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이란도 핵합의 탈퇴..."핵프로그램 규정 지키지 않겠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1.06 07:45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사진=AP/연합)



미국에 이어 이란마저 핵합의를 사실상 탈퇴하면서 주요 6개국이 역사적으로 타결한 핵합의가 4년 6개월 만에 좌초될 처지가 됐다.

이란 정부는 5일(현지시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정한 핵프로그램에 대한 동결·제한 규정을 더는 지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핵합의를 사실상 탈퇴한 셈이다. 
   
핵합의 협상의 두 축인 미국과 이란이 잇따라 핵합의에서 탈퇴하면서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이 2015년 7월 역사적으로 타결한 핵합의는 4년 만에 사실상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이란 정부는 이날 낸 성명에서 "이란은 핵합의에서 정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을 더는 지키지 않는다"라며 "이는 곧 우라늄 농축 능력과 농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란은 현재 우라늄을 5% 농도까지 농축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란은 이제 핵프로그램 가동에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게 됐다"라고 보도했다.
    
핵합의는 이란이 보유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의 수량과 성능을 제한했다. 
    
이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지 못하게 하거나 시간(브레이크 아웃 타임:핵무기를 제조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보유하는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도록 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서였다.
    
이란 정부는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은 이란이 현재 지키는 핵합의의 마지막 핵심 부분이었다"라며 "이를 버리겠다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란 메흐르통신은 이번 핵합의 이행 감축 조처가 5단계이자 사실상 마지막 단계라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유럽이 계속 핵합의 이행에 미온적이고 이란 군부 거물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군에 폭사하면서 사실상 핵합의를 탈퇴하는 매우 강경한 조처를 내놓았다.
   
이란 정부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철회한다면 핵합의로 복귀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큰 만큼 핵합의는 더는 유효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란은 2018년 5월 8일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파기한 뒤 1년간 핵합의를 지켰지만 유럽 측마저 핵합의를 사실상 이행하지 않자 지난해 5월 8일부터 60일 간격으로 4단계에 걸쳐 핵합의 이행 수준을 줄였다.
    
이란은 유럽에 핵합의에서 약속한 대로 이란산 원유 수입과 금융 거래를 재개하라고 요구했지만 유럽은 미국의 제재에 해당되는 탓에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한편, 미국의 대이란 최대압박 전략에도 이란이 행동을 바꾸거나 핵협상에 나서게 하지 못하면서 미국 전략에 대한 회의론도 불거지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이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행위) 선회는 경제적 최대압박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대압박 작전의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WP는 대이란 경제적 압박을 위해 개인과 기관, 기업 등 1천 곳 이상에 대한 제재가 이어졌으며 폼페이오 장관이 '이란의 새로운 핵합의 체결과 정상국가 복귀'를 목표로 내걸었으나 어느 쪽도 곧 가능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대압박 전략을 토대로 한 온갖 제재가 이란을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아넣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란의 행동을 바꾸거나 핵협상에 나서게 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최대압박 전략이 싸움을 군사적 영역으로 밀어붙이면서 이란이 미국을 상대로 자체적 최대압박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WP는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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