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유라의 눈] 매년 쏟아지는 ‘장밋빛’ 리포트, 장미말고 ‘꽃잎’을 보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2.11 15:08

금융증권부 나유라 기자.


"2020년 코스피 밴드는 2000~2400포인트로 제시한다. 고점은 2분기 중에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주도주는 대형주 내 반도체, 은행을 예상하고 테마로는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등이 유망하다."(A증권사 리서치센터 내년 증시 전망.)

연말이 되면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더욱 분주해 진다. 내년 증시와 업종별, 경제 전망 리포트를 발간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이르면 10월부터 나오는 내년 증시 리포트를 참고해 투자전략이나 포트폴리오를 구상한다.

사실 국내 투자자들이 증권사 리포트를 보는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증권사가 내놓은 주가나 코스피 전망이 맞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이유이다. 매도 리포트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대다수의 증권사들이 모든 업종이나 시장을 너무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올해 역시 대체로 국내 증권사들에 대해 ‘장및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내년 코스피 등락 상단 범위로 2500선을 제시했다.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내년부터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국내 주식을 사들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보기에는 올해 코스피가 2400은커녕 2300선도 넘지 못한 마당에 2500선을 넘보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당국은 국내 증권사 리포트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헛발질’에 그쳤다. 아무리 힘을 써도 매수 위주의 리포트는 여전했고, 이미 신뢰를 잃은 투자자들 역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진정 증권사의 리포트는 너무 장밋빛만 있고 신뢰할 수 없는 자료일까. 사실 신이 아닌 이상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내년의 증시와 상황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연구원들은 불가능에 가까운 걸 최대한 ‘가깝게’ 분석하기 위해 다각도로 대내외적인 상황을 분석하고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한다. 어떻게든 투자자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책임감’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증권사와 애널리스트에 ‘신’과 같은 역할을 기대하기보다 투자자들이 먼저 ‘리포트’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것은 어떨까. 증권사들의 리포트와 수치를 놓고 맞냐, 안 맞냐 등을 따지기보다는 이 연구원이 진짜 말하고 싶은 바가 무엇인지, 내년에 조심해야하거나 대비해야할 사안들은 무엇인지, 긍정적인 변수들은 무엇인지 등 세부적인 내용들을 보자는 것이다. 증권사의 리포트가 ‘꽃’이라면 그 속에 담긴 디테일한 요소들은 ‘꽃잎’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간혹 ‘꽃’에만 집중한 채 그 안에 담긴 ‘꽃잎’들은 놓치는 경우가 많다. 리포트는 투자를 하기 위한 일종의 ‘참고사항’일 뿐, 이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몫이다. 장밋빛 리포트라고 비난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분석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어떤 종목이 유망한지 등을 파악하는 눈을 기르는 것도 결국 투자자들의 몫이라는 걸 명심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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