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영국의 조기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영국은 물론 유럽연합(EU)도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는 그동안 영국과 유럽에 혼란을 몰고 온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운명을 좌우한다. 12일(현지시간) 실시되는 이번 선거는 지난 2015년과 2017년에 이어 4년 내 세 번째 열리는 총선이며 특히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의 총선은 1923년 이후 처음으로 열렸다.

이번 선거에서 영국의 4600만명의 유권자는 전국 650개 지역구에서 하원의원(MP)을 선출한다. 18세 이상으로 사전 유권자 등록을 마친 이들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는 3322명에 달하는 후보가 당선을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보수당, 노동당,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자유민주당(Lib Dems)의 의석은 순서대로 298석, 243석, 35석, 20석이다. 정부를 구성한 제1당이 과반에 미달하는 ‘헝 의회(Hung Parliament)’ 상태다.

이번 총선의 최대 관심사항은 보리스 존슨 영국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의 과반 확보 여부다. 총선을 통해 보수당 단독으로 과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 하원 내 아군이 늘어나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수월하게 통과될 수 있다.

앞서 영국은 2016년 6월 실시한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전체의 52%인 1740만명이 EU 탈퇴에, 48%인 1610만명은 EU 잔류에 표를 던졌다. 이후 브렉시트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테리사 메이 총리는 지난해 11월 EU와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의회는 당시 영국과 EU가 합의한 ‘안전장치’를 문제로 삼으면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잇따라 부결시켰고, 메이 총리는 결국 사임했다. ‘안전장치’는 EU 탈퇴 이후에도 영국을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조치로 영국 의회는 영국이 관세동맹에 잔류하면 EU 탈퇴 효과가 반감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 7월 말 취임한 존슨 총리는 ‘두 개의 관세체계’를 동시에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해 EU와 재협상 합의에 성공했지만, 역시 의회의 벽에 부딪히자 의회 해산 후 조기 총선 카드를 빼 들었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은 브렉시트 교착상태를 풀기 위한 것인 만큼 선거운동 기간 내내 브렉시트가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르게 됐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는 보수당이 단독 과반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달 7일 발표된 4개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은 노동당에 6∼15%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8일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보수당은 평균적으로 42∼43% 지지율을 보이며, 노동당의 지지율은 이보다 10% 포인트 가량 낮은 33%선이다. 이러한 지지율을 놓고 보면 보수당의 예상 의석은 과반 기준인 326석을 웃도는 340대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수당과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찬성 여론을 결집해 절대 과반을 확보하는 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보수당이 과반을 확보할 경우 존슨 총리는 크리스마스 이전에 브렉시트 합의안을 새 의회에서 통과시키고 내년 1월 말 EU에서 탈퇴할 계획이다. 다만 영국과 EU 간 합의에 따라 2020년 말까지는 브렉시트의 원활한 이행을 위한 전환(이행)기간으로 설정돼 있어 브렉시트를 단행하더라도 당장은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영국과 EU는 전환기간 내 미래관계를 위한 협상에 나서지만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무역협정을 비롯한 새로운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협상에 막대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양측은 전환기간을 연장해야 하지만, 존슨 총리는 그동안 이같은 시나리오를 부인해 온 만큼 또 다른 불확실성을 불러올 수 있다.

