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글로벌플라츠 "한국 정유업계 저유황유 준비 가장 잘해"
저유황유 시장 연간 1천만톤 이상…일본 잡고 ‘톱5’ 진입 노려
▲세계 정유업계 판도를 바꿀 IMO 2020 규제가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저유황유 생산 설비 투자를 늘리면서 IMO2020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온 국내 정유업계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일본에 이어 세계 6위인 정제석유제품 생산량 순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톱5’ 진입을 노리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세계 정유업계 판도를 바꿀 국제해사기구(IMO) 2020 규제(선박연료유 황 함유량 상한선을 기존 3.5%에서 0.5%로 강화)가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저유황유 생산 설비 투자를 늘리면서 IMO2020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온 국내 정유업계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일본에 이어 세계 6위인 정제석유제품 생산량 순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톱5’ 진입을 노리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제석유제품 생산량은 연 324만6000배럴로 일본(334만3000배럴)을 조만간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 분야 정보분석업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글로벌 플라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아시아에서 한국 정유사들이 내년부터 전개될 저유황유 시장에 가장 잘 준비돼 있다"면서 "한국 업체들은 이미 저유황유 생산을 극대화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분석했다.
국내 정유 4사는 오래 전 앞다퉈 저유황유 생산 설비 투자를 늘리면서 선제적으로 IMO 2020에 대비해 왔다.
‘맏형’ SK이노베이션은 석유제품 수출·트레이딩 전문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하 SKTI)을 통해 저유황유 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중이다. 우선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운영 중인 ‘해상 블렌딩 비즈니스’를 확대하기 위해 2010년부터 싱가포르 현지에서 초대형 유조선을 임차해 블렌딩용 탱크로 활용, 반제품을 투입해 저유황중유(LSFO)를 생산하는 ‘해상 블렌딩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해상 블렌딩은 육상이 아닌 바다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어려움이 큰 사업으로 국내에서는 SK가 유일하게 시도 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일부 기업만 하고 있는 분야이다. SKTI는 해상 블렌딩을 통해 연간 100만톤 수준의 저유황중유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SKTI가 진출해있는 싱가포르 해상 선박유 시장은 저유황중유 생산에 적합한 다양한 블렌딩용 유분이 모여들어 이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또한 해상 물동량이 많아 해상유 제품 수요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해상 저장탱크, 바지선 등 물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석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를 통해 2017년 말 총 1조원 가량을 투입해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를 신설중이다. 이는 고유황 연료유인 감압 잔사유를 저유황, 디젤 등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설비다. 내년 초 설비가 완공되면 SK이노베이션은 국내 1위의 저유황유 공급자로 도약하게 된다.
에쓰오일은 4조8000억원을 투자해 잔사유 고도화(RUC)설비와 올레핀 다운스트림(ODC)설비 등의 고도화 설비 증설을 마치며 저가의 잔사유에서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대폭 향상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RUC/ODC 프로젝트를 통해 내년부터 적용되는 국제해사기구의 선박 연료에 대한 황 함량 규제 강화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연 40만5000톤의 폴리프로필렌(PP)과 30만톤의 프로필렌옥사이드(PO)를 생산하게 되면 수익성 확대와 안정적인 사업다각화 전략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잔사유접촉 분해공정을 통한 고도화 생산량을 하루 8만6000배럴, 수소첨가분해를 이용한 고도화 생산량을 하루 5만 배럴로 늘리는 등 고도화 비율을 높였다. 이를 통해 정유업계 4사 중 가장 먼저 친환경 선박연료 브랜드 ‘현대 스타’를 출시했다. ‘현대 스타’는 단순정제설비에서 생산되는 잔사유에 초임계 용매를 사용하는 신기술을 적용해 아스팔텐과 같은 불순물을 완벽히 제거한 제품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국내 최초 특허출원 등 독자적인 초저유황 선박연료 제조 기술을 선보인 바 있으며, 현재 대산공장 내 하루 최대 5만 배럴의 초저유황 선박연료를 제조할 수 있는 설비를 가동 중이다.
GS칼텍스도 2008년부터 ‘제3중질유 분해시설’에 2조6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고도화 시설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IMO 규제가 시작되는 내년부터 저유황유 수요는 연간 1000만톤을 넘을 전망"이라며 "IMO 규제 발효가 이제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선사들은 △LNG 추진장치를 설치하는 방법 △유황 제거를 위한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방법 △벙커C유에서 저유황유로 연료를 교체하는 방법 등을 선택할 수 있지만 LNG 추진장치나 스크러버를 설치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자금력이 있는 대형 선사가 아닌 이상 저유황유로 연료를 교체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