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시각] 중소형 건축주 고생 연대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2.08 11:04

송찬호 행복 건축협동조합 이사장



국내의 중소형 건축시장은 노후와 불확실한 미래 준비라는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이른바 꼬마빌딩이라 불리는 수익형 건축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의 입장에서 건축을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여정이며, 많은 변수에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필자는 직장에서 조기 은퇴 후, 7채의 건물을 지었다. 이 중 최근에 지은 수익형 빌딩 건축 사례를 공유해서 예비 건축주 분들께 참고가 되어드리고 싶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이 건물을 신축할 때의 여러 가지 난관을 하나씩 말씀드린다.

첫 번째는 건축설계 단계였는데, ‘지구단위계획’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건축사의 실수로 건축 허가가 2개월이나 지연된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지역 조례가 변경되면서 갑작스럽게 건축심의(구조 굴토 심의)를 받게 되면서 한 달이 지났다. 조건부 심의 결과 때문에 설계도면을 변경하게 되면서 또 한 달, 이렇게 시간이 지연됨에 따라 매달 지불해야 하는 은행이자는 늘어나게 되었다.

두 번째 문제는 철거 후, 터파기 과정에서 터져 나왔다. 지층에서 물이 나오는 바람에 예상보다 두 배나 되는 토목공사비와, 공기 지연으로 계속 이자 부담이 쌓여 갔다. 이 건축 프로젝트는 PF(Project Financing) 대출로 진행되었는데, 대출사업계획과 다른 지출은 인정해주지 않는 특성 때문에, 예상외 비용은 건축주의 사비를 써야한다.

세 번째는 시공사와의 전쟁인데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도면과 다르게 잘못 시공하고 수정 요구를 하면, 시간과 비용을 부풀려 요구하기 일쑤였다. 공정이 늘어나고 비례해서 물량도 늘어 가는데, 그에 따른 추가비용 등 변경사항들을 건축주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공사를 중지시키는 경우가 많다.

줄어든 물량은 하나도 없고 수많은 공정에서 이것저것 늘어나기만 했다. ‘이럴 거면 견적서에 내역은 왜 있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가끔 내 의지로 뭔가 바꾸게 되면 꼭 ‘공사변경확인서’를 받아갔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이런 문서는 가급적 함부로 써줘선 안 된다. 나중에 분쟁이 생기게 되면 매우 불리한 증거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문제로 현장소장과 싸우기라도 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일들도, 온갖 핑계를 대며 태업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시공사가 하도급 업체들에게 결제를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작업자가 다쳐서 못 나온다든지, 급한 현장이 있어서 하루 이틀만 봐달라든지, 아니면 자재가 수급이 안 된다든지 하면서 차일피일 공사를 미루면서 공사대금의 지급을 요청하게 되면 몇 주, 몇 달이 순식간에 지나가게 된다.

이렇게 해서 예상했던 공사기간이 6개월이나 지나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건축주는, 이쯤 되면 10년쯤 늙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유일한 대안은 시공사와 계약이 끝나면 더 이상 ‘갑’이 아니라 ‘을’이 된다는 사실을 빨리 받아들이고, 그들의 약점이 될 만한 하자나 오류들을 사진이나 문서로 남겨야 한다. 공사 완료 이후 공사비 정산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 현장의 시공사는 완공 직전에 말도 안 되는 추가비용을 요구하면서, 이 돈을 주지 않으면 준공(사용승인)서류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겠다고 하면서 강짜를 놓기도 했다. 다행이도 사업초기에 ‘준공확약서’와 ‘유치권 포기각서’를 받아놨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말도 안 되는 큰 비용이 들 뻔 했다.

중소형 건축에서는 왕도가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예비 건축주들은 경각심을 가지고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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