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국제유가 8개월만 최고치...국제금값 1.6%↑
美, 이란 보복조치 방어차원 추가병력 배치 검토
러-시리아 등 美 이란 사령관 살해 거센 비난
"트럼프 정치적 운명 건 위험한 도박"...대선정국 주목

3일 미군의 공습에 폭사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


미국의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살해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연초부터 글로벌 증시는 물론 원자재 시장은 혼돈에 빠졌다. 국제유가는 작년 5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난달부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승승장구하던 뉴욕증시도 약세로 돌아서는 등 중동지역 정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WTI 3% 급등...글로벌증시 '혼조세'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3.1%(1.87달러) 뛴 63.05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작년 5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지난 3개월간 국제유가(WTI) 추이.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도 오후 3시34분 현재 배럴당 3.70%(2.45달러) 급등한 68.7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안전자산인 국제 금값도 큰 폭으로 올라 약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1.6%(24.30달러) 상승한 1,552.40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33.92포인트(0.81%) 하락한 28,634.8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23.00포인트(0.71%) 내린 3,234.8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71.42포인트(0.79%) 떨어진 9,020.77에 마감했다.

프랑스 파리의 CAC 4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04% 상승한 6,044.16으로 마감했고, 영국의 런던 FTSE 100도 0.24% 오른 7,622.40으로 장을 마쳤다. 
   
반면 독일 프랑크푸르트 DAX 지수는 1.25% 하락한 13,219.14로 장이 종료됐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 역시 0.52% 내린 3,773.37로 거래를 마쳤다.


◇ 이란 '보복조치' 예고에...美 3500명 병력 추가배치


투자자들이 혼돈에 빠진 것은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고조됐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은 전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이란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의 사령관인 거셈 솔레이마니를 공습해 피살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긴급 성명을 통해 "그의 순교는 그의 끊임없는 평생의 헌신에 대한 신의 보상이다"라며 "그가 흘린 순교의 피를 손에 묻힌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렇듯 이란이 가혹한 보복 조치를 예고하면서 미국은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3500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펜타곤은 이날 지역의 방어 강화를 위해 3500명의 병력을 82공수사단에서 중동에 추가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이 일촉즉발로 치달으면서 미국에서는 중동 지역의 미국인이나 미국 시설이 이란의 보복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이미 이라크에 있는 모든 미국 시민권자는 즉시 출국하라며 소개령을 내린 바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달 하순 휴가를 쓰려던 계획도 취소했다. 

혼돈에 빠진 것은 시리아, 러시아 등 주요국도 마찬가지다. 이란 동맹국인 시리아, 러시아 등은 미국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공습으로 폭사시킨 것을 두고 일제히 비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새해 연휴 중인 이날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과 관련한 공보실 명의의 논평을 내고 관련 소식을 "우려를 갖고 접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이같은 행보는 (중동)지역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이러한 행동은 중동에 누적된 복잡한 문제의 해결 모색을 촉진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역내 긴장 고조의 장을 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외무부 관계자는 자국 사나 통신에 "시리아는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로 이어진 미국의 기만적이고 범죄적인 공격을 강하게 비난한다"면서 "이 공격은 심각한 긴장 고조를 야기했으며 이라크의 (정세)불안정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재확인시켰다"고 지적했다.

중국도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를 살해한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3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공산당 정치국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중국 측은 일관되게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국제 관계에 있어 무력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관련국들, 그중에서도 특별히 미국이 자제하면서 최대한 빨리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길로 돌아가 긴장된 정세를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전화통화는 폼페이오 장관이 양 정치국원에게 전화를 걸어 중동 상황과 관련한 미국 측 입장을 통보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트럼프, 재선가도 타격 가능성 예의주시

이렇듯 주변국들의 화살이 미국으로 꽂힌 가운데 미국은 이번 공격은 자신들의 방어적인 차원의 조치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살해한 경위에 대해 "미국인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었다"며 이란을 향해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이날 CNN 방송 등에 출연한 폼페이오 장관은 "그(솔레이마니)는 그가 말한 대로 행동, 큰 행동을 취하려고 그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있었다"며 "이는 수백명은 아니더라도 미국인 수십명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도록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미국인 수백명의 생명과 피를 손에 쥐고 있었다. 우리 앞에 놓인 것은 그가 그 지역을 방문해 미국인에게 엄청난 공격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며 "많은 무슬림과 이라크인, 다른 나라의 국민도 살해됐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의 가혹한 보복 위협을 의식한 듯 "우리는 이란과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동시에 이란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미국인의 생명을 계속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방관하며 지켜보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란 지도자들이 미국의 결의를 보고 그들의 결정이 긴장 완화, 정상국가와 일치하는 행동을 취하는 것이길 희망한다"며 "그들이 다른 방향으로 갈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적절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서 "거셈 솔레이마니 장군은 오랜 기간에 걸쳐 수천 명의 미국인을 죽이거나 중상을 입혔으며 더 많은 미국인을 살해할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하지만 잡혔다"며 "그는 최근 이란에서 숨진 수많은 시위대를 포함해 수백만 명의 사망에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이란 도박이 그의 재선 가도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공격은 '더는 세계의 경찰이 되지 않겠다'며 국제사회에서의 전통적인 미국의 역할에 대한 종지부를 선언하며 불(不)개입 주의·신(新)고립주의를 주창해온 그간의 기조와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스스로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초당적 대응이 필요한 이번 국면에서도 사살 계획을 민주당 지도부에는 사전에 알리지 않아 강한 반발을 초래하는 등 탄핵정국 와중에 이란 문제까지 얹어지면서 대선 길목에서 국론 분열상이 더 극심해지는 양상이다.

CNN방송은 '트럼프, 위험한 충돌에 몸을 맡기다'라는 기사에서 "이번 이란 군부실세 사살은 국민의 생명과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정치적 운명이 걸린 가장 위험한 도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엄청난 이란 도박은 지속적인 충격파를 낳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NN은 "중동지역 내 개입을 비난해오던 트럼프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미국을 거대하고도 알 수 없는 결과가 예상되는 또 하나의 분쟁에 빠트렸다"며 이는 탄핵과 억제되지 않은 행동 등으로 나라에 이미 분열을 초래한 그의 재임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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