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공정한 채용은 무엇인가'...조용병 회장, 덤덤한 표정 속 긴장감 역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2.10 17:43

"공정 채용서 공정의 정의는"...재판부 질문에 법정 긴장감
조 회장 차분한 표정 속 공판 주시..검찰 추가 신문 없어
이번주 문서증거조사-프레젠테이션 후 내달 1심 판결

▲10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 재판이 진행 중인 서웅동부지방법원 전경.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고생이 많으십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10일 오전 9시 45분, 신한은행장 시절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서울동부지방법원 5층 법정으로 들어서면서 살짝 미소를 띤 얼굴로 취재진과 신한금융 관계자들, 변호인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조 회장은 작년 11월 19일 첫 공판 이후 1년 동안 많으면 주 2회, 적으면 주 1회씩 매번 공판에 참석했다. 조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은 8명, 공판 30여차례, 증인 90여명, 재판부에 제출된 문서증거만 1000건이 넘는다.

조 회장의 채용비리 혐의는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회장은 은행장 재임 기간인 2015년 상반기부터 2016년까지 하반기까지 지원자 30명에 대한 점수를 조작하고,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지원자 101명의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조 회장은 2016년 9월 라응찬 전 회장으로부터 조카손자 나 모 씨에 대한 청탁을 받고 부정 합격시킨 의혹도 받는다. 즉 조 회장이 특정 지인의 청탁을 받고 기준에 맞지 않는 지원자를 부정합격 시켰다는 것이 이번 혐의의 핵심이다. 이에 조 회장은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이날 공판이 어느 때보다 중요했던 것은 검찰 구형 전 조 회장의 마지막 입장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1년간 이어진 기나긴 공판을 잘 마무리지어야 했다. 그럼에도 공판 15분 전 법정에 들어선 조 회장이 먼저 챙긴 것은 자신을 둘러싼 취재진과 변호인들의 안부였다. 신한을 상징하는 파란색 넥타이를 멘 조 회장은 자리에 5초간 앉은 이후 일어서서 변호인들과 의견을 나눴다. 표정은 다소 긴장됐지만, 침착함과 차분함은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10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 재판이 진행 중인 서울동부지방법원 모습. (사진=에너지경제신문)


공판 분위기도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이날 공판은 경영학부 조 모 교수의 증인 신문과 인사담당자 이 모 씨의 피고인 진술, 문서증거조사 순으로 진행됐다. 증인 심문 전 재판부는 검찰을 향해 피고인들에게 추가로 신문할 내용이 있냐고 물었고, 검찰은 더 신문할 사안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조 회장과 조 회장 측 변호인은 혐의 관련해 본인들의 입장을 설명하기보다는 공판에 나온 내용들을 청취하는데 집중했다. 조 회장 측 변호인은 증인으로 나온 조 모 교수를 향해 현재 우리나라 채용 시스템 현황, 공개채용의 장점과 단점, 해외 기업들의 채용 트렌드 등에 대해 질의했다. 조 회장은 조 모 교수의 발언을 경청하며 중간 중간 눈을 감기도 했다.

증인신문이 상당 시간 진행된 후 조 회장 측 변호인이 조 모 교수를 향해 "(공채의 장단점을 설명하면서 축구에 비유하신 것을 보니) 교수님께서 축구를 좋아하시냐"고 묻자 법정에서 웃음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변호인의 증인신문을 들은 재판부와 검찰 측이 조 모 교수를 향해 "공정한 채용에서 공정이라는 기준은 무엇이냐", "추천 채용을 진행할 경우 추천인 자체도 평가하냐" 등을 질의할 때는 법정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해당 질문들은 조 회장의 채용비리 혐의와 1심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조 회장도 조 모 교수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에 대해 조 모 교수는 "추천인의 추천과 면접 절차 등은 분리해서 봐야하고, 공정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하면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여러 논란이 있다. 많은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은 오후 12시 휴정했다가 오후 2시 속개됐다. 조 회장 측이 분주하게 움직였던 건 오후에 진행된 문서증거조사였다. 그러나 이날 오후에도 조 회장의 발언이나 변호인 측의 자세한 입장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 측 변호인들이 제출한 증거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증거물의 적법성, 진정성에 대해 부인했거나, 동의하지 않는 몇가지 서류 가운데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의견을 들었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공판에서 일부 서류 중 조 회장과 조 회장 측 변호인만 동의하지 않는 서류에 대해 동의할 것인지를 물었다. 조 회장과 조 회장 측 변호인은 재판부의 질문에 대해 1분 정도 짧게 논의를 거친 후 "다른 변호인들이 동의하면 우리도 동의하겠다"고 답했다. 조 회장은 오후 내내 재판부를 주시했고, 변호인들과 자료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조 회장, 조 회장 측 변호인은 오후 3시까지 이어진 재판부의 문서조사 의견에 대체로 동의했고 검찰 역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부터 이틀간 문서증거조사 등을 진행한 후 18일 검찰 구형을 거쳐 다음달 중 1심 판결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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