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1월부터 50만배럴 추가 감산...하루 170만 배럴 공급량 줄어

3개월 한시적...과잉공급 상쇄하고 유가 반등 이끌기엔 '무리'

산유국들 감산 이행도 관건...현재 수준 보합세 관측 지배적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석유수출기구(OPEC) 회원 14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합체인 OPEC+가 내년에 원유를 추가로 감산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글로벌 원유시장이 어떤 변화를 맞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원유시장의 재균형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면서 국제유가가 반등에 나서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OPEC+ 산유국들은 이달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를 열고 감산규모를 현행 하루 12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을 추가로 감산하고, 이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하루당 170만 배럴이 글로벌 원유공급망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OPEC+는 내년 3월에 다시 만나 감산 정책에 대해 다시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감산을 주도하는 국가는 단연 OPEC의 맹주격인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 에너지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우디에게 주어진 감산 할당량이 하루 16만 7000배럴 늘어날 것"이라며 "사우디는 이(할당량)보다 하루 40만 배럴 더 감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에 OPEC+의 총 감산 규모는 하루 21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압둘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장관은 "OPEC+가 합의를 준수해야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종교와 마찬가지로 당신이 신자라면 실천해야 한다. 실천이 없다면 당신은 불신자"라며 회원국들에 감산 약속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즈호 은행의 폴 샌키 애널리스트는 "이번 회동에서 사우디가 던진 메시지는 감산이행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라크와 나이지리아, 러시아 등의 일부 산유국들 기존 감산 합의를 지키지 않아 비판을 받았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이라크, 나이지리아, 러시아의 평균 감산이행률은 각각 -28%, -12%, 7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나이지리아 석유 장관은 회의 이후 11월에 감산 합의를 완전히 이행했다면서 "앞으로 합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석유장관도 쿠르드 지역의 원유 생산 협정 이후 현재는 이라크가 감산 합의를 준수하기 더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감산정책에 불만을 표시했던 러시아도 이번엔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그동안 러시아의 감산 할당량에서 콘덴세이트(천연가스 생산의 부산물)가 제외되면 감산합의를 이행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결국 이번 회의를 통해 감산 대상에서 콘덴세이트가 제외됐다. 이에 대해 러시아측은 내년 1분기 감산 할당량은 하루 30만 배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산유국들이 감산을 확대하고, 사우디가 회원국들의 감산 이행을 재차 주문하자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였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3%(0.77달러) 상승한 59.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2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1.58%(1.00달러) 오른 64.39달러를 기록했다.


◇ 감산규모 확대에도…"원유시장 상승은 제한적"


WTI 가격추이(사진=네이버금융)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감산정책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투자기관 번스타인의 닐 베버릿지 에널리스트는 "전반적으로 보면 그럭저럭한 결과이지만 투자자들은 원유공급량이 현재보다 더욱 줄어들었다는 것을 확인해야 반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산유국들의 감산기간이 고작 3개월에 불과한 만큼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컨설팅 업체 JBC에너지는 투자노트를 통해 "내년 3월까지 적용되는 감산기간은 원유시장 전망을 크게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며 "이에 따른 불확실성과 투기현상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등 非OPEC 산유국들은 공급량을 늘리고 있고, 계절적으로 수요 둔화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산유국들의 3개월짜리 감산정책이 과잉공급량을 상쇄시키고 유가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실제 노박 장관도 회담에서 "통상 1분기는 원유와 이에 관련된 제품에 대한 수요가 계절적으로 하락하는 시기이다. 이에 해당 기간동안 공급과잉의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번 회의는 OPEC 회원국들의 감산이행률을 올리기 위한 ‘사우디의 시험대’라는 해석도 있다. 영국 컨설팅업체 에너지 애스펙츠(Energy Aspects)의 암리타 센 수석 원유 애널리스트는 "사우디가 이번 정례회담에서 이행률을 강조한 점을 고려하면, 산유국들이 얼마나 감산정책을 잘 따르는지 사우디가 평가하기 위해 감산기간을 내년 3월까지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의 다미엔 코르발 애널리스트는 투자노트를 공개하면서 "당장 내년 2분기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산유국들이 감산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우디가 스스로 감산합의를 폐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최근 들어 산유국들이 감산합의를 지키지 않을 경우 사우디도 증산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여기에 사우디 등 일부 산유국이 현행 할당량보다 더 적은 양의 원유를 이미 생산하고 있어 추가 감산 합의의 의미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사우디의 경우 현재 하루당 1030만 배럴을 생산하기로 돼 있지만 실제 생산량은 하루 평균 980만 배럴에 불과하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OPEC의 평균 감산이행률은 146%로 추산된 가운데 사우디의 경우 무려 271%에 달하는 감산이행률을 기록됐다. 즉 산유국들은 이달 6일에 이뤄진 감산확대 합의 이전부터 추가적인 감산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코메르츠방크는 투자노트를 통해 "산유국들의 자발적과 비자발적인 행동으로 인해 그동안의 원유 생산량이 합의된 내용보다 적었다"며 "다르게 말하자면 최근 새로 합의한 감산정책은 원유시장을 크게 바꾸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코메르츠방크는 이어 "내년 1분기 원유시장의 공급과잉량은 50만 배럴을 충분히 상회하지만, 해당 규모가 갈수록 얼마나 커지는지는 불확실하다"며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하방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KB증권의 백영찬 연구원은 "감산이 성실히 이행될 경우 원유 공급과잉은 상당부분 해소될 전망"이라며 "그러나 OPEC+ 회원국들의 이행률이 예상보다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됨으로 감산합의를 통해 국제유가 하락을 방어할 수는 있지만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의 황병진 연구원은 "감산 기간 연장이 배제돼 서프라이즈 강도는 제한적"이라며 "OPEC+이 석유시장 안정화 의지를 재확인한 점에서 더욱 강한 유가 하방경직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최진영 연구원은 "이번 조정안은 가격의 하방을 방어하기 위한 단발성 수단(또는 아람코 상장까지의 불확실성 제거)에 그친다"며 "계절적 수요 부진 기간(1/4분기)에 이어 미국, 브라질, 노르웨이 등 非OPEC 공급 증가속도 등까지 감안하면 이번 조정안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산유국들의 감산 노력보단 미 셰일오일의 성장 여부가 국제유가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의 닉 커닝험 연구원은 "석유 카르텔이 감산을 통해 국제유가를 끌어올린다면, 이것은 셰일 업체들에게도 희소식이다"며 "특히 셰일 업체들이 현재 재정압박으로 인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유가가 상승할 경우 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돼 결국 원유공급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에 따라 OPEC+는 지금보다 더 높은 감산정책을 펼쳐야 하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스타드 에너지는 WTI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중반에만 머물러도 셰일 업체들은 충분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대신증권 김소현 연구원은 "국제유가 하단이 지지되면 미국의 셰일 투자 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중심 NOPEC 국가들의 원유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현 수준과 비슷한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소현 연구원은 "2020년 국제유가 범위를 배럴당 53∼65달러로 하단을 기존 50달러에서 3달러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최진영 연구원도 내년 WTI 가격이 연평균 55달러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블랙골드 인베스터즈(Black Gold Investors)의 게리 로쓰 CEO(최고경영자)는 "내년 1분기 브렌트유 가격은 60달러에서 65달러 사이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의미 있는 수준’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는 요인이 난무한 가운데 OPEC+의 추가 감산에도 WTI와 브렌트유가 각각 58.50달러, 63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무역과 제조업 약세가 여전히 반등하지 않았다"면서 수요둔화에 무게를 두면서 내년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60달러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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