 나서선 안 된다는 강한 경고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원하지 않지만 필요하다면 북한 문제와 관련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7일 오전 11시부터 30분간 전화통화를 갖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갈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번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최근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데 인식을 공유하고, 북미 비핵화 협상의 조기 성과를 위해 대화 모멘텀이 유지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양 정상은 당분간 한미 정상 간 협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지 통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주드 디어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한반도 현안들과 북한과 관련된 전개 상황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디어 부대변인은 또 "두 정상은 이 문제들에 대해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한미 정상의 통화는 지난 5월 8일 이후 약 7개월 만이며, 문 대통령의 취임 후에는 22번째다.
또 두 정상이 직접 소통을 한 것은 지난 9월 24일 미국 뉴욕에서의 한미 정상회담 이후 74일 만이다.
[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