반면 노동당이 선거 캠페인 막판에 국민보건서비스(NHS) 등을 쟁점으로 공세를 펼친 만큼 지지율 격차가 줄면서 보수당 과반을 저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의 총선 전략은 보수당 정부 약 10년간 계속된 복지·예산 삭감으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을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몇몇이 아닌 다수를 위해’ 등의 슬로건을 걸고, 대기업과 부유층 증세를 통해 복지를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동당은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폐기하고 EU와 새로운 합의안을 도출한 뒤 새 브렉시트 합의안을 국민투표에 부의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동당이 선전하면 ‘헝 의회’가 또다시 출현할 수 있다. 만일 헝 의회가 출현할 경우 존슨 총리와 코빈 노동당 대표는 다른 중소정당을 끌어들여 과거처럼 정부 구성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과거 2017년 총선당시 보수당은 DUP와의 연정으로 겨우 과반을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존슨 총리의 보수당은 다시 DUP에 기댈 가능성이 크지만 DUP는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DUP는 "북아일랜드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동당은 제3당이 유력한 SNP와 손을 잡을 공산이 크다. 이미 SNP는 ‘헝 의회’가 재현되면 노동당 정부를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SNP는 그 대가로 노동당에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 개최를 요구할 예정이다. 스코틀랜드는 300년 이상 영국의 일원으로 지내오다가 지난 2014년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그러나 독립 반대 55.3%, 찬성 44.7%로 부결됐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겸 SNP 대표는 이후에도 중앙정부에 분리독립 제2 주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당은 정권을 잡으면 초반부에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를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양측이 손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당 자유민주당 선거 캠패인(사진=AP/연합)



◇영국 총선 앞두고 난무하는 '가짜뉴스'


이렇듯 브렉시트의 향방을 가르게 될 영국 총선이 임박한 가운데 영국은 선거를 앞두고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가짜뉴스와 정보 등이 넘쳐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정부의 조기총선 선언 이후 6주 동안 온라인에는 정체를 속인 트위터 계정, 조작된 동영상, 의문스러운 웹사이트, 해외세력의 개입 정황 등이 난무했다고 보도했다.

보수당은 노동당에서 브렉시트 정책을 담당하는 의원이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지 못하는 것처럼 조작된 동영상을 유포했다가 결국 사과했다. 보수당은 중립적인 팩트체크 단체인 것처럼 트위터 계정을 꾸몄다가 트위터로부터 경고를 받은 적도 있다. 나아가 보수당은 구글에서 광고를 사들여 노동당의 선거 정책공약을 검색하면 해당 공약을 비판하는 웹사이트가 가장 먼저 검색결과에 나타나도록 하기도 했다.

노동당도 출처가 불분명한 문건을 진실처럼 유포하는 등 정보왜곡에 나섰다. 코빈 노동당 대표는 유출된 기밀로 판단한 문건을 인용해 보수당이 브렉시트 후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체결하면 NHS가 약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해당 문건이 인터넷 문답 사이트인 ‘레딧’에 게재됐다는 부분에 있다. 레딧은 이 문건이 러시아의 허위정보 유포 공작과 연계된 것이라고 나중에 밝혔다.

정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가짜뉴스 공유가 일상이 돼버린 모습이다. 영국 내에 있는 힌두 유권자들이 무슬림에 포용적인 노동당에 표를 던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슬림을 향한 반감을 자극하는 메시지가 왓츠앱과 트위터에 돌았다. 다른 한편에선 지난달 영국 런던 브리지에서 발생한 한 무슬림의 흉기난동이 보수당의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공작이었다는 가짜뉴스가 노동당 지지자들 페이스북에서 떠돌았다.

언론사를 사칭한 가짜뉴스도 목격됐다. 조 스윈슨 자유민주당 대표가 다람쥐 사냥을 즐긴다는 허위정보가 데일리미러의 뉴스인 것처럼 조작돼 온라인에 유포됐다. 이 사태는 스윈슨 대표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위 확인 요청을 받고 그의 부인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선거철에 여론을 움직이려고 누구나 손쉽게 가짜뉴스를 뿌리는 게 ‘뉴노멀’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전략대화연구소(ISD)의 선임 연구원인 제이컵 데이비는 "정보왜곡의 민주화"라며 "누구든지 아무나 이런 전략을 꺼내 들 수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이번 총선 결과의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과거 2017년 조기 총선 투표율은 68.7%로 2015년 총선대비(66.4%)보다 크게 올랐지만 이번 조기 총선의 경우에는 크리스마스를 불과 2주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열려 예상보다 저조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12일에는 대부분 학기를 마치고 방학에 들어가는 만큼 대학생들의 투표 참여율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의 겨울 날씨 특성상 오후 4시가 되면 해가 진다는 점도 투표율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BBC에 따르면 2017년 총선에서 20∼24세의 투표율은 59%에 그쳤지만, 60∼69세는 7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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