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압박하자 앨런 그린스펀(93) 전 연준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무시하라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낮추고, 양적 완화를 하면 정말 좋을 것"이라면서 연준을 향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달러화는 다른 화폐에 비해 너무 강하며, 거의 인플레이션이 없는 상태"라면서 "지금이 그것을 할(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때다. 수출이 급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려 통화를 더 풀면 달러 가치가 하락해 수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지속해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다.
연준은 올해 들어 7월부터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하다 지난 1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행 1.50~1.75%에서 동결했다.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은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압박을 비난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날 미 CN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 대한 질문에 "그(트럼프 대통령)는 그 이슈를 논의하는 데서도 틀렸다"고 지적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연준은 매우 전문적인 기관"이라면서 "그들(연준)은 경제의 작동과 그것이 금융시장, 기준금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그(트럼프 대통령)보다 훨씬 더 많이 안다"고 강조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연준을 향해 "가장 좋은 것은 그냥 무시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준금리 압박을 무시하고 연준의 길을 가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또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계속 증가하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올라가고, 이는 미국 경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당장은 인플레이션이 없지만, 우리가 현재처럼 계속가면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019회계연도(2018년 10월~2019년 9월) 미 연방 재정적자는 9844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8회계연도의 재정적자 7790억 달러보다 약 26% 급증한 수치로 7년 만에 최대치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1987년부터 2006년까지 연준 의장을 지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