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 오류 최소화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2.11 14:28

박상현 행정사 겸 감정평가사



[기고=박상현 행정사 겸 감정평가사] 감정평가업계는 최근 각종 조세와 부담금 산정에 기초가 되는 부동산 공시가격의 내년도 공시 예정가격 산정을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매년 발표되는 부동산 공시가격에는 △대표성 있는 일부 표준지를 조사·평가해 공시하는 표준지 공시지가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반으로 과세 대상이 되는 개별 필지를 조사·산정해 공시하는 개별 공시지가와 일반 주택 가운데 대표성 있는 일부 주택을 조사·평가해 공시하는 표준 주택가격, 표준 주택가격을 기반으로 과세 대상이 되는 개별 주택을 조사·산정해 공시하는 개별 주택가격, 아파트, 연립, 다세대 주택 등 주택법상 공동주택을 조사·산정해 공시하는 공동 주택가격 등이 있다.

산정과 공시 일정에서 가장 먼저 이뤄지는 것은 표준주택 공시가격이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17일 내년도 1월 1을 공시 기준일로 하는 2020년도 적용 표준 주택가격 예정가격을 개별 공지하고, 내년 2월 초에는 역시 2020년 1월 1일을 공시 기준일로 하는 내년도 적용 표준지 공시지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의 공시가격 산정과 검증 절차를 거쳐 개별 주택가격, 개별 공시지가 등 공시가 이뤄진다.

올해 공시가격 평가·산정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현 정부 출범 이후 공시가격 상승률이 예년에 비해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공시지가의 경우 지난해 평균 6.28% 상승에 이어 올해 8.03%로 대폭 상승했다.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경우 지난해 5.02%에 비해 0.3%포인트 오른 5.32%의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인구가 집중된 서울의 경우 14.17%로 기록적인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대출 규제, 분양가 상한제, 3기 신도시 건설 등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 등 각종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 기조가 꺾이지 않자 정부에서 주택 소유 요구 억제 및 다주택자의 주택 매각 유도를 위한 ‘공시가격 현실화 카드’를 내년에도 꺼내들 가능성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여기에 지난해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서 특히 오류가 많이 발견돼 지자체에 민원이 끊이지 않은 데다 국회를 중심으로 공시가격 산정 체계 재검토에 대한 요구가 매우 컸다는 점도 올해 공시가격 선정 과정에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집단으로 정정한 아파트 단지만 18곳에 달했다. 개별 주택가격 역시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산정 오류 논란이 일었고, 국토부가 정밀 조사를 통해 456채의 개별 주택가격 오류를 발견해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시장, 군수, 구청장 등 지자체장이 공시 권한을 가진 개별 주택가격에 대해 중앙정부에서 정밀 조사를 진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 어느 해보다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해서일까. 국토부는 지난달 10일 공시가격 산정 기준을 구체화하면서 가격 산출 근거의 공개를 확대하는 ‘부동산 공시가격 신뢰도 강화 종합 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표준주택 공시가격 예정 가격 열람 전에 종합 대책을 공식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해묵었던 공시가격 산정 체계에 따른 문제점이 유난히 많이 불거진 상황에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발표되는 이번 대책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공시가격 산정 주체 중 하나인 한국감정원은 ‘한국감정원법’에 의해 감정평가를 수행할 수 없게 되면서 감정평가업자 신분을 잃게 됨에 따라 감정평가 기법을 적용해 공시가격을 산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감정원은 실거래 가격을 기반으로 공시가격을 산출하는 산정 체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소규모 주택단지의 경우 비교 가능성이 높은 거래 사례의 포착이 힘들기 때문에 이를 전면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이번에 발표되는 종합 대책에서는 부동산 평가에 관한 국가 공인 전문 자격사인 감정평가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심사 기능을 강화하는 조치가 담기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현재 감정평가사는 표준지 공시지가 평가와 개별 공시지가 산정에 대한 검증만 관여한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각종 국세와 지방세, 부담금의 부과는 물론 실거래가 신고 제도의 검증 기준이 된다. 또 최근 공시가격 인상률이 예년에 비해 높았기 때문에 올해 역시 실제 시세 대비 ‘공시가격 반영률의 현실화’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만치 않은 상승률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지난해와 같은 산정 과정의 오류가 발견돼서는 안된다. 곧 발표되는 종합 대책에 공시가격 산정 과정의 오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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