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추가관세 부과 철회, 중국산 제품 관세 절반 하향 조정
중국산 제품 25% 관세는 유지..."2단계 협상서 지렛대로 사용"
기존 관세 감축 제한적...美 3대지수 강보합 마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
양국이 합의안을 내놓은 것은 작년 7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분쟁을 시작한 지 약 17개월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중국제품에 대한 관세부과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기준으로는 거의 21개월 만이다.
◇ 미중 ‘1단계 합의’ 공식 발표...트럼프 "모두를 위한 합의"
13일(현지시간) 중국과 미국은 잇따라 합의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번 합의안은 중국은 농산물을 포함해 미국산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고, 미국은 당초 계획했던 대중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는 한편 기존 관세 가운데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재무부, 외교부, 상무부, 농업농촌부 등 중국 관계 부처는 현지시간으로 이날 밤 11시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주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상 합의를 먼저 공식화했다.
중국은 ‘1단계 무역 협상에 관한 성명’에서 "중미 쌍방이 평등과 상호존중의 원칙 하에서 1단계 무역 합의문에 관한 의견의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합의문은 서언, 지식재산권, 기술 이전, 식품 및 농산품, 금융 서비스, 환율 및 투명성, 무역 확대, 쌍방의 (합의 이행) 평가 및 분쟁 해결, 마무리 등 9개의 장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상당히(significantly)’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중국이 기존보다 향후 2년에 걸쳐 320억달러(약 37조5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쳐) |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측의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1단계 합의를 발표했다.
그는 "중국과 매우 큰 1단계 합의를 했다"면서 "그들(중국)은 많은 구조적 변화와 대규모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공산품, 더 많은 ‘플러스(plus)’ 등에 대한 구매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15일 부과할 예정이던 중국산 제품 1600억달러에 대한 관세는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200억 달러 규모의 다른 중국 제품에 부과해온 관세는 기존 15%에서 7.5%로 반으로 줄인다.
그러나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던 25%의 관세는 유지할 방침이다. 해당 관세는 2단계 무역협상에서 중국에 대한 ‘지렛대’로 사용하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은 모두를 위한 멋진(amazing) 합의"라면서 "우리는 2020년 선거(미 대선)를 기다리기보다 즉각 2단계 무역합의를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르면 내달 초 공식서명 세리머니 가질듯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직후 중국과의 협상을 주도해온 미 무역대표부(USTR)도 1단계 합의를 확인했다.
USTR은 1단계 합의는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중국의 실질적인 추가 구매 약속을 포함하고 있으며, 지식재산권과 기술 이전(강요), 농업, 금융서비스, 통화 및 환율 등 분야에서의 중국의 경제·무역 체제의 구조적인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15일 계획했던 대중 추가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중국도 이에 대응해 부과할 예정이었던 대미 추가관세를 철회했다.
미·중은 1단계 무역합의의 공식 서명 ‘세리머니’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향후 내부 법률 평가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정식 서명을 위한 일정을 잡는 추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중국은 "2단계 협상은 1단계 합의 실행 상황을 보면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최종 서명은 내년 1월 첫째 주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명이 이뤄지면 30일 이후에 발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1단계 합의문이 86쪽에 이르며, 자신과 중국측 고위급 협상대표인 류허 부총리가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신중한 투자자들, 미국 3대지수 강보합 마감
▲미국 3대 지수.(사진=다음 캡쳐) |
이렇듯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사실상 타결했음에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33포인트(0.01%) 상승한 28,135.3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0.23포인트(0.01%) 오른 3,168.8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7.56포인트(0.20%) 상승한 8,734.88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이번 주 0.43% 올랐다. S&P 500 지수는 0.73% 올랐고, 나스닥은 0.91% 상승했다.
양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사실상 타결했지만, 세부 내용에서 양측의 설명이 다소 엇갈리는 데다, 기존 관세의 감축도 제한적이어서 위험투자 심리에 불을 지피지는 못했다.
주요 주가지수는 개장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관세 문제와 관련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완전히 틀렸다는 글을 올리면서 하락 압력을 받았다.
주요 지수는 1단계 합의 도달 소식이 나온 직후 비교적 큰 폭 오르기도 했지만, 합의 내용이 알려지면서는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하고 한때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후에는 보합권에서 제한적인 등락을 반복하는 등 신중한 흐름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