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차기 기업은행장 임명 임박...'낙하산 인사' 무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2.13 08:28

27일 김도진 행장 임기 만료...반장식 등 靑출신 인사 ‘유력’

은행, 금융권 근무 이력 ‘全無’..."명분없는 보은인사, 즉각 철회해야"

▲IBK기업은행.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정부가 조만간 '청와대' 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은행 임직원들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최근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 대부분이 은행이나 금융권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는데다 '내부 출신'이 아닌 '청와대 출신' 인물을 앉힐 만한 명분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집권 후반기 성과 창출에 급급한 나머지 은행이라는 금융의 속성은 무시한 채 '보은성 인사'를 단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 '10년 내부출신 임원' 관례 깨고 '청와대 출신 인사' 유력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오는 27일 김도진 기업은행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기업은행장을 어떤 인물로 임명할 지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수장은 금융위원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통상 금융위원회는 현 기업은행장의 임기가 끝나는 27일 이전에 새 행장 후보를 추려 청와대에 임명 제청한다. 통상 기업은행장의 선임은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자리다. 그간 금융권에 차기 기업은행 수장 자리를 두고 김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포함해 내부 승진설, 관료 임명설 등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최근 10년간 ‘낙하산’의 유혹을 이겨내고 2010년 23대 조준희 전 행장부터 24대 권선주 전 행장, 현 김도진 행장까지 10년간 세 명의 내부 출신 인사를 수장으로 임명했다. ‘금융’과 ‘중소기업 대출 특화 전문은행’이라는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인사보다 ‘내부 출신 임원’을 수장으로 임명한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2016년 12월 취임한 김 행장의 경우 IBK기업은행의 역할을 기존 자금공급자에서 성장동반자로 혁신하고, 올해 9월 ‘IBK인도네시아은행’을 공식 출범해 중소기업금융의 역량을 전 세계에 알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듯 최근 10년간 내부 출신 임원들이 금융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국책은행’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가운데 현 정부는 차기 수장으로 ‘내부 출신’ 보다 ‘낙하산 출신’ 인사를 염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하마평에 오른 인사로는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비롯해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거론된다. 반 전 수석은 행정고시 21회 출신으로 기획예산처를 거쳐 2017년 7월부터 작년 6월까지 대통령비서실 일자리수석을 지냈다. 윤 전 수석은 27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재무부와 기획예산처,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김영규 IBK투자증권 사장 등 일부 IBK기업은행 출신 인물들도 물망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내부 출신 임원들의 경우 ‘형식상’ 후보군에 올리긴 했지만, 실제로 임명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데 무게가 실린다.  


◇ 내부 직원들 ‘술렁’..."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 반대"

차기 수장에 '낙하산 인사'를 앉힐 것으로 전망되면서 내부 직원들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후보군에 오른 ‘낙하산 출신 임원’들은 은행이나 금융권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어 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만큼 차기 행장으로 오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간 내부 출신 행장들도 IBK기업은행의 역할에 집중하며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만큼 ‘낙하산’ 인사를 앉힐 만한 명분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은행 한 내부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면서도 시중은행들과도 경쟁을 해야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단순 정책에 대한 이해도만으로 기업은행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은행업에 대해 전혀 이해도가 없는 인물이 수장으로 온다면 의사결정이나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인수합병(M&A)이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가족적이고 분위기도 좋다"며 "지난 10년간 외형 성장은 물론 국가에서 요구하는 정책금융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었던 건 직원들이 내부 출신 행장들을 ‘인생 선배’로서 믿고 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도 이번 인사를 두고 "명분이 없는 졸속 인사"라고 비판하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를 앉히려는 정부의 의중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며 "국정감사에서도 기업은행의 역할론에 대한 아무런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는 단순 ‘보은성 인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부가 낙하산 인사에 대한 의사를 철회할 때까지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차기 행장이 언제, 누구로 임명될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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