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거론 단지들에서 호가 상승세 뚜렷
전문가들, "리모델링 가치는 내력벽 철거, 주민동의율 완화 등 법 개정에 달려"
▲리모델링이 거론되는 단지들의 호가가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도원삼성래미안.(사진=윤민영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서울에서 리모델링을 고려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가 재건축을 옥죄면서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사업기간이 짧은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리모델링이 거론되는 아파트 단지는 개발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호가에 반영되며 새로운 집값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아파트 리모델링 활성화 등의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리모델링 사업의 복병이었던 대지소유권을 100% 확보하지 않아도 돼 사업 추진 속도가 지금보다 더 빨라진다.
이렇게 되면 리모델링 단지의 가격 상승세도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리모델링이 거론되는 단지는 개발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호가에 반영되며 집값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교통 등의 입지가 좋은 곳은 집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오는 3월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발족할 것으로 알려진 서울 용산구의 도원삼성래미안 아파트는 전용 81㎡는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전 9억원 미만이었던 매물들이 최근 10억 원을 넘는 등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전용 84㎡ 아파트가 며칠 전 11억5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현재 매물 자체가 귀해서 집이 나올 때마다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입구나 한강 조망이 가능한 곳은 곧 12억원이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총 1489가구 규모(임대 제외)의 도원삼성래미안은 2001년 8월 준공됐다. 준공된지 20년이 안돼 재건축이 힘들다고 판단, 최근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기 위한 물밑작업에 돌입했다. 리모델링 연한은 15년이다.
최근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송파구 삼전동의 현대아파트 전용 82㎡형의 호가가 10억5000만 원까지 상승했다. 매매가격대가 비슷한 전용 80㎡가 지난해 9월 7억8500만 원에 팔린 것을 감안하면 1억 원이 훌쩍 넘게 뛴 셈이다. 리모델링이 진행되면 신축 아파트에 버금가는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기대감이 반영된 탓이다.
이처럼 집값이 오르자 마포구의 대흥태영 아파트도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설립을 위해 주민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1999년 11월 준공된 해당 단지는 총 1992가구 규모로 마포구 내에서도 대형 단지로 통하고 있다. 추진위원회 설립을 위해 모인 주민들은 리모델링 사업 추진을 위한 주민 동의율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사업이 가시권이 아니라 가격 상승폭은 높지 않다. 이 아파트 전용 84㎡는 현재 9억~10억원대의 매물이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리모델링에 대한 기대감이 비정상적인 호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주민동의율 완화 등 법 개정이 완료되면 한강변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이슈가 있을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수직증축 단지의 일반분양 사례가 없어서 수익성에 대한 100%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라 집값 상승속도가 과열된 곳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아직 내력벽 철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리모델링 시장이 기대와 달리 활성화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미래가치가 반영될 가능성만 나와도 집값은 오르게 돼 있다"며 "다만 내력벽 철거 여부 등 리모델링을 어렵게 하는 각종 규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리모델링 시장의 파이는 생각보다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지난해 리모델링 사업을 위한 내력벽 철거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4월 총선 이후로 미뤘다. 내력벽 철거가 허용되면 세대 평형 변경과 수직 증축 가능